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일지 4월5일

조회 수 1816 추천 수 0 2020.04.05 19:55:52

대구 샘터교회 주간일지

202045, 사순절 여섯째 (종려) 주일

 

1) 주의 손- 지난 주일의 설교에 이어서 오늘 설교의 주제도 주의 손이었습니다. 주의 손은 주의 능력을 가리킵니다. 시편 기자는 나의 앞날이 주의 손에 있다.”라고 고백합니다. 자신의 앞날이 하나님의 능력 안에 있다는 뜻입니다. 정말 강력한 발언입니다. 우리말 성경이 나의 앞날이라고 번역한 단어를 영어와 독일어 성경은 나의 시간이라고 번역했습니다. 비슷한 뜻이긴 하지만 뉘앙스에서 차이가 있습니다. “My times are in thy hand.” 이 문장이 가리키는 세계를 아는 사람이라면 어떤 재난과 불행 앞에서도 겁먹지 않을 겁니다. 그런 믿음이 더 성숙해지면 죽음까지 넘어설 수 있겠지요. 매월 첫 주일에는 원래 어린이 설교를 했는데, 벌써 두 달째 어린이 설교를 하지 못하고 있네요. 그때가 그립습니다. 오늘 설교가 좀 길었습니다. 설교자가 자기 생각에 도취하면 길어집니다. 별로 좋은 현상이 아닙니다. 눈치챈 분들이 있겠지만, 오늘 오랜만에 시편을 설교 본문으로 삼았습니다. 오랫동안 첫째말씀, 둘째말씀, 셋째말씀에 해당하는 본문으로 설교했습니다. 앞으로 일 년에 두세 번이라도 시편을 본문으로 설교하겠습니다.

 

2) 공동예배서- 예배 시작 전에 처음으로 온라인 예배에 참석한 분들을 위해서 예배의 특징을 간략히 설명했습니다. 핵심적으로 대구 샘터교회의 예배는 미국연합장로교회에서 나온 공동예배서(Book of Common Worship, 1993/ 번역판은 한국장로교출판사 2001년 발행)가 제시한 예배 순서와 내용을 토대로 합니다. 예전이 살아있는 예배입니다. 오늘 예배를 설명하게 된 이유는 김*혜 청년이 토요일 저에게 보낸 문자 때문입니다. 김 선생은 혼자 우리 교회에 나오고, 부모님과 동생은 다른 교회에 나갑니다. 처음으로 가족이 함께 집에서 온라인으로 우리 교회 예배에 참석하기로 했는데, 자신이 처음 대구 샘터교회에 와서 예배를 드릴 때의 그 낯선 경험이 가족에게 조금이라도 해소되기를 바라는 마음을 저에게 알려준 것입니다. 다른 교우들에게도 참고가 될까 해서 공동예배서를 이 자리에서 다시 소개했습니다. 한국의 장로교회라고 한다면 이런 형식의 예배를 드려야 합니다. 신학대학원 예배학 교수들은 한결같이 예전예배를 드리라고 강의하는데도 한국교회는 용기가 없어서, 또는 신학적인 마인드가 없어서 약식 예배 방식을 따르는 게 아닐까 생각합니다. 오늘 유튜브로 방송 예고가 어긋났습니다. *희 집사가 요즘 수고가 많습니다. 이쪽의 전문가가 아니니 여기저기 정보를 찾아다니면서 우리 교회 실정에 가장 어울리는 기술을 접목해보려고 노력하는 중입니다. 오늘은 유튜브가 안 되고 아프리카TV로만 나갔습니다. 오는 주일에는 한 단계 업그레이드된 방송이 나갈 겁니다. 아프리카TV와 유튜브만이 아니라 교회 밴드에도 링크가 된다고 합니다. 기대하십시오. 만에 하나 다시 문제가 생길 수도 있으니 한쪽이 안 되면 다른 쪽으로 옮겨보세요. 오는 주일에는 좀 일찍 라이브 방송을 열기로 했습니다.

 

3) 고난주간 성경 읽기-주보에 나온 내용입니다. 다음 한 주간은 고난주간, 또는 성주간(Holy Week)이라고 합니다. 아래 도표의 순서에 따라서 성경 본문을 매일 읽기 바랍니다. 그 내용은 세계 교회력에 따른 성서일과(lectionary)입니다. 요즘 사회적 거리두기로 집에 머무는 시간이 많으실 터이니 이번 고난주간을 말씀과 함께 보내보십시오.

(요일)

첫째 말씀

시편

둘째말씀

셋째말씀

6()

42:1-9

36:5-11

9:11-15

12:1-11

7()

49:1-7

71:1-14

고전 1:18-31

12:20-36

8()

50:4-9(a)

70

12:1-3

13:21-32

9()

12:1-4, 11-14

:116:1-2, 12-19

고전 11:23-26

13:1-17, 31(b)-35

10()

52:13-53:12

22

10:16-25

18:1-19:42

11()

14:1-14

31:1-4, 15-16

벧전 4:1-8

27:57-66

 

4) 코로나19 전쟁- 온 세계가 코로나19 사태로 몸살을 앓고 있습니다.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도시 지역에는 안전한 곳이 한 군데도 없습니다. 네팔이나 티베트 등의 오지는 상대적으로 안전하겠지요. 미국은 유달리 힘든 상황입니다. 뉴욕이 주로 그렇다지요. 트럼프는 이를 전쟁으로 비유해서 말했다고 합니다. 그럴 만도 합니다. 앞으로 이 사태가 어떻게 전개되거나 어떻게 종료될지 아무도 모릅니다. 지금의 상황이 1-2년 지속한다면 기존의 모든 체제가 복구될 수 없을 정도로 붕괴될 겁니다. 백신이 빨리 개발되면 좋겠으나 정해진 건 없습니다. 코로나19로 이름이 붙은 이 바이러스가 변이에 변이를 더 거쳐서 지금보다 더 나쁜 상황으로 치닫지 않는다는 보장도 없습니다. 지구와 인류의 미래는 아무도 모릅니다. 5백 년 후의 우리 후손들이 오늘을 기억하면서 당시에 인류의 반이 죽었답니다.”라고 회고하게 될까요? 지구에 수많은 종이 나타났다가 사라지고, 다시 나타났다가 사라지곤 했습니다. 호모사피엔스라는 종이 사라지지 말라는 보장 역시 없습니다. 과학의 힘으로 해결하겠다는 주장은 별로 믿을만하지 못합니다.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벌어진 이 상황에서 교회는 어떤 메시지를 준비하고, 어떤 교회 형태를 갖춰야 할지를 진지하게 고민해야겠습니다. 그 대답은 성경을 새롭게 읽는 데서 시작하겠지요. 하여튼 이번 코로나19가 일단은 빨리 진정되었으면 합니다.

 

5) 3월 재정보고- 주보에 나온 내용을 다시 싣습니다. 아래 재정보고(보고자: 재정부장부장 김*근 집사)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통장 이체 방식인데도 다른 달보다 헌금 액수가 줄지 않고 오히려 늘었습니다. 다섯 주일의 합계이기도 하지만, 교회를 사랑하는 마음들이 하나로 모인 것 같습니다. 재정부장의 말을 들으니 우리 교인이 아닌 네 분이 3월 한 달간 1,210,000원을 헌금했다고 합니다. 저도 한분을 제외하고는 다 모르는 분들인데,작은교회를 염려해주시는 마음, 고맙습니다.

수 입

지 출

헌금

1

2,500,000

예배부

50,000

주보

2

1,820,000

교육문화부

0

 

3

1,130,000

봉사 경조부

18,000

생수

4

1,690,000

나눔선교부

1,650,000

정기후원

5

2,520,000

어린이청소년부

 

 

소 계

9,660,000

사무관리부

2,136,718

예배처소 임차료, 목활비, 카니발 보험 외

기타

예금이자

0

재정부

3,205,700

목사 사례비(22십만), 퇴직적립, 일반적립 외

합 계

9,660,000

합계

7,060,418

3월 잔액 (2,599,582)

이월

6,618,403

차기이월

9,217,985

총계

16,278,403

총계

16,278,403

 

6) 집단 영성- 대구 샘터교회는 지금 실험적인 제도를 도입해서 실행 중입니다. 장로로 구성된 당회가 없습니다. 운영위원회가 당회 역할을 합니다. 운영위원회를 구성하는 운영위원들은 모두 일반 신자들입니다. 남녀 균형을 맞추고, 나이도 노소의 균형을 맞춰서 선택합니다. 운영위원장 역시 2019년부터 목사가 아니라 일반 신자가 맡습니다. 전체적으로 평신도교회라는 방향으로 나아가는 중입니다. 이런 제도가 흔들리지 않고 탄력을 받으려면 집단 영성이 필요합니다. 사회에서도 집단 지성이라는 말이 있는 것처럼이요. 개인은 장단점이 있어서 실수하게 마련이지만 공동체 전체를 놓고 보면 단점이 줄어들고 장점이 늘어날 수 있습니다. 집단 영성이 잘 발휘되면 대구 샘터교회가 단단해지겠지만, 그게 부족하면 단점이 더 두드러질 겁니다. 조심스럽게, 그러나 용감하게 이 길을 가봅시다. 성령에 의지해서!

 

7) 그리움- 오늘로 온라인만의 예배가 일곱 번째로 드려졌습니다. 거의 두 달이 돼가는군요. 일주일에 한 번 같은 공간에 모이는 걸 당연하게 생각했는데, 그게 안 되니 뭔가 허전할 겁니다. 일종의 그리움입니다. 여러분은 무엇이 그리우신가요? 모든 것이겠지요. 주보를 손에 들었던 순간이 그리울 수도 있습니다. 어떤 교우의 따뜻한 미소나 인사, 각각의 목소리, 식사 찬송과 먹을거리, 청소와 성가 연습, 1층 카페에서의 담소 등등, 이루 손에 꼽을 수 없을 정도로 많습니다. 설교를 온라인이 아니라 현장에서 직접 듣고 싶은 그리움도 거기에 포함되겠지요. 환풍기는 여전히 잘 돌아갑니다. *아 집사의 붓글씨 족자도 두 군데에 잘 걸려있습니다. 게시판에 붙은 안내 쪽지도 여전합니다. 거울도 안녕하고, 엠프와 디지털 피아노도 잘 지냅니다. 생수는 오래 쓰지 않아서 심심하다고 합니다. 여러분은 무엇이 가장 보고 싶으신가요? 그리움이 해소될 날이 빨리 왔으면 합니다. 궁극적으로는 다시 돌아올 수 없는 그 결정적인 순간도 올 거고요. 어떻게 보면 신앙생활을 비롯하여 모든 인생살이는 그리움으로 남는 게 아닐는지요.

 

8) 주보 표지- 주보 표지 사진을 여기 다시 올립니다. 일전에 카니발 뒷문이 열리지 않아 차량 서비스 센터에 가서 차를 맡기고 바로 옆에 있는 북안 초등학교 옆길을 따라 잠시 걷다가 눈에 들어오는 벚나무를 사진기에 담았습니다. 눈부실 정도로 꽃이 만발한 벚나무 아래에서 하늘을 쳐다보고 웃고 떠드는 아이들 모습을 상상했습니다. 꽃 같은 아이들이 없으니 꽃도 슬퍼 보이는군요.

     북안초.jpg

 

9) 헌금: 1,270,000(통장 입금 45일 낮 130분 기준)

농협 301-0243-3251-71(대구 샘터교회)  


[레벨:29]모모

2020.04.06 00:28:47

라이* 방송을 조금 일찍 열고 조금 늦게 닫았으면합니다.
profile

[레벨:100]정용섭

2020.04.06 21:15:13

모모 님, 좋은 의견을 주셨네요. 

시작 전 10분, 끝나고 5분은 여유를 두겠습니다.

[레벨:17]시골뜨기

2020.04.06 16:18:31

정말 함께 모여 서로 얼굴들을 보면서 예배하던 때가 그립습니다.

이상희 집사님이 수고가 많으시군요!

유투브로 방송이 안 나오기에 내 컴퓨터가 잘못된 줄 알았습니다.

profile

[레벨:100]정용섭

2020.04.06 21:18:08

ㅎㅎ 글쎄 말입니다. 

이 집사가 집에서 잘 됐는데 교회 폰으로 하니 안 된다면서 

애를 태우다가 시간이 조금 지체되었습니다. 

아마 다음 주일에는 최적의 상태로 방송되지 않을까 기대합니다.

profile

[레벨:13]뚜벅이

2020.04.07 17:20:34

꼼꼼한 주간일지 감사합니다.

집단영성과 그리움에서 눈물이 나네요.

봄탓을 해보며 이전같은 일상이 와도 

이전과 같지는 않을거라 생각하며 

그날이 속히 오기를 기원합니다.

profile

[레벨:100]정용섭

2020.04.07 21:33:57

ㅎㅎ 봄에는 꽃이 많아 눈물도 흔하고 알러지도 흔합니다.

그리움을 느낄 줄 아는 사람이야말로 행복한 사람이겠지요.

보름달이 휘영청 밝은 멋진 봄밤이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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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로부터의 소리, 4월17일 [5]

  • 2006-04-17
  • 조회 수 5107

2006년 4월17일 하늘로부터의 소리 하늘로부터 소리가 나기를 너는 내 사랑하는 아들이라. 내가 너를 기뻐하노라 하시니라. (1:11) 전체적인 틀에서 볼 때 예수님의 세례에 관한 공관복음서의 보도가 약간씩 차이가 있지만 그 순간에 나타난 세 가지 현상에 관해서는 일치합니다. 앞에서 지적했듯이 하늘이 갈라졌다는 것, 비둘기 같은 성령이 임한다는 것, 하늘로부터 소리가 난다는 것 말입니다. 이것은 무엇을 의미할까요? 우선 이 세 가지 현상은 예수님의 세례 사건이 누구나 인정할 수밖에 없을 정도로 분명하다는 뜻일지 모르겠습니...

2010년 부활절 공동 기도문 [1]

  • 2010-04-08
  • 조회 수 5093

오늘도 그대에게 기도문을 전해드리고 싶소. 지난 부활절 예배에서 샘터교회 교우들이 함께 드린 기도문이오. 이 기도문은 남한교회를 대표하는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와 북한교회를 대표하는 조선그리스도교련맹이 2010년 부활절을 맞아 함께 작성한 것이오. 두 기관은 1996년부터 매년 부활절 공동기도문을 만들어서 함께 사용했소이다. 기독교 신앙이 민족에 예속되지 않지만 기독교인은 민족의 정체성을 잃지 않소. 오늘 남북한 각각의 교회가 통일 지향적 신앙을 견지해야 한다는 것은 이런 점에서 당연한 것이오. 부활 생명...

5월4일 하나님의 나라 (1) [1]

  • 2006-05-04
  • 조회 수 5080

2006년 5월4일 하나님의 나라 (1) 이르시되 때가 찼고 하나님의 나라가 가까이 왔으니 회개하고 복음을 믿으라 하시더라. (막 1:15) 우리는 앞으로 당분간 예수님이 가까이 왔다고 말씀하신 ‘하나님의 나라’에 대해서 생각을 나눌 생각입니다. 그 당분간이 일주일이 될지, 아니면 두 주일이 될지, 또는 한 달이 될지는 두고 보아야하겠지만, 어느 정도는 충분한 시간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그 이유는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그리스도교의 모든 것은 바로 이 하나님의 나라와 직결되어 있다는 사실이며, 다른 하나는 그렇게 중요한 하나님...

믿음과 인격 [3]

  • 2013-0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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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9일(금) 믿음과 인격 교회 다니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의 인격은 차이가 날까? 이런 문제를 일반화해서 말하기는 힘들다. 무엇을 인격으로 보느냐도 간단한 게 아니다. 이런저런 까다로운 요소들은 다 접어두고 전체적인 방향만 말한다면 기독교인이라고 해서 인격적으로 나을 것이 없다. 대한민국 사회 안에서만 볼 때, 아마 다른 나라도 마찬가지일 텐데, 예수 믿는 사람들이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인격적으로 더 우월하지 않다. 벌써 아주 오래전 이야기다. 감리교신학대학교의 어떤 교수가 아래와 같은 질문을 설문으로 돌렸다....

옥중서간(17)

  • 2010-0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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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에서 나는 열여섯 번에 걸쳐서 본회퍼의 <옥중서간>에 나오는 글을 그대에게 소개했소. 본회퍼는 자신의 신학을 꽃피우기도 전에 젊은 나이에 히틀러에 의해서 사형을 당했소. 신학의 단초는 제시했지만 열매를 맺지는 못했던 거요. <옥중서간>이라는 게 어떤 체계 있는 신학적 논술이 아니라 신학적 착상에 대한 간단한 메모에 불과하오. 그가 오래 살았다면 세계 신학계에 끼친 영향이 아주 컸을 거요. 히틀러를 제거하기 위한 무력 시도가 성공했거나 2차 세계 대전이 몇 달만 일찍 끝났어도 본회퍼는 살았을 거요. 오늘로 <옥중서...

예수님의 시험 (1), 4월25일 [2]

  • 2006-0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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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4월25일 예수님의 시험 (1) 광야에서 사십 일을 계시면서 사탄에게 시험을 받으시며 들짐승과 함께 계시니 천사들이 수종들더라. (막 1:13) 마가복음 기자는 예수님의 광야에서 40일 동안 머물면서 사탄에게 시험을 받았다고 설명합니다. 아직 공적으로 하나님 나라를 선포하기도 전에 사탄으로부터 시험을 받는다는 것은 별로 기분 좋은 일은 아닙니다. 마가복음은 이 사건을 단순사실로 보도하는데 그칩니다만, 다른 공관복음서 기자들은 그 시험을 세 가지 종류를 자세하게 설명합니다. 돌을 빵이 되게 하라, 성전에서 뛰어내려...

예수 그리스도 (막 1:1), 3월21일 [4]

  • 2006-0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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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3월21일 하나님의 아들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의 시작이라. (막 1:1) <예수 그리스도> 앞에서 본 “하나님의 아들”이라는 표현이 어떤 사본에는 생략되기도 합니다. 그래서 그런지 루터는 1절 말씀을 이렇게 번역했군요. “이 책은 예수 그리스도에 대한 복음의 시작입니다.” 이렇게 사본에 따라서 성서의 내용이 아주 일부분이기는 하지만 들쑥날쑥 한다는 사실에 대해서, 현재 발견된 수천 개에 이르는 사본 중에서 동일한 게 전혀 없다는 사실에 대해서 오늘 우리가 자세하게 언급할 필요는 없겠지요. 다만 누구나 인정할 수밖에 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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