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일지 4월24일 부활절 2주

조회 수 871 추천 수 0 2022.04.25 11:57:08

대구 샘터교회 주간

2022424, 부활절 2

 

1) 카라바조- 설교 시간에 카라바조의 그림 <의심하는 도마>를 나중에 한번 보시라고 말씀드렸습니다. 여기 캡처한 사진을 올립니다. 화가의 상상력이 표현된 그림입니다. 도마가 실제로 외과 의사와 비슷한 저런 포즈로 예수의 옆구리에 손을 넣었을 리는 없습니다. 카라바조의 심정이겠지요. 여하튼 도마의 표정이 정말 진지하군요. 이맛살에 주름이 겹겹입니다. 예수님 오른손등에 못 자국이 보이네요. 빛으로 발광하는 앞머리가 벗겨진 인물은 베드로인가요? 예수의 용모가 전형적인 중세기 유럽 미남이군요. 실감은 좀 안 납니다. 도마가 눈으로 보고 손으로 만져보려고 했다는 사실은 우리가 세상을 온전한 정신으로 사는 데 필수적이라고 설교에서 말했습니다. 다만 거기에 머물지는 말고 보이거나 손으로 만질 수 있는 그 세계 너머까지 느낄 수 있어야겠지요. 그 능력이 그리스도교에서는 믿음입니다.

     카라바조, 도마.png

 

2) 후임 목사 건- 예배 후에 운영위원들이 모였습니다. 두 분이 빠지고 저를 포함해서 여덟 명이 모였습니다. 안건은 후임 목사 청빈 건이었습니다. 저는 원래 이번 모임에 참석하지 않는 게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위원장이 참석하는 게 좋겠다 하여 자리를 채웠습니다. 전임 목사가 주도적으로 후임 목사 건을 해결하는 방법이 있고, 전임 목사가 빠지고 해결하는 방법이 있습니다. 각각의 장단점이 있는데, 저는 후자를 택했습니다. 우리 교회가 반쯤은 평신도 교회라는 사실이 여기서 중요했습니다. 본인들이 알아서 모든 문제를 해결하는 게 최선이라는 겁니다. 운영위원들이 치열하게 토론하시더군요. 각각의 생각이 다 달랐습니다. 이 주제가 비공식적으로는 종종 언급되었으나 이렇게 공식적으로 다뤄진 건 처음입니다. 이런 과정을 통해서 좋은 답을 찾지 않을까 기대합니다. 202312월에 저는 대구 샘터교회 담임 목사직을 그만둡니다. 양력으로 계산하여 70살이 되는 해입니다. 대구 샘터교회를 시작하기 전 20년 동안은 성결교회 교단에 속한 목사로 활동했고, 그 뒤로 대구 샘터교회 20년 목회는 성결교단을 떠난 독립교회 목사로서의 활동이었습니다. 앞으로 몇 살까지 온전한 정신으로 활동할지 모르겠으나 남은 시간은 좀더 자유롭게 대구 성서아카데미원장으로 활동하고 싶습니다. 꾸준하게 할 일이 몇 가지 있거든요. 이번에 운영위원들에게 그렇게 말했습니다. 제가 마음 가볍게 떠날 수 있도록 2023년 말까지 후임 목사를 찾으라고 말입니다. 담임 목사 이후에 설교 목사로도 활동할 수 없냐는 질문을 어떤 이가 하더군요. 보통 원로 목사 제도가 있긴 하지만 우리 교회의 이런저런 형편으로는 그게 어렵습니다. 설교 목사 건은 지금 확답하기 어렵다고 말했습니다. 그 말을 벌써 5, 6년 전에 꺼내기도 했었거든요. 제가 담임 목사를 그만두더라도 미리 걱정해서 교회를 멀리하지 말라는, 대구 샘터교회에 오려는 분들이 망설이지 말라는 뜻이었습니다. 중요한 건 원칙을 지키는 일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202312월에 담임 목사직을 그만둔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고요. 교우들이 정 목사 후임을 하루빨리 찾아야 한다는 사실도 원칙이고요. 이 두 사실 사이에서 당분간 설교 목사직을 감당할 것인지 아닌지를 결정하는 게 핵심이겠지요. 2023년 말로 모든 관계는 완전히 끝나는 거라고 제 의지를 확실하게 말하면 가장 간단하긴 한데, 일종의 영적 노숙자들의 쉼터를 바탕으로 한 대구 샘터교회가 자칫 근본에서부터 흔들릴까 하는 걱정이 있습니다. (참고로 20081023일에 작성한 서울샘터교회 창립의 변을 붙입니다. http://dabia.net/xe/church_seoul/92614) , 이 모든 일이 행복한 걱정이니 마음 편히, 그리고 가벼운 마음으로 실질적인 대안들을 찾아봅시다. 운영위원회에서는 일단 교우들 전체 의견을 취합한 뒤에 후임 목사 청빙 소위원회를 꾸리겠다고 합니다. 집단 지성과 영성을 발휘해주십시오.

 

3) 칼국수 집- 예배 후에 예의 그 칼국수 집을 방문했습니다. 운영위원들 중심으로 대략 16, 7명이었나 봅니다. 몇 테이블로 나눠 앉았습니다. 칼국수 집에 다른 손님도 많더군요. 어느 교우가 주문을 받았습니다. 칼국수, 냉면, 잔치 국수가 거명되었고요. 저 혼자 찐 만두를 시켰습니다. 요즘 이삼일 속이 약간 불편해서 적은 양을 먹고 싶었습니다. 공교롭게 오늘따라 찐 만두가 안 된다고 하기에 칼국수로 돌아섰습니다. 손님이 많은 탓인지 음식이 늦게 나오네요. 냉면이 가장 먼저 나오고, 다음이 잔치 국수가 나오고, 마지막으로 칼국수였습니다. 칼국수 집에서 왜 칼국수가 가장 늦게 나오는지가 이상하군요. 칼국수에 보리밥이 딸려 나옵니다. 오늘 저는 보리밥을 사양했습니다. 이런저런 담소를 나누면서 즐겁게 먹었습니다. 기본적으로 더치페이인데, 오늘은 운영위원장이 아무 말도 없이 미리 밥값을 계산했더군요. 한 달 치 용돈이 다 나갔을 듯하네요. 고맙고요. 맛있게 먹었습니다. *경 집사 부부와 김*일 목사 부부는 오늘 남 집사의 주말농장을 방문한다고 우리와 자리를 함께하지 못했습니다. 재미있으셨는지요?

 

4) 5월 일정- 이제 5월이 옵니다. 다섯 주일이 있습니다. 1일과 8일 사회자는 방*수 집사가, 15일과 22일과 29일은 박*연 집사가 맡습니다. 성경봉독은 기본으로 진행하되 5주는 두 번째 주일 담당인 여*욱 집사가 맡습니다. 1일은 성찬식과 신학공부(오후 2)가 있고, 어린이 주일입니다. 8일은 어버이 주일입니다. 매주 수요일 오후 3시에 성경공부 모임이 있습니다. 운영위원회 정모는 마지막 주일로 옮겨서 529일 예배 후입니다. 5월은 다섯 주일이 있어서 길게 느껴집니다. 계절은 더 보탤 말 없이 환상적이고요. 슬픈 사람은 슬픔이 줄어들기를 바라고, 아픈 사람도 그 아픔이 줄어들기를 바라고, 외로운 사람은 그 외로움이 덜 하기를 바랍니다. 즐거운 사람은 그 즐거움마저 조금 줄이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저는 5월에 자주 만날 거 같아서 기대됩니다.

 

5) 신학 공부- 5월 첫 주일부터 새로운 책으로 공부합니다. 몇 번 안내해 드렸습니다. 칼 라너의 기도의 절실함과 그 축복에 대하여입니다. 40년 동안 신학자이며 설교자요 그리스도교 논객으로 살아온 저에게도 크게 도움이 되는 책입니다. 거두절미하고 11쪽을 사진으로 찍어서 여기 올립니다. 이 한 단락만 깊이 이해해도 그리스도교와 인간 삶의 깊이를 맛볼 수 있을 겁니다.

     0424라너.JPG

 

6) 이모저모- *배 신*선 집사 부부가 오늘 떡을 해오셨네요. 감칠맛 나는 떡이었습니다. 울릉도 호박엿과 제리 등, 군것질거리도 가져와서, 재미있었습니다. 둘째 아들이 아버지와 형이 근무한 부대에 입대해서 적응 잘하는 듯이 보입니다. 신 집사 부친상도 잘 치루었고요./ 김종일 목사 내외가 오늘 일찍 교회에 오셨네요. 어찌 된 일이냐고 묻지 넷째 주일은 당신들이 교회 청소를 맡겠다고 합니다. 넷째 주일 명단에 구멍이 생겼나 보군요. 고맙습니다./ 강단 왼편은 방화 커튼이 달려 있습니다. 그 안쪽 벽에 환풍기가 있습니다. 예배 시작하기 전에 환풍기 스위치는 끄고, 예배 끝나면 스위치를 올려야 합니다. 예배위원이 확인해주세요./ 오랜만에 영천 보현산자락에 사는 김*연 집사가 현장 예배에 참석했습니다. 첫째 아들 내외가 둘째를 임신하고 7월 출산 예정이라는 기쁜 소식을 전해 들었습니다. 아들 내외가 각자 교사로 살고 아이를 키우느라 교회 생활을 제대로 못 해서 김 집사의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닙니다. 그러고 보니 우리 교회에 부부 교사이면서 어린이들을 키우는 가정이 대체로 그런 형편입니다. 힘을 좀 내시고요./ *경 장로도 오랜만에 현장에서 만났습니다. 연로하신 아버님이 고향에서 잘 계신다고 하네요. 다행입니다./ 주일 아침마다 교회 친교실에서 커피를 내리던 정*향 집사가 치매를 앓고 있는 친정 모친을 방문하느라 주보만 교회에 건네놓고 고향 고령으로 갔습니다. 걱정이 많겠습니다./ 320일에 등록하신 황*(집사) 교우는 꾸준히 현장 예배에 참석하십니다. 고향 영천에 계신 부모님 댁을 찾아가느라 예배 마치면 즉시 달려갑니다. 아버님이 93, 어머님이 88세로 들었습니다. 가서 농사일을 돕는다고 합니다. 행복한 일이지요./ 오늘 청년들은 1층 카페에서 모였습니다. *혜 청년에게 결혼 준비 잘 되어가냐고 묻자, 청첩장도 나왔는데, 결혼할 사람이 귀국하면 함께 인사드리면서 청첩장을 내게 주겠다고 하네요. 코로나 정국이 안정화되니까 결혼식에 차질이 없을 듯합니다./ 정 목사 둘째 딸 정*은 청년 집사는 출퇴근 승용차를 아차 하는 실수로 콘크리트로 된 논둑 수로에 처박아 자차 보험이 없는 관계로 거액의 수리비를 내게 되었으나 몸은 머리카락 하나 손상이 없다고 합니다. 천만다행입니다. 조심해서 운전하시기를!/ 칼국수 집에서 어떤 교우가 26일에 큰비가 오니 모종을 심을 거 있으면 오늘내일 심으라고 하기에 24일 저녁에 일부를 심었습니다. 아래는 오이 모종입니다. 저 친구가 어떻게 변할지를 생각하면 기분이 저절로 좋아집니다.

     04241.JPG

 

7 헌금- 424: 1,920,000(온라인 1,460,000, 현장 460,000/ 미등록 교우- *, *, 무명씨)/ 통장: 농협 301024-33-25171(대구 샘터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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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43]웃겨

2022.04.27 21:36:54

아, 목사님께서 내년도에 은퇴를 하시는군요..

제 가슴이 다 철렁 내려앉네요...!

앞으로 목사님의 설교를 듣지 못하게 되면 어떡하나 싶어서요.

제가 이런데 대구샘터교회 교우님들은 심정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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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100]정용섭

2022.04.28 21:27:49

ㅎㅎ 세월의 질주 앞에서 우리는 놀라워할 뿐입니다

저의 밋밋한 설교보다 

더 열정적이고 깊이가 있으며 재미도 있는 설교를

머지 않아 듣게 될 터이니 

마음 푹 놓으세요.

하나님은 여호와 이레라고 하셨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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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物) 040- 꽃잎 한 장 file [2]

  • 2022-0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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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物) 040- 꽃잎 한 장 내 서재의 책상 아래 방바닥에 나비 날개 같은 꽃잎 한 장 놓여있었다. 이게 어디서 왔지? 무슨 꽃잎이지? 스스로 창문을 통과해서 들어올 리는 없다. 앞서 마당 복숭아꽃에 바짝 붙어서 꽃을 바라본 순간이 기억났다. 나도 모르는 사이에 내 어깨나 등에 붙었던 꽃잎인가보다. 곧 흔적도 없이 사라질 꽃잎이지만 지금, 이 순간만은 나에게 존재의 신비와 기쁨을 깨닫게 해주는 천사다. 반가웠어요.

물(物) 039- 사과 두 쪽 file [4]

  • 2022-0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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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物) 039- 사과 두 쪽 매일 아침에 보통은 사과 서너 조각을, 다른 과일이나 채소를 겸해서 먹을 때는 두 조각을 먹는다. 아침 준비는 내 몫이다. 아내는 저렇게 잘라 놓은 사과 조각을 그대로 먹지 않고 껍질을 벗겨 먹는다. 어떻게 먹는 게 더 맛있는지는 각자 취향에 따라서 다르겠으나 사과의 맛을 더 깊이 느끼려고, 또는 음식 찌꺼기를 덜 남기려고 나는 껍질째 먹는다. 어느 시인의 표현처럼 지난여름의 햇살도 먹고, 안개도 먹는다는 느낌을 놓치지 않으려고 한다. 언젠가 사과마저 씹어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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