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27일- 영성과 소유 (1)

조회 수 3060 추천 수 63 2006.05.27 23:42:10
2006년 5월27일 영성과 소유 (1)

곧 부르시니 그 아버지 세베대를 품꾼들과 함께 배에 버려두고 예수를 따라 가니라. (막 1:20)

본문의 상황 설명을 근거로 추정해본다면, 야고보와 요한은 경제적으로 꽤 괜찮게 살았던 것 같습니다. 그들이 예수님의 부르심을 받고 아버지, 품꾼, 배를 버리고 예수님을 따랐다고 합니다. 물론 이 본문만으로 아버지가 선주이고 그 밑에 여러 명의 품꾼을 쓸 정도로 넉넉한 집안이었다고 단정할 수는 없지만 마가복음 기자가 시몬 형제의 소명 장면에서는 단순히 그물을 버렸다고만 묘사한 것에 비해서 여기서는 장황하다 할 정도로 자세하게 묘사하고 있는 걸 보면 양쪽 집안에 그런 차이가 있었을 개연성은 높습니다. 가난한 집안이 아니라 넉넉한 집안 출신인 야고보와 요한이 예수님을 따라나섰다는 건 아무래도 조금 더 높은 점수를 딸만하겠지요.
오늘 우리의 영성이 옛날에 비해서 별로 깊지 못한 이유 중의 하나가 바로 우리의 소유가 상대적으로 풍부해졌다는 데에 기인하는지 모르겠습니다. 무얼 영성으로 보는가에 따라서 이런 평가는 약간씩 달라질 수 있긴 하지만 전반적으로 볼 때 생명의 심층에 관한 우리의 태도가 무뎌지거나 단지 감상적인 쪽으로만 흘러간다는 것만은 분명합니다. 청중들의 종교적 감수성을 자극하는 것에만 그리스도교 신앙의 목표를 맞추고 있는 요즘의 신앙 현상에서 이런 징조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것은 곧 오늘의 그리스도인들이 하나님 자체보다는 자신의 종교적 만족감에 안주한다는 의미입니다.
교회의 이런 값싼, 또는 감상주의적 영성은 인간의 주관성을 극대화하고 있는 오늘의 시대정신과 짝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현대인들에게는 역사도 없고, 존재도 없고, 정의와 평화도 중요하지 않고, 오직 자기의 개인적인 만족만이 절대적입니다. 서울대학교 총학이 한총련에서 탈퇴했다는 사실은 바로 이것을 웅변적으로 증명하는 예입니다. 오늘의 젊은이들은 새로운 사회를 향한 희망과 연대의식은 없고, 단순히 개인의 인생목표를 달성하는 것에만 관심을 보인다는 의미이겠지요. 이들은 대개 80년대 중반에 태어나서 88올림픽 이후, 동서냉전이 무너지고 사회주의가 해체된 90년대에 중, 고등학교를 다녔을 겁니다. 비록 97년의 IMF가 있긴 했지만 가장 풍요로운 시대에 성장한, 배가 부른 그들에게 정의라는 가치는 무의미합니다.
오늘 한국교회도 배가 부릅니다. 교회당도 수십억 원, 수백억 원을 들여 건축합니다. 교회가 사용하는 음향기기는 최첨단입니다. 각 교단의 신대원에는 지원자도 넘치고, 학교마다 차이가 있긴 하지만 신학대학교 교수들의 연봉도 일반 사립대보다 넘치거나 못하지 않습니다. 미국을 제외하고 우리나라가 세계 선교사 파송 1위입니다. 엄청난 물적, 인적 토대를 자랑하는 한국교회의 영성은 어떨까요? 모르겠습니다. 제가 보기에는 소유와 영성은 반비례하는 것 같습니다.
오해는 마십시오. 소유 자체를 부정한다는 뜻은 아닙니다. 자발적 청빈론을 미화하려는 것도 아닙니다. 단지 우리에게 나타나는 소유의 왜곡을 지적하는 것뿐입니다. 한국교회의 소유가 과연 바르게 사용되고 있는가 하는 질문입니다. 한국경제의 양극화보다 한국교회의 양극화가 훨씬 심각한 실정이라는 건 누누가 알고 있는 사실입니다. 어떤 사람들은 이런 걸 아무런 문제가 아니라고, 심지어는 목사의 능력 문제로 보기도 합니다. 그럴까요? 이게 그렇게 하찮은 문제일까요? 이런 현상은 한국교회의 영성에 속한 문제입니다. 그리스도교 영성이 아니라 철저하게 자본주의적 이념과 가치가 우리를 지배하고 있습니다.
야고보와 요한은 예수님의 부르심을 어떻게 받아들였기에 모든 소유를 버려둘 수 있었을까요? 이런 비밀을 안고 사는 사람은 행복합니다. 소유가 줄 수 없는 영성의 신비를 아는 사람은 진정한 의미에서 복이 있습니다.

주님, 지금 우리에게 풍요로운 건 소유인가요, 영성인가요?

[레벨:18]은나라

2016.11.08 12:51:50

소유에 대한 왜곡이라..그렇네요.

교회가 그동안 소유에 대해 잘못된 판단을 갖음으로 지금의 한국교회가 탄생하게 된것이니..

개인과 교회안에 돈이 풍성하고, 교회가 커지고, 성도수가 많아지고, 출세하고, 승진하고..

하는 것들을 복으로만 알고, 그 복을 더 많이 달라고 하면서.. 소유에 대한 욕심을 더 많이 키웠으니..

저도 그때 그들과 함께 한몫 한거 같아요.ㅎ

지금도 마찬가지인 인생이겠지만, 지금은 그런 소유보단.. 영성에 더 관심이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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