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物) 018- 가위

조회 수 1044 추천 수 0 2022.03.24 08:30:51

() 018- 가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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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때는 저런 가위도 귀했다. 오랫동안 내 손에 길들었다. 가볍고 날도 잘 들어서 쓰기에 편하다. 저 가위를 뒤집으면 프린팅된 WHAShiN이라는 상품명이 보인다. 사진에 보이는 면에는 중간에 다음과 같은 알파벳 글씨가 음각으로 새겨져 있다. 아주 작은 글씨라서 그냥은 보이지 않는다. 일부러 글씨를 작게 했는지도 모르겠다. STAINLESS STEEL MADE IN CHINA이 가위는 이래 봬도 물 건너온 외제라는 말이다. 하루에도 두세 번은 이 가위를 사용한다. 혹시 가위로 종이를 자를 때 나는 소리에 귀를 기울여본 적이 있으신지. 종이가 잘릴 때 손으로 전달되는 물리적 힘을 느껴본 적이 있으신지. 황홀하다. 어린아이들이 가위놀이를 계속할 수 있는 이유가 바로 거기에 있지 싶다. 가위, 하면 평생 함석세공 노동자로 사시다가 1988년도에 갑자기 돌아가신 아버님 생각이 난다. 지금의 내 나이쯤이다. 그분은 평생 가위를 손에 들고 살았다. 종이나 천을 자르는 가위가 아니라 함석을 자르는 가위다. 나도 어렸을 때 그분 옆에서 흉내를 내봤는데, 잘 안 됐다. 손아귀 힘이 많이 부족했고, X자 가윗날과 함석이 만나는 지점을 정확하게 느끼는 기술이 부족했다. 저 가위는 특별한 일만 생기지 않는다면 내 남은 인생과 수명을 함께하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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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호 제목 날짜 조회 수sort

골로새 교회(4) [1]

  • 2016-07-14
  • 조회 수 1051

7월14일 골로새 교회(4) 어제 성서읽기에서 해석학 작업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걸 염두에 두고 골 1:5절을 보자. 바울이 골로새 교우들을 생각할 때마다 하나님께 감사하는 이유는 ‘너희를 위하여 하늘에 쌓아 둔 소망’ 때문이라고 한다. 하늘의 소망이라는 표현이 우리에게는 낯설다. 2천 년 전 골로새 교인들에게는 당연했겠지만 말이다. 고대인들은 하늘을 오늘 우리와는 다르게 생각했다. 그들은 자신들이 감각적으로 경험할 수 있는 범주 안에서만 세상을 말할 수밖에 없었다. 전자 망원경과 현미경이 없던 시대이니 어쩔 ...

예수와 하나님의 영광 [1]

  • 2017-06-02
  • 조회 수 1050

6월2일, 금 예수와 하나님의 영광 베드로는 하나님이 우리를 하나님의 영광에 들어가게 하셨다고(벧전 5:10) 말한다. 이런 표현은 관념적이다. 하나님의 영광이 무엇인지에 대해서 설교 시간에 간략하게 설명했으나 중요한 개념이니 여기서 약간이나마 보충하겠다. 히브리어 카보드, 헬라어 독사에 해당하는 영광의 독일어는 ‘헤어리히카이트’다. Herrlichkeit에서 Herr는 ‘주’라는 뜻이다. 주는 성경에서 하나님을 가리킬 때 쓰는 용어다. 헤어리히카이트는 하나님이 하나님 되심을 가리킨다. 하나님이 우상처럼 인식되는 건 영...

예수 어록(082) 요 5:22 심판을 다 아들에게 맡기셨으니

  • 2019-04-03
  • 조회 수 1050

예수 어록(082) 요 5:22 아버지께서 아무도 심판하지 아니하시고 심판을 다 아들에게 맡기셨으니 아버지께서 아무도 심판하지 않았다는 말은 사실이 아니다. 예수 이전에도 하나님은 심판할 자를 심판하고 구원할 자를 구원하셨다. 역사는 하나님의 손에서 벗어난 적이 없었다. 심판을 아들에게 맡겼다는 말은 하나님의 심판이 예수에게서 완성되었다는 뜻이다. 제자들은 이런 의미에서 예수를 하나님의 아들이라고 선포할 수 있었다. 이 구절에서도 하나님과 예수와의 관계가 아버지와 아들처럼 하나를 이룬다는 사실이 강조되...

시읽기 028 '무제' file [4]

  • 2018-11-21
  • 조회 수 1050

이시영 '무제' https://youtu.be/bn0CUoXcNvc 겨울 속의 목련나무에 꽃망울이 맺혔다 세상엔 이런 작은 기쁨도 있는가 (우리집 마당의 작은 목련나무에 맺힌 꽃망울입니다. 오늘 찍은 사진입니다. 아래도 역시 꽃망울이 맺힌 유명한 나무인데, 이름이 가물가물합니다.)

예수 어록(316) 요 14:21 나의 계명을 지키는 자라야 나를 사랑하는 자니

  • 2020-04-25
  • 조회 수 1049

예수 어록(316) 요 14:21 나의 계명을 지키는 자라야 나를 사랑하는 자니 나를 사랑하는 자는 내 아버지께서 사랑을 받을 것이요 나도 그를 사랑하여 그에게 나를 나타내리라. 기독교 신앙에서 핵심은 예수와의 일치다. 다른 말로는 예수 안에 존재하는 것이다. 앞 구절인 20절에 언급된 내용이 이를 가리킨다. 예수 안에 존재한다는 것은 예수의 계명을 지키는 데서 확인할 수 있다. 21절이 말하는 내용이다. 21절의 논리를 다시 차례대로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예수의 계명을 지키는 자는 예수를 사랑하는 자다. 예수를 자랑하는...

목사 구원(101)

  • 2018-05-22
  • 조회 수 1049

(101) 사 6:1-8절에는 이사야의 소명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이런 보도는 읽는 사람들을 당혹스럽게 만든다. 거기서 묘사된 이야기를 객관적인 사실로 받아들이기 힘들기도 하고, 그렇다고 해서 성경에 나온 것을 허황되다고 무시하기도 찜찜하기 때문이다. 문자주의에 떨어지지 않은 대부분의 사람들은 별 생각 없이 그러려니 하고 받아들일 것이다. 일단 본문이 묘사하고 있는 내용을 따라가 보자. 이사야는 웃시야 왕이 죽던 해에 성전에서 특별한 현상을 경험했다고 한다. 자기가 실제로 본 것처럼 묘사했다. ‘주’께서 높은 보좌...

십자가에 달린 자 [2]

  • 2017-06-28
  • 조회 수 1049

6월28일, 수 십자가에 달린 자 예수는 왜 십자가에 처형당했을까? 기독교는 왜 십자가에 처형당한 이를 하나님의 아들로, 메시아로 믿는 걸까? 그런 주장과 믿음이 보편적인 설득력을 획득할 수 있을까? 나는 설교에서 예수의 십자가 처형이 로마 제국과의 대립에서 빚어진 것이라고 말했다. 그 말은 곧 초기 기독교가 로마 제국과의 갈등을 피하지 않았다는 뜻이다. 다 아는 이야기다. 십자가 처형이 로마 형법에 의한 것이라는 사실은 역사적으로 분명하다. 로마는 자신들의 법리에 따라서 나사렛 예수에게 십자가형을 선고하고...

신앙적 화두

  • 2015-1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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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7일 신앙적 화두 어제 설교의 마지막 단락에서 한 문장을 인용하겠다. “그런 화두를 붙들고 꾸준하게 신앙생활을 하는 분들은 마치 알에서 깨어난 어린 새가 날갯짓을 연습하다가 어느 날 저 절벽 아래나 높은 나무 아래의 허공으로 자기 몸을 날리듯이 하나님의 무한한 품에 자신의 운명을 맡기게 되는 날이 올 것입니다.” 이런 표현이 어떤 분들에게는 엄청 낯설게, 더 직설적으로 말하면 귀신 씨나락 까먹는 소리로 들릴 것이다. 우선 화두라는 말이 그렇다. 선승불교에서 쓰는 용어다. 그들은 ‘화두 잡는다.’는 말을 한다...

예수 경험

  • 2017-02-17
  • 조회 수 1048

2월17일, 금 예수 경험 나는 설교 시간에 하나님 경험, 생명 경험, 예수 경험이라는 말을 종종 한다. 그게 신앙의 토대이기 때문이다. 지난 설교에서도 예수 제자들이 예수를 전혀 새로운 존재로 경험했다고 말했다. 예수 경험이 무언가? 그리스도, 하나님의 아들, 인자, 다윗의 후손, 목자, 재림주, 심판자, 부활의 주, 길, 진리, 생명, 로고스 등등은 다 예수 경험에 대한 서로 다른 표현이다. 이런 표현의 중심에는 죄와 죽음으로부터의 해방이 자리한다. 여기서 각각의 호칭이나 개념을 설명하지 않겠다. 이런 경험을 지금 여...

시읽기 017 file

  • 2018-1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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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동규 '어둡고 더 어두운' https://youtu.be/rQzcMR6IuoA

누가복음 톺아 읽기 321

  • 2022-01-25
  • 조회 수 1047

대구 성서아카데미(dabia.net) 정용섭 목사 매일묵상 『누가복음 톺아 읽기』 321, 눅 22:7~13 유월절 준비 https://youtu.be/O4UFqeHDVFg

누가복음 톺아읽기 234

  • 2021-09-24
  • 조회 수 1047

대구 성서아카데미(dabia.net) 정용섭 목사 매일묵상 『누가복음 톺아 읽기』 234, 눅 11:1~4, 주기도(4) https://youtu.be/xZgET2fSuGU

누가복음 톺아읽기 196

  • 2021-08-03
  • 조회 수 1047

대구 성서아카데미(dabia.net) 정용섭 목사 매일묵상 『누가복음 톺아 읽기』 196, 눅 8:40~56, “12년”에 얽힌 두 이야기 https://youtu.be/1zm5v_ZzRx4

목사 구원(33) [4]

  • 2018-02-15
  • 조회 수 1047

(33) 한 구절만 예로 들겠다. 요한계시록 21:1절은 다음과 같다. ‘또 내가 새 하늘과 새 땅을 보니 처음 하늘과 처음 땅이 없어졌고 바다도 다시 있지 않더라.’ 요한은 묵시문학 형식으로 세계를 뚫어보면서 기독교 신앙을 해명했다. 그는 오늘의 물리학을 전혀 몰랐지만 하늘과 땅이 다 없어진다는 사실을 직관적으로 알아챈 것이다. 45억년 된 별인 태양은 앞으로 45억년이 지나면 없어진다. 태양이 없어지기 전에 지구가 먼저 없어진다. 그리고 다른 별들이 생기고, 그 별들도 때가 되면 사라진다. 요한의 진술은 현대 물리학의 관점...

일어나라

  • 2016-06-10
  • 조회 수 1046

6월10일 일어나라 예수님은 나인 성 과부에게는 ‘울지 말라.’ 하셨고, 죽은 아들에는 ‘일어나라.’ 하셨다. 상여에 실린 아들은 생명과 단절된 상태에 놓였다. 여기서 그가 실제로 죽었는지, 아니면 죽음에 가까이 이른 것인지는 중요하지 않다. 성서기자가 말하려는 핵심은 예수가 우리를 죽음에서 생명으로 불러낸다는 것, 그리고 그에게는 그런 능력이 있다는 것이다. 오늘의 문명은 표면적으로 역동적으로 보이지만 실제로는 타나토스, 즉 ‘죽음에의 충동’에 사로잡혀 있다. 특히 우리나라에서 그런 경향이 확연하게 나타난다....

누가복음 톺아읽기 277

  • 2021-11-24
  • 조회 수 1045

대구 성서아카데미(dabia.net) 정용섭 목사 매일묵상 『누가복음 톺아 읽기』 277, 눅 15:11~32 잃은 아들을 되찾은 아버지 비유(2) https://youtu.be/WEW2jzjk4pA

결의성

  • 2015-11-04
  • 조회 수 1045

11월4일 결의성 하이데거 철학이 신학과 유사하다고 어제 말했다. 이를 확인할 수 있는 단서는 많다. 인간으로 하녀금 본래적인 자기가 되게 하는 계기인 결의성도 그중 하나다. 하이데거에 따르면 인간이 자기의 가장 고유한 본연의 자세를 향하여 불안을 각오하면서 말없이 자기를 기투(企投)하는 것이 결의성(決意性, Entschlossenheit)이다. 박찬국 교수의 책에 나온 한 대목을 다시 인용하겠다. 결의성에 속하는 ‘참으로 간주함’은 어떤 특정한 상황에 자신을 구속하는 것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즉 현존재가 전체로서 존...

씨의 능력

  • 2015-06-17
  • 조회 수 1045

6월17일 씨의 능력 씨는 외견 별 거 아닌 듯하다. 생긴 것도 세련되지 못하고, 색깔도 대개는 둔탁하다. 검은 색, 누런 색, 회색, 이런 색깔의 적당한 배합이다. 그러나 때가 되면 씨는 정말 놀랍도록 변신하다. 질적으로 변한다. 씨의 능력이야말로 생명의 초절정이다. 씨의 그런 능력이 지금은 발현된 상태가 아니다. 은폐되어 있는 것을 현실(reality)로 경험하기는 쉽지 않다. 이처럼 하나님을 경험하기도 어렵다. 하나님은 생명의 능력이 씨에 은폐되어 있는 것처럼 세상에 은폐된 궁극적인 생명의 능력이기 때문이다. 그...

주간일지, 2022년 11월20일, 창조절 12주(추수감사절) file [3]

  • 2022-11-21
  • 조회 수 1044

대구 샘터교회 주간일지 2022년 11월20일, 창조절 12주(추수감사절) 1) Rejoice!- 오늘 주보 표지 ‘오늘의 말씀’에 두 가지 번역의 성경 구절(빌 4:4)을 적었습니다. 하나는 한국교회가 공식으로 사용하는 ‘개역개정’이고, 다른 하나는 ‘KJV’입니다. KJV은 아래와 같습니다. “Rejoice in the Lord alway: and again I say, Rejoice.” 기뻐하라! Rejoice! 독일어 성경은 “Freut euch!”로 씁니다. 본문에 나오는 단어를 몇 개 더 추려보겠습니다. 관용, 감사함, 평강 등등입니다. 이게 다 기쁨과 관계됩니다. 설교 시간에 기쁨과 재미...

물(物) 018- 가위 file

  • 2022-0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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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物) 018- 가위 어릴 때는 저런 가위도 귀했다. 오랫동안 내 손에 길들었다. 가볍고 날도 잘 들어서 쓰기에 편하다. 저 가위를 뒤집으면 프린팅된 「WHAShiN」이라는 상품명이 보인다. 사진에 보이는 면에는 중간에 다음과 같은 알파벳 글씨가 음각으로 새겨져 있다. 아주 작은 글씨라서 그냥은 보이지 않는다. 일부러 글씨를 작게 했는지도 모르겠다. 「STAINLESS STEEL MADE IN CHINA」 이 가위는 이래 봬도 물 건너온 외제라는 말이다. 하루에도 두세 번은 이 가위를 사용한다. 혹시 가위로 종이를 자를 때 나는 소리에 귀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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