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 어록(138) 6:62

그러면 너희는 인자가 이전에 있던 곳으로 올라가는 것을 본다면 어떻게 하겠느냐

 

62절에 다시 인자라는 용어가 나온다. 인자는 세상 마지막 때 심판자로 올 자를 가리킨다. 그의 심판은 생명과 멸망을 결정하는 것이다. 초기 기독교인들이 예수를 인자라 부른 이유는 예수에게서 생명을 얻는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 생명은 구원이다. 멸망은 생명의 반대 개념, 구원의 반대 개념이다. 그 생명과 구원이 절대적이기에 생명을 얻지 못한 자는 멸망하는 것이다. 인자는 우리와 차원이 다른 존재다. 인간이 관여할 수 있는 땅이 아니라 인간이 관여할 수 없는 하늘에 속했다. 하늘은 플라톤의 이데아처럼 생명의 근원이자 생명이 돌아갈 곳이다.

이런 말들이 우리에게는 낯설다. 21세기 과학 실증주의의 세례를 받은 사람들에게는 공허하게 들린다. 이걸 극복하기가 쉽지 않다. 우리가 일상에서 경험하는 것들은 주로 자연과학적인 분석에 따라서 규정되기 때문이다. 자연과학은 태양에서 지구까지의 거리를 증명해낼 수 있다. 전자 제품은 모두 과학자들의 손에 의해서 발명되었다. 심지어 인공지능이라는 말까지 나왔다. 인공지능이 소설을 쓰고 시를 쓴다고 한다. 모차르트의 곡보다 더 뛰어난 곡을 작곡할 인공지능이, 나는 믿지 않지만, 탄생할지도 모른다. 의사와 판사보다 더 뛰어난 인공지능이 나올지도 모른다. 어느 순간에 현대인들은 과학을 신으로 경험하게 되었다. 과학이 인간의 수명을 무한정으로 늘리고, 건강까지 담보해줄 것이라고 믿는다.

문제는 인간이 과학으로 구원받을 수 있겠는가, 하는 점이다. 과거와 오늘을 간단히 비교해도 답은 나온다. 문명 이기가 크게 발전하기 전보다 지금 우리가 질적으로 더 행복하게 사는 건 아니다. 삶이 편리해졌을 뿐이다. 편리해졌기에 역설적으로 생명의 본질에서는 더 멀어졌다. 걷는 것을 모르고, 밤에 어둠을 느낄 줄 모른다. 오늘 우리의 삶은 계속해서 뭔가를 먹어서 허기를 모르는 사람의 운명과 비슷하다. 허기를 모르니 음식 맛도 모른다. 배가 고파야 음식을 맛있게 먹지 않나. 음식 맛을 모르기에 더 자극적인 양념이 들어간 음식을 찾는다. 이게 과연 행복한 삶일까? 현대인들은 행복을 전혀 다른 방식으로 느끼기에 이런 말도 별로 귀담아듣지 않는다. 인자가 하늘로 올라간다는 말을 낯설게 듣는 거와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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