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는 꿈

조회 수 3807 추천 수 2 2010.11.04 23:43:24

 

     그대는 주로 어떤 꿈을 꾸시오? 꿈의 세계에서는 무엇이나 가능하오. 어렸을 때는 돈을 줍는 꿈을 꿀 때가 가장 기분이 좋았소. 그러다 깨면 좀 허전하기는 했지만 꿈속에서는 제발 꿈이 아니기를 바랐소.

     며칠 전에 나는 관에 들어가기 직전에 대한 꿈을 꾸었소. 사람들이 나에게 수의를 입히려고 모여든 장면이었소. 직접 수의를 입지는 않았소. 곧 수의를 입게 될 거라는 느낌만은 분명했소. 이 세상과 작별해야 한다는 생각이 구체화되자 아득한 느낌이 다가왔소. 그런 느낌을 말로 표현하기는 힘드오. 공포나 두려움과는 다른 거요. 우주의 한 지점으로 혼자 외로운 여행을 떠나는 기분이랄까? 바다 깊은 속으로 들어가는 느낌이기도 하오. 그렇소. 철저하게 혼자가 된다는 느낌이라고 하면 좋소. 절대고독 말이오.

     꿈은 무의식의 발로라고 하는 말을 그대로 받아들인다면 내 무의식에는 이 세상과의 관계가 완전히 단절되는 순간이 자리하고 있는 것 같소. 이런 무의식이 나의 어린 시절 경험과 어떤 관계가 있는지는 전문가들이 분석할 수 있을 테지만, 그들의 수고를 끼치지 않고 그냥 지나가겠소. 사실 이것은 나만의 문제는 아니오. 삶을 조금이라도 진지하게 생각하는 사람이라고 한다면 완전한 단절의 순간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소. 그것을 평소에 절실하게 느끼는 사람이 있고, 멀게 느끼는 사람이 있다는 차이가 있을 뿐이지 여기서 제외되는 사람은 없소. 우리는 모두 이 세상과 완벽하게 단절되는 그 순간을 기다라면 살아가고 있소. 아무도 동행해주는 사람이 없는 순간 말이오. 우리는 결국 철저하게 혼자가 되는 거요.

     목사 티를 낸다고 뭐라 하지 마오. 설교 조로 한 마디 하겠소. 우리 삶의 과정은 죽음을 준비하는 것이오. 준비는 철저하게 혼자가 되는 연습이오. 자연의 일부가 되는 연습이오. 나뭇잎 한 장과 비슷한 수준으로 자기를 낮추는 연습이오. 한줌의 흙이 되는 연습이오. 이게 가능하겠소? 오늘의 문명은 표면적으로는 세련됐지만 실제로는 거칠기 짝이 없소. 문명 자체를 절대화하고 있소. 그 문명의 힘으로 자연을 파괴하고 있소. 자연과 완전히 분열되어 있소. 자연으로부터의 소외요. 일상적인 차원으로 말하겠소. 지금 우리의 일상은 마치 죽음이 없는 것처럼 위장되고 있소. 모든 삶의 내용들이 오락과 연예와 돈벌이로 포장되고 있소. 주제 파악이 안 되는 거요. 이걸 거칠다고 말하지 않을 수 없소.

     오늘 밤에는 아예 관에 들어가는 꿈을 꾸었으면 좋겠소. 식은땀은 좀 흘리겠지만, 그래도 삶의 진수를 간접적으로나마 경험할 수 있는 순간이 아닐까 생각하오. (2010년 11월4일, 목)


[레벨:28]첫날처럼

2010.11.06 10:09:01

목사님 글, 라라님 글 읽고 나니 마음에 평안이 오네요...

 

천국 소망을 가지고 살아가고 있다는 크리스찬들도 정작 "죽음" 은 생소해 하는 것 같습니다...

 

죽음은 아직까지는 베일에 가려진 신비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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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21]유목민

2010.11.09 11:50:31

목사님 오래 오래 장수하시겠어요.

옛 어른들이 자신이 죽는 꿈을 꾸면 오래산다는 말씀이 있습니다.

죽음은 신비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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