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9일
공공 신학자의 길
신학이 밥 먹여주나, 하는 말이 가능하다. 목회자에게도 그렇고, 일반 신자들에게도 그렇다. 목회자에게 밥은 교회 성장과 직결된다. 교회 성장은 신자 수와 헌금 액수에 달려 있다. 신자 수를 늘리려면 신자들이 원하는 것을 제공해야 한다. 생존에 허덕이는 이들이 원하는 것은 위로와 힐링이다. 이를 위해서 목사는 심리학이나 상담학 등에서 그 방법을 배우려고 한다. 그것은 다 인간학에 속한다. 인간학 자체가 나쁘다는 말이 아니니, 오해 말기를.
노래도 기본적으로 인간학이다. 인간의 슬픔과 기쁨과 허무와 외로움을 노래하는 것이다. 그 바탕은 공감을 통한 힐링이다. 그런 공감 능력이 뛰어난 가수는 유명세를 탄다. 목사도 똑같이 신자들의 인간적 정서에 어필할 수 있는 설교를 하면, 세련되게 잘하면 인기를 얻는다. 인기를 얻으면 그 설교의 정당성이 확보된다. 가수나 목사나 이런 점에서는 같은 길을 간다.
케빈 밴후저는 이 책 <목회자란 무엇인가>에서 부단히 ‘공공신학자’로서의 목회자를 강조한다. 목회자는 신자들의 종교적 요구에 부응하는 말을 하는 사람이 아니라 하나님 나라의 공공성에 대한 말을 하는 사람이라는 뜻이다. 이를 위해서 신학 공부는 필수다.
일부 독자들은 우리의 전망이 너무 이상주의적이라고 반론을 제기할지도 모른다. 목회자들은 너무 바쁘거나 여러 한계 때문에 우리가 주장하는 모든 것을 할 수 없다는 것이다. 우리는 그런 우려를 이해한다. 하지만 문제의 핵심은 시간이나 에너지, 타고난 지능이 아니라 전망과 우선순위라고 생각한다. 신학은 목회직에서 사치품이나 (자동차 가죽 시트처럼) 추가적인 선택사항이 아니라 (운전대처럼) 표준적인 필수요건이다. -58쪽-
표준적인 필수요건...감동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