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21일- 예수의 기도

조회 수 3636 추천 수 31 2006.06.21 23:37:32
2006년 6월21일 예수의 기도

새벽 아직도 밝기 전에 예수께서 일어나 나가 한적한 곳으로 가사 거기서 기도하시더니 (막 1:35)

예수님이 새벽에 한적한 곳에서 기도하셨다는 오늘 본문의 보도는 예수님에 관한 설명 중에서 매우 특이한 경우입니다. 물론 예수님이 기도에 대한 비유도 말씀하셨고, 실제로 ‘주기도’를 가르쳐주시기도 했으며, 변화산 아래서 간질병 아이를 고치실 때 기도 외에는 이런 종류의 능력이 나갈 수 없다고 말씀하시기도 했지만 당신 자신이 기도를 드리셨다는 이야기는 별로 없습니다. 공생애 시작 전에 있었던 40일 간의 광야생활은 기도보다는 금식과 사탄의 시험이 중점적으로 언급된 이야기입니다. 그 보도를 자세하게 읽어보면 예수님이 광야에서 기도하셨다는 기록이 없습니다. 사족으로, 요즘 40일간의 금식 기도를 드리면서 예수님의 광야생활과 비교하는 분들이 있는 것 같은데, 그건 전형적인 견강부회입니다. 예수님의 기도 중에서 가장 대표적인 것은 십자가 처형을 앞둔 겟세마네의 기도이겠지요. 거기서 예수님은 “아빠 아버지여, 아버지께는 모든 것이 가능하오니 이 잔을 내게서 옮기시옵소서. 그러나 나의 원대로 마옵시고 아버지의 원대로 하옵소서.”라고 기도드리셨습니다. 제가 기억하지 못하는 대목이 복음서에 있을지 모르지만, 전반적으로 볼 때 예수님이 기도드리셨다는 이야기는 흔하지 않을뿐더러, 나온다고 하더라도 매우 조심스럽습니다.
왜 그럴까요? 실제로 예수님의 일상에 기도가 많지 않았을까요? 아니면 복음서 기자들의 판단이 그런 걸까요? 이런 문제를 소상하게 밝히려면 훨씬 진지한 성서신학적 논의가 필요합니다. 저에게는 그럴만한 능력이 별로 없기도 하고, 이 자리에서 그런 논의까지 나갈 수 없기 때문에 저는 단순히 조직신학적 관점으로 한 마디만 하겠습니다. 복음서 기자들이 예수님의 기도 사건을 간과하거나 또는 소극적으로 다루고 있는 이유는 예수님의 정체성에 대한 초기 그리스도교 공동체의 인식에 놓여 있습니다. 즉 이건 기독론과 연결된다는 말씀입니다. 초기 그리스도교는 예수님을 메시아, 그리스도, 하나님의 외아들, 다윗의 후손, 퀴리오스, 재림주로 인식했습니다. 그리스도교 공동체의 ‘삶의 자리’에 따라서 예수님에 대한 칭호가 다르기는 했지만 전체적으로 일치를 보인 건 예수님은 바로 하나님이라는 사실이었습니다. “참 인간, 참 신”이 바로 기독론의 핵심이지요.
이쯤 설명하면 여러분은 이미 대답을 발견하셨겠지요? 예수님이 초기 그리스도교 교회 안에 참 신으로 받아들여진 이후에 예수님은 기도를 받으실지언정 기도를 드리는 분으로 묘사될 수는 없었습니다. 신이신 분이 어떻게 신에게 기도를 드릴 수 있습니까? 복음서가 문자로 기록되고 전승되는 과정에서 기독론의 발전과 더불어 예수님의 기도 행위가 과감하게 생략되었기 때문에 오늘 우리의 손에 들어와 있는 복음서에서 기도하는 예수님을 발견하기 힘든 것은 당연합니다. 거꾸로 외경에는 예수님의 기도 장면이 자주 묘사되었을 것으로 추정되는데, 이건 확인하지 못한 설명입니다. 참고적으로 외경은 예수님의 신성과 인성을 극단적으로 강조하는 문서인 반면에 정경은 그것의 신비로운 일치에 초점이 놓인 문서입니다.
예수님이 기도하셨다는 오늘 본문을 너무 쉽게 생각하면 좀 곤란합니다. 예수님의 기도는 우리의 기도와 전혀 차원이 다릅니다. 원칙적으로만 말한다면 예수님은 하나님과 하나이셨기 때문에 기도가 필요 없었습니다. 그러나 실제적으로 예수님은 하나님을 대상으로 인식했기 때문에 기도를 드리셨습니다. 예수님의 입장에서는 하나님을 기도드릴 대상으로 보았지만 초기 그리스도인들의 눈에는 그것을 쉽게 받아들일 수 없었다는 말입니다. 이런 딜레마로 인해서 복음서 기자들은 예수님의 기도 이야기를 약간 모호하게, 복선적으로 처리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오늘 우리가 예수님에게 기도드릴 수 있다는 건 은총입니다.

주님, 기도의 영성을 저희에게 허락해 주십시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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