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10일- 예수의 소문

조회 수 3483 추천 수 46 2006.06.10 23:27:15
2006년 6월10일 예수의 소문

예수의 소문이 곧 온 갈릴리 사방에 퍼지더라. (막 1:28)

21절부터 시작한 예수님의 회당 사건이 이제 28절에서 끝납니다. 마가복음 기자가 여기서 독자들에게 전하고 싶었던 핵심이 바로 28절 말씀이겠지요. “예수의 소문이 곧 온 갈릴리 사방에 퍼지더라.” 갈릴리의 한 촌 나사렛에서 자란 예수에 관한 소문이 아직 유대까지는 못 내려갔지만 공생애 초기 단계에서 갈릴리에 전 지역에 퍼졌다는 건 대단한 일입니다. 그만큼 예수 사건이 쇼킹했다는 뜻입니다.
그 당시 사람들의 눈에 예수님은 어떻게 비쳤을까요? 복음서의 보도에 따르면 많은 군중들이 예수님을 따랐던 적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소위 오병이어 사건 당시에는 남자 성인만 5천명이 모였다고 하니까, 그런 보도가 아무리 과장되었다고 하더라도 상당이 많은 사람들이 모였다는 사실은 부정할 수 없습니다. 그 당시에 그처럼 많은 수의 군중들이 모이는 경우는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유대인들의 종교 절기를 맞아 예루살렘을 순례하기 위해서 모이는 것이며, 다른 하나는 로마 해방을 외친 지도자를 중심으로 모이는 것입니다. 예수라는 한 인물 주변에 군중들이 모였다는 건 후자라는 말이 됩니다. 예수님이 이스라엘의 정치적 해방을 외친 분이 아닌데도 불구하고 군중들이 몰려들었다는 건 예수님에게서 그렇게 이해할 수밖에 없는 일들이 일어났다는 의미이겠지요. 그게 무얼까요?
이런 문제를 밝히기 위해서는 예수님 당시의 방대한 정치 사회적 연구가 필요합니다. <예수 세미나>에 속한 분들의 연구가 주로 이런 부분일 것입니다. 오늘 우리는 거기까지 나갈 수도 없고, 그럴 필요도 없습니다. 다만 예수님과 군중들 사이에 무언가 단절이 있었다는 것만은 분명합니다. 예수님이 머리를 둘 곳조차 없다고 자조적으로 언급하신 것은 아마 이런 사태를 염두에 둔 발언인지 모르지요. 실제로 그 많던 추종자들은 썰물처럼 순식간에 빠져나갔고, 십자가 처형 장소에는 평소에 따르던 몇몇 여자들만 남았습니다.
군중들은 소문에 민감합니다. 자기가 판단하기보다는 소문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경제도 그렇고, 정치는 더더욱 그렇습니다. 어떤 점에서는 교회도 여기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많은 그리스도인들은 소문을 듣고 교회를 찾아다닙니다. 이곳으로 우르르 몰리고, 저곳으로 우르르 몰립니다. 어떤 교회는 교회 문을 연지 일 년이 안 되어 천명, 이천 명이 모인다고 합니다. 이런 현상은 그리스도인들이 소문에 좌우된다는 의미입니다. 예컨대 “저 교회는 새벽기도회를 참 은혜롭게 드린다더라.”하는 소문이 나면 아무런 내용이 없는 설교인데도 사람들은 은혜를 많이 받는 것처럼 착각합니다. 사업 축복을 많이 받을 수 있는 교회, 불치병이 낫는 교회라는 소문이 나면 교회성장은 땅 집고 헤엄치기와 같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모든 소문이 부정적이라거나 무의미하다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좋은 소문이면 많이 알려질수록 좋습니다. 교회가 생명의 신비를 담고 있다는 소문이 이 세상에 퍼지는 것은 좋은 일입니다. 예수님의 소문이 온 갈릴리에 퍼졌다는 마가의 설명도 이런 뜻이겠지요.
우리는 지금 쓸데없는 소문에 일희일비하거나 심지어는 그런 소문을 확대재생산하는 사람은 아닐는지요. 오늘 우리 교회는 세상 사람이 어떻게 보아주는가에 대해서 지나치게 민감하지는 않은지요. 우리 그리스도인들과 교회는 이런 소문과 무관하게 존재론적으로 소금과 빛으로 살아가는 게 가장 우선적인 일입니다. 이를 위해서 우리의 일상적인 삶과 신앙생활은 남에게 자기를 PR하기 위한 이벤트가 아니라 생명의 심층으로 몰두하는 영적인 공부에 집중되어야 합니다.

주님, 저희는 지금 사람을 살리는 구원의 소문이 아니라 단순한 호기심에 관한 소문에 사로잡혀서 살아갑니다. 예수의 소문에만 마음을 두기 원합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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