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25일- 다른 마을

조회 수 1705 추천 수 39 2006.06.25 23:23:03
2006년 6월25일 다른 마을

이르시되 우리가 다른 가까운 마을들로 가자. 거기서도 전도하리니 내가 이를 위하여 왔노라 하시고 (막 1:38)

사람들이 당신을 찾는다는 제자들의 말을 들은 예수님은 이렇게 대답하셨습니다. “우리가 다른 가까운 마을들로 가자.” 예수님의 이런 말씀은 상황적으로 볼 때 약간 이상합니다. 사람들이 자기를 찾는다고 한다면 그들을 만나러 가는 게 당연한 건데 예수님은 동문서답의 반응을 보이셨습니다. 사람이 크게 실망했을 것 같습니다. 물론 우리는 예수님의 전도 사역이 시급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었던 게 아닌가 하고 생각할 수는 있습니다. 하나님 나라를 선포하는 일에 하루가 급한데 자기를 찾는 모든 사람들을 일일이 만날 수는 없는 것이라고 말입니다. 그러나 예수님이 전도 사역 때문에 사람들을 만나지 않았다고 생각하는 건 별로 설득력이 없어 보입니다.
제가 보기에 예수님은 “하나님의 나라”, 또는 하나님의 일에만 전폭적인 관심을 기울였지, 사람에게 보이지 않았다는 게 오늘의 상황에 대한 비교적 적절한 해명인 것 같습니다. 예수님은 자신의 모든 것을 버리기까지 사람들을 사랑하신 분이지만 궁극적으로는 하나님의 나라에 절대적으로 순종하신 분이십니다. 쉽게 표현해서 인간 사랑과 하나님 사랑은 일치할 수도 있지만 구분해야만 합니다. 구분해야만 하는 이유는 사람, 혹은 사람의 일이 하나님 나라의 일을 막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예수님은 원수가 집안 식구라고도 말씀하셨고, 죽은 자들로 장사하게 하고 너는 나를 따르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우리 한민족에게는 사람에 대한 미련이 많습니다. 사람 때문에 쉽게 기뻐하고 분노합니다. 지구라는 외로운 별에서 살아가는 사람들끼리 사랑의 끈을 단단히 엮고 살아가는 건 아름다운 일이며, 숙명적인 일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교회 생활도 이런 인간관계로 맺어질 때가 많습니다. 평생 한 교회에 다니면서 신자들 사이에 쌓인 정은 그 무엇으로도 대체될 수 없는 신앙적 구성요소입니다. 역사가 오래된 교회일수록 장로, 권사, 안수 집사 등의 위계질서가 공고하고, 그 사이에 아주 복잡한 인간관계가 형성됩니다. 이런 교회는 아무리 큰 시험이 와도 넉넉하게 헤쳐 나갈 수 있습니다.
다른 한편으로 교회 공동체가 인간관계 중심으로 묶인다는 건 교회의 본질이라는 점에서 큰 위기이기도 합니다. 끼리끼리 집단이 형성되고, 비합리적인 행태가 묵인될 수 있으며, 더 나아가 교회 이기주의에 빠질 수도 있습니다. 원로 목사님들이 후임 목사에게 큰 짐으로 작용한다는 사실이 바로 이에 대한 반증입니다. 한 교회에서 오랫동안 목회하던 원로 목사는 기존의 신자들과 인간적인 밀착관계를 유지하기 때문에 후임 목사는 그것을 뚫고 들어가기가 쉽지 않습니다.
예수님은 당신을 찾는다는 다급한 요청을 외면하시고, 다른 마을로 가자고 하셨습니다. 자기를 찾는 사람보다는 하나님 나라의 일이 더 중요하다는 말씀입니다. 물론 여기서 어느 쪽이 더 중요한가, 하는 문제는 별로 핵심적인 게 아닙니다. 그렇게 경중을 따질 수도 없습니다. 어쨌든지 여기서 예수님은 자기를 찾는 목소리를 뒤로 하시고 하나님 나라의 일을 해야 할 또 다른 마을로 가셨다는 것만은 분명합니다.
온전히 하나님에게 사로잡힌 사람은 사람들이 찾고 붙들어도 떠납니다. 자기를 잡는 사람들과 상종하기 싫어서가 아니라 다른 절대적인 소리를 듣기 때문입니다. 진정한 목회는 신자들에게 미련을 두지 말고 쉽게 떠날 준비를 갖추는 것이 아닐까요? 의도적으로 떠나야만 할 필요는 없겠지만 소위 목회의 성공을 위해서 한 교회에 무조건 오래 머무는 게 능사는 아닌 것 같습니다. 어느 곳에 가든지 할 일은 있습니다. 이 지구 어디에 있든지 숨을 쉴 수 있듯이, 목사는 어느 곳에 있든지 하나님 나라의 일을 할 수 있습니다. 다른 마을로 갑시다.

주님, 더 높은 곳에서 부르는 소리에 귀를 기울이기 원합니다. 아멘.

[레벨:8]김인범

2006.06.26 18:14:57

그런 깊은 의미가 또 거기 있었네요.
절대적 소리를 듣고 불현듯 떠나는 모습,
하긴 신학교에서 그런 소릴 들었던 기억이 납니다.
목사는 늘 설교 준비와 이사 준비와 또 하나가 기억이 잘 안나는데...
그런데 오늘에는 그것이 전혀 안통하는 것 같습니다.
흔히들 철밥통이라는 소릴 합니다만,
목회라는 것도 먹고 배부르면 철밥통이 되나 봅니다.
나중에는 평생을 책임지라는 것을 보니까요.
무조건 다른 마을은 아니겠지요.
그렇게 말씀하시는 분께 민감해서 그 분의 지시를 받아야겠죠.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날짜sort 조회 수
6304 6월24일- 주를 찾는 사람들 [1] 2006-06-24 3104
6303 6월24일- 주를 찾는 사람들 [1] 2006-06-24 1964
6302 6월25일- 다른 마을 [1] 2006-06-25 2749
» 6월25일- 다른 마을 [1] 2006-06-25 1705
6300 6월26일- 예수가 오신 이유? (1) 2006-06-27 3760
6299 6월26일- 예수가 오신 이유? (1) 2006-06-27 1738
6298 6월27일- 예수가 오신 이유? (2) [2] 2006-06-27 3410
6297 6월27일- 예수가 오신 이유? (2) [2] 2006-06-27 1904
6296 6월29일- 예수가 오신 이유? (3) [1] 2006-06-29 2875
6295 6월29일- 예수가 오신 이유? (3) [1] 2006-06-29 2131
6294 6월30일- 예수가 오신 이유? (4) 2006-06-30 4013
6293 6월30일- 예수가 오신 이유? (4) 2006-06-30 1568
6292 7월2일- 귀신 축출 [3] 2006-07-02 3643
6291 7월2일- 귀신 축출 [3] 2006-07-02 1715
6290 7월3일- 나병환자 [2] 2006-07-03 3879
6289 7월3일- 나병환자 [2] 2006-07-03 1936
6288 7월4일- 예수님의 연민 [3] 2006-07-04 3868
6287 7월4일- 예수님의 연민 [3] 2006-07-04 2143
6286 7월5일- 예수님의 터치 [2] 2006-07-05 3457
6285 7월5일- 예수님의 터치 [1] 2006-07-05 1862
TEL : 070-4085-1227, 010-8577-1227, Email: freude103801@hanmail.net
Copyright ⓒ 2008 대구성서아카데미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