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조찬 기도회

조회 수 3471 추천 수 0 2011.03.04 23:15:52

     3월3일 오전 7시에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43회 국가조찬기도회가 열렸다는 소식을 들으셨소? ‘뉴조’의 보도를 인용하겠소.

 

     올해로 43회를 맞이한 국가조찬기도회가 3월 3일 오전 7시 서울 삼성동 코엑스 D홀에서 열렸다. 기도회에는 이명박 대통령 내외를 비롯해 정·재계 인사 등 3,500여 명이 참석했다. 이번 기도회는 대한민국국회조찬기도회(회장 황우여 국회의원)와 (사)대한민국국가조찬기도회(회장 노승숙 장로)가 공동 주최했다.

 

     늘 하는 그런 이벤트요. 영어 제목이 이렇소. <The 43rd National Prayer Breakfast> 한글로는 조찬이 먼저 나오는데 영어로는 뒤에 나오는구려. 순서가 어떻게 됐든지, 여기 세 단어가 연결되오. 국가, 조찬, 기도요.

     그리스도인들이 아침 일찍 모여서 국가를 위해서 기도하고 함께 아침밥을 먹는 행사요. 그냥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해도 좋소만 나에게는 뭔가 찜찜하오. 특히 십자가에 달린 예수를 메시아로 믿는 그리스도교의 중심 신앙에서 볼 때 국가와 조찬의 병렬은 어딘가 어색하기 짝이 없소. 그리스도교에는 국가가 없지만 그리스도인에게는 국가가 있는 말도 가능하긴 하오만 그게 그렇게 간단한 게 아니오. 조찬도 그렇소. 그냥 기도만 하면 되지 무슨 조찬까지 곁들인다는 거요. 장소를 보아하니 조찬도 아마 5천 원짜리 콩나물 국밥 정도가 아니었을 거요. 대통령이 참석했다고 하오. 함께 무릎 꿇고 기도하는 사진도 나왔소. 대통령은 기도회가 끝난 뒤에 돈선거에 휘말려 있는 한기총 대표회장 길자연 목사 옆에서 조찬을 드셨소. 실제로 조찬을 드셨는지는 확인할 수 없으나 자리가 그 자리였던 것만은 확인할 수 있었소.

     국가조찬 미사나, 국가조찬 예불은 없는데 유독 개신교 행사인 국가조찬기도회만 있는 게 무슨 이유요? 정말 국가를 위한다면 좀 조용하게 행사를 할 일이지 무슨 국제 행사처럼 코엑스에서 유명한 사람들 잔뜩 불러다 행사를 치르는 이유가 무엇이오? 지금 한국의 개신교회는 중세기 유럽의 국가종교 역할을 하고 싶은 것 같소. 황제와 교황이 세속의 질서와 종교의 질서를 양분해서 철저하게 기득권을 지키던 그 시절을 그리워하는 것이오. 이를 가리켜 어용 종교라 하오.

     국가와 교회는 불가근불가원의 관계라 할 수 있소. 국가 앞에서 비판적인 태도를 취해야 한다는 점에서 불가원이고, 국가의 권력을 멀리 해야 한다는 점에서는 불가근이오. 그게 원래 정치신학의 기본 정신이오. 그런데 지금 한국의 개신교회는 완전히 거꾸로 가고 있소. 비판할 때는 비판하지 못하고, 비판하지 말아야 할 때는 열을 올리고 있소. 그게 무엇인지 내가 일일이 예를 들 필요도 없을 거요. 이번 조찬기도회에서도 정권의 잘못에 대해서 따끔하게 지적하는 말은 거의 나오지 않고 대신 정권의 비위를 맞추는 데만 신경을 썼을 거요. 설교를 하신 손인웅 목사는 비교적 원만하고 개혁적인 어른으로 존경을 받는 분인데, 어떤 설교를 했는지는 설교 내용을 확인해보지 않아서 잘 모르겠소. 아마 원칙적인 이야기만 하셨을 거요.

     국가조찬 기도회는 한국 기독교를 위해서 전혀 필요 없는 행사요. 그럴 여력이 있으면 긴장의 도를 더해가는 남북의 진정한 평화를 위해서, 또는 묻지마 식으로 개발되고 있는 4대강의 생태적 미래를 위해서 기도회를 여는 게 좋소. 이런 게 잘 안 될 거요. 한국교회, 지도자, 신자들은 정작 중요한 문제를 불편하게 생각하오. 남에게 보여주기 위한 행사, 행사를 위한 행사에 마음이 기울어져 있소. 이런 행사가 사라지는 날이 바로 한국교회가 새로워지는 날이라는 사실을 깊이 생각해보시오.


[레벨:5]신마적

2011.03.05 20:56:36

어제 한기총에 관한 글도 그렇고 이 글도 그렇고 읽고 보니 이런 생각이 듭니다.

사람들이 한국개신교 개혁해야 된다 돈의 유혹으로 부터 벗어나야 한다등 말을 많이 합니다.

하지만 이 시점에서 저는 지금의 한국 개신교의 모습과 현실이 신학적으로 어떠한 시사점을 던져주지 않는가 입니다.

종교개혁당시 부패한 가톨릭교회의 면죄부 판매와 형식적이고 율법적인 선행에 대한 교리 그리고 교권에 대한 반발로 루터가 오직 믿음으로만, 오직 은총으로만, 오직 성경으로만 이라는 모토로 개신교의 시작과 개신교 신학의여명을 열었듯 한국 개신교의 이런한 모습에 대해 신학적으로 시사점을 던져주고 방향을 제시할 만한 신학자 분이 한국에는 없나요??? 저는 한국개신교의 모습을 보면서 소위 말하는 복음주의 신학의 한계를 보게 됩니다.

[레벨:11]더럼

2011.03.05 22:33:56

국가조찬 기도회에 대해서 목사님이 언급하신 글에 더 이상 사족을 다는것이 불필요 한것 같습니다   

다만 집고 넘어 가고 싶은 것은 국가 조찬 기도회에 대한 영문 번역입니다. 

저도 영어를 못해서 고생하고 있지만,

번역수준을 보면 주도한 사람들이 수준을 짐작 할 것 같습니다.

국가조찬 기도회가 아마 국가 번영이 아닌가 싶은데

참여한 사람들이 기독교인들 이라면 이렇게 번역되어야 하지않을까

Christians' Breakfast Meeting of Praying for a Korean National Development (or Well-Being)  

이것 가르쳐 주면 그만두기 보다는 계속하는 것 아닌가.

보기가 딱해서....

profile

[레벨:20]떡진머리

2011.03.06 00:35:41

5.18학살을 저지른 전두환과도 학살의 피냄새가 가시기도 전에 조찬기도회를 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오늘 1부 예배 때 대표기도를 하는데 한기총과 조찬기도회에 대한 기도를 하고자 합니다.

저 자신의 마음이 조금 무겁습니다.  또 많은 이들이 거북해 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더군다나 교회의 목사님도 대기총 임원이시니 조금 거시기(?)할 듯 합니다.

하지만 더이상  눈치보고 자제한다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생각해 봅니다. 

교회로서는 우환거리가 생길지도 모르겠지만 나란 인간은 어차피 사화산이 아닌 휴화산 이었던 것을 어찌하겠습니까?

그냥 마음가는 대로 편안하게 말하고 살아가고자 합니다.

신앙생활 할 날이 얼마나 남았을지 모르겠지만 이기적이 되고자 합니다.

나의 믿음을 지키고 그것을 누리며 살아가고 싶습니다.

절이 싫어하면 중이 떠나면 그만이듯 교회가 배척하면 신자가 떠나면 그만이겠지요.

위로받을 수 있는 것은 떠나서 올라 탈 만한 것이 있다는 것이지요.

긴 여행을 함께할 수 있는 기차처럼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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