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6일- 신성모독 (3)

조회 수 1748 추천 수 23 2006.08.06 23:30:31
2006년 8월6일 신성모독 (3)

이 사람이 어찌 이렇게 말하는가. 신성모독이로다. 오직 하나님 한 분 외에는 누가 능히 죄를 사하겠느냐? (막 2:7)

예수님의 언행을 신성모독이라고 본 서기관의 생각과 느낌은 우리의 일상에도 깊숙이 들어와 있습니다. 이 말은 곧 사람들이 신성을 부여한 체제나 이념들, 사물들이 우리 가까이 있다는 뜻입니다. 가장 결정적인 신성은 국가입니다. 어릴 때부터 강한 국가관에 의해서 교육받은 우리는 거의 무의식적으로 국가를 절대적인 체제로 여깁니다. 이런 국가 절대주의는 독재정권이 가장 애호하는 가치관입니다. 제가 어렸을 때 외웠던 ‘국민교육헌장’은 “나는 민족중흥의 막중한 사명을 띠고 이 땅에 태어났다.”(?)로 시작됩니다. 모든 사람들이 대한민국이라는 국가를 위해서 존재하는 듯한 이런 구호가 그 당시에 일부를 제외하고 아무런 저항 없이 받아들여졌습니다.
독재정권은 국가와 정권을 동일시함으로써 정권을 비판하는 사람들을 반국가사범으로 몰아붙였습니다. 그 어떤 비판도 용납되지 않은 그 시대에 수많은 지식인들과 종교인, 반체제 인사들이 구속되고, 직업을 잃고, 심지어는 법의 이름으로 무기징역이나 사형을 당하기도 했습니다. 다시 생각하기조차 끔찍스러운 시대였습니다. 요즘은 그 당시처럼 노골적이지는 않지만 국가주의는 여전히 기승을 부립니다. 종교적 신념이나 비폭력이라는 가치관을 지키기 위해서 군대가 가지 않으려는 사람들은 모두 감옥에 가야합니다. 군복무 대신 더 심한 사회봉사를 선택할 수 있는 기회도 용납되지 않습니다. 표현의 자유를 헌법으로 보장하고 있으면서도 공산주의자들을 모두 감옥에 보냅니다. 21세기에도 여전히 양심범이 생산되는 나라가 우리나라 말고 이 세상에 얼마나 되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이런 모든 일련의 사태들은 국가를 신성화하기 때문에 벌어지는 일들입니다.
지금은 많이 약화되기는 했지만 남성중심주의도 역시 신성한 가치로 행사됩니다. 초등학생들에게서 남녀 성비율이 크게 차이가 나는 이유는 원하지 않은 여자 태아를 낙태시킨다는 데에 있다고 합니다. 호주제를 폐지하는 등, 한국사회가 나름으로 가부장제를 벗어나려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그 뿌리가 뽑히는 데는 훨씬 많은 세월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어떤 사람들에게는 미국도 역시 신성의 대상입니다. 미국을 비판했다가는 그들에게 욕을 먹습니다. 여기에는 한국교회가 큰 역할을 하는 것 같습니다. 청교도의 후손인 미국을 하나님이 축복했다고 믿는, 그래서 그렇게 설교하는 목사들이 아직도 많습니다. 물론 미국이 악의 축이라고 말할 수는 없지만 신성한 나라도 아닙니다. 다른 나라와 마찬가지로 국가이기주의에 사로잡힌 나라입니다. 조금 비판적으로 말하면, 졸부가 돈을 어떻게 써야할지 잘 모르는 것처럼 갑자기 초강대국이 된 바람에 그 힘을 어떻게 써야할지 잘 모르는 나라입니다.
오늘 이 시대에 그 무엇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신성한 대상은 돈입니다. 돈의 힘이 어떻게 우리의 삶을 장악하고 있는지 여기서 일일이 거론할 필요는 없겠지요. 큰 배움의 터인 대학(大學)이 오직 돈 버는 기술을 배우는 학원으로 변질되고 있다는 데서 이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지난겨울에 한국사회를 소용돌이에 몰아넣은 황우석 사태도 역시 돈벌이와 직결된 것입니다. 한 사회를 정신적으로 견인해나가야 할 대학의 구성원들이 오직 돈벌이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사실에서 돈의 신성화는 이제 우리의 통제를 벗어난 것 같습니다. 그 끝은 어디일까요? 예수의 십자가 처형 같은 일들이 벌어지겠지요. 신성을 모독하는 일들은 결코 용납될 수 없으니까요.
신구약성서는 인간이 만든 제도, 체제, 이념, 사물의 절대화를 우상숭배라고 지적합니다. 이런 우상을 섬기지 않는다는 것은 곧 그것의 신성화에 대한 반대를 의미합니다. 그리스도인들은 일상에서 끊임없이 신성모독에 앞장서는 사람들이 아닐까요?

주님, 거짓 신성을 적발할 수 있는 능력을 허락해주십시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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