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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物) 060- 자바라 옷걸이(부분)
내 방에는 자바라 옷걸이가 두 개다.
하나는 방문 옆에,
다른 하나는 옷방 안에.
누가 처음 생각해낸 물건인지 모르겠으나
공간의 크기에 따라서
가로세로를 얼마든지 탄력적으로 맞출 수 있어서
편리하기도 하고
미학적으로도 괜찮다.
주로 자주 걸치는 옷을 걸어둔다.
옷만이 아니다.
헤어드라이어도 걸고,
간혹 전기 연결선도 걸고,
아주 가끔은 허리띠도 잠시 걸어둔다.
군말 없이 그 자리를 지키는 자바라 옷걸이에서
그 모든 것들이 쉼을 얻는다.
말 많은 나보다
수십 배 멋지고 기특하고 믿을만한 녀석이다.
평범한 사물의 인내심
그것은 일종의 사랑이다. 그렇지 않은가?
찻잔이 차를 담고 있는 일
의자가 튼튼하고 견고하게 서 있는 일
바닥이 신발 바닥을
혹은 발가락들을 받아들이는 일
발바닥이 자신이 어디에 있어야 하는지 아는 일
나는 평범한 사물들의 인내심에 대해 생각한다.
옷들이 공손하게 옷장에서 기다리는 일
비누가 접시 위에서 조용히 말라 가는 일
수건이 등의피부에서 물기를 빨아들이는 일
계단의 사랑스러운 반복
그리고 창문보다 너그러운 것이 어디 있는가?
팻 슈나이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