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26일- 예수가 오신 이유? (1)

조회 수 3761 추천 수 30 2006.06.27 09:56:08
2006년 6월26일 예수가 오신 이유? (1)

이르시되 우리가 다른 가까운 마을들로 가자. 거기서도 전도하리니 내가 이를 위하여 왔노라 하시고 (막 1:38)

예수님이 당신을 찾는 사람들에게 반응하지 않으셨다는 건 그에게 인간미가 없다는 게 아니라 훨씬 근원적인 것에 마음을 두었다는 뜻입니다. 물론 이 본문을 보는 각도에 따라서 다른 대답이 나올 수도 있겠지만 필자의 생각에는 그렇습니다. 다른 마을로 가자고 말씀하신 다음에 예수님은 그곳에서도 전도할 것이며, 그것이 바로 자신이 세상에 온 목적이라고 말했습니다.
제가 보기에 이 본문은 예수님의 오리지널 말씀에 가깝습니다. 왜냐하면 여기에는 아직 케리그마의 영향이 없어 보이기 때문입니다. 예수님의 십자가와 부활이 이 말씀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말씀입니다. 예수님은 단순히 전도하기 위해서 이 땅에 오셨다고 합니다. 전도한다는 말은 설교한다는 말인데, 그 내용은 당연히 하나님의 나라입니다. 예수님은 하나님의 나라를 설교하기 위해서 오셨다는 말이 됩니다.
그런데 우리는 흔히 이런 생각을 합니다. 예수님은 십자가를 지시기 위해서 우리에게 오셨다고 말입니다. 이런 생각은 여러 가지 면에서 위험한데, 그중에서 가장 큰 위험성을 한 가지만 지적한다면 이런 생각으로 인해서 예수님의 십자가 사건이 기계론적 역사관에 빠져버린다는 것입니다. 예수님의 운명이 이미 십자가 사건으로 결정된 것이라고 한다면 역사의 역동성은 실종되고 맙니다. 우리는 모두 역사의 노예로 전락하고 맙니다.
그렇다면 예수님이 십자가를 지러 오신 게 아니라는 말인가, 하는 질문이 가능합니다. 우리는 여기서 그리스도교 교리가 어떻게 형성되었는지에 대한 전이해가 필요합니다. 사도, 속사도, 교부들, 그리고 3,4세기 위대한 신학자들은 그리스도교 공동체의 역사에서 일어난 사건을 해석한 사람들입니다. 그들의 해석에 의해서 그리스도론과 삼위일체론 같은 그리스도교 교리가 자리를 잡았습니다. 간단히 말씀드리면, 예수님의 십자가 사건이 일어난 후 상당한 시간이 흐른 다음에 예수님이 십자가를 지기 위해 이 땅에 오셨다는 교리가 나오게 되었다는 말씀입니다. 이렇듯 교리는 늘 역사를 앞서는 게 아니라 뒤 따릅니다.
이게 도대체 무슨 말일까요? 예수님의 십자가 사건이 이미 결정되어 있었던 것은 아니지만 역사 안에서 일어나고 말았습니다. 이미 일어난 사건이라고 한다면 그것은 동시에 그렇게 예정된 사건이기도 합니다. 어떤 분들에게는 이런 논리가 말장난처럼 들릴지 모르지만 그리스도교 신학은 우주론적인 무게를 거치면서 이런 결론에 도달한 것입니다. 즉 그리스도교는 구체적인 역사를 이성적으로 들여다보면서도 인간의 이성이 해명해낼 수 없는 그 어두운 영역의 역사까지 아우른다는 뜻입니다. 그 어두운 부분은 곧 신비입니다. 역사의 신비입니다. 그것은 시간의 신비이며, 존재의 신비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그리스도교의 인식론은 종말론적입니다.
그렇다면 오늘 예수님이 십자가를 지시키 위해서 오셨다는 가르침은 잘못된 것일까요? 그것은 잘못된 것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지만 그리스도교 신앙을 바르게 전하기에는 충분하지 않습니다. 더구나 그 근본을 정확하게 이해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그렇게 주장하는 것은 그리스도교 신앙을 오류에 빠뜨릴 염려도 없지 않습니다. 다시 말씀드리지만, 예수님의 십자가 사건은 역사적 결과이지 역사적 전제는 아닙니다. 그것은 인류의 역사 경험이지 선험(아프리오리)은 아닙니다.
이런 신학적 반성은 우리의 신앙생활과 무슨 상관이 있을까요? 이렇게 복잡하게 생각하는 것보다는 단순히 예수님이 십자가를 지시기 위해서 이 세상에 오셨다고 믿는 게 훨씬 실질적이고 정당한 게 아닐까요? 그럴 수도 있겠지요. 그러나 그리스도교의 본질로 들어가고 싶은 사람이라면 하나님이 이끌어 가시는 역사의 묘(玅)를 신앙의 배경에 놓아야 합니다.

주님, 당신은 역사의 과가, 현재, 미래를 결정하는 현실이십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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