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20일- 새벽

조회 수 3286 추천 수 35 2006.06.20 23:23:11
2006년 6월20일 새벽

새벽 아직도 밝기 전에 예수께서 일어나 나가 한적한 곳으로 가사 거기서 기도하시더니 (막 1:35)

오늘 본문은 예수님이 새벽에 일어나 한적한 곳으로 가시어 기도하셨다고 말합니다. 우리는 예수님이 매일 새벽에 일어나셨는지, 그리고 정기적으로 그렇게 기도하셨는지 정확하게 알지는 못합니다. 예수님이 늦잠도 주무셨을 거라고는 상상하기 힘들군요. 복음서 기자들은 예수님의 삶을 자세하게 전달하려는 게 아니라 그분이 바로 구약성서가 예언하고 있는 메시아라는 사실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기 때문에 복음서를 바탕으로 역사적 예수님을 복원한다는 것은 사실 불가능한 일입니다. 다만 우리는 예수님이 그 당시 율법주의자들이나 금욕주의자들처럼 어떤 종교적 경건에 모범을 보인 분은 아니지만 고도로 영적인 분이셨기 때문에 나름으로 경건의 훈련을 실천했을 거라고 생각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 흔적의 하나가 바로 새벽에 일어나 한적한 곳에서 기도하셨다는 사실입니다.
새벽은 하루가 시작되기 바로 직전의 시간입니다. 육체적인 에너지와 정신적인 에너지가 밤새도록 축적된 시간이 바로 새벽입니다. 새벽에 그 에너지를 시나브로 가동시키면 하루의 활력이 넘칠 것이며, 그런 여유가 없다거나 갑작스럽게 올리면 어딘가 부자연스러워지겠지요. 이런 점에서 새벽 시간을 적당하게 활용하는 것은 일상을 풍요롭게 하는 좋은 습관인 것 같습니다.
우리나라 그리스도교는 새벽기도로 유명한 편입니다. 제가 과문한 탓인지 모르지만 우리처럼 새벽기도회를 철저하게 운용하는 교회는 이 지구 상 어느 나라에도 없을 겁니다. 일반적인 새벽기도회는 물론이고, 신연맞이 새벽기도회와 100일 작정 새벽기도회 등, 소위 ‘특새’는 이미 한국교회의 유명브랜드가 되었습니다. 정기적으로 새벽부터 말씀을 듣고 기도를 드린다는 건 바람직한 경건훈련입니다. 그리스도교의 수도원 전통이나 불교의 예불전통도 새벽부터 시작됩니다. 절에서는 새벽에 북을 치면서 숲속의 생명체에게 하루가 시작되었다는 사실을 알린다고 합니다. 그 북소리와 함께 그들은 예불을 드립니다. 한국의 모든 교회도 역시 새벽부터 자기 영혼을 위해서, 국가와 사회를 위해서 기도합니다. 이것 자체만으로 본다면 한국의 그리스도인들이 온 세계에서 가장 경건한 사람들임에 틀림없습니다.
오늘 분문의 새벽은 단지 태양력이 말하는 그런 시간만을 의미한다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새벽은 단독자로 자리매김하는 시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도서관, 전철 안, 시장, 부엌, 공장 등, 어디서나 단독자로 절대자와 대면할 수 있는 그 시간이 곧 새벽입니다.
그런데 오늘 우리는 실제로 새벽 기도회에 참석하면서도 여전히 혼자서 하나님과 대면하지는 못하는 것 같습니다. 새벽 기도회마저 이벤트처럼 진행되고 있으니 말입니다. 어디 새벽기도회 뿐이겠습니까. 우리의 신앙생활은 흡사 계모임이나 동창회 모임처럼 떼거리로 몰려다니는 방식으로 운영됩니다.
우리에게 영적으로 새벽은 언제입니까? 아니 우리에게 이런 영적인 새벽은 있기나 한가요? 일체의 주변과 완전히 단절된 혼자만의 시간과 공간이 우리에게 확보되어 있을까요? 완벽하게 단절된 시간과 공간은 아마 죽어야 가능하겠지만, 살아있는 동안에도 우리는 그런 자리를 만들어나가야 합니다. 어쩌면 이건 실제로 죽는 연습이겠지요. 무덤 속에서 우리는 혼자 종말을 기다려야 합니다. 바울의 표현처럼 예수님의 재림이 있을 때까지 혼자서 잠자는 절대고독을 미리 연습해야 합니다. 그런 경건의 훈련이 충분하게 주어지면 우리에게 고독은 자유로 다가오겠지요. 새벽은 절대고독을 통해서 우리의 내면으로 찾아드는 절대자유의 시간입니다.

주님, 영적인 새벽을 두려워하지 않도록 힘을 주십시오. 혼자의 길을 가지 못하는 한 더불어 가는 길도 알 수 없다는, 이 신비로운 신앙의 길을 알게 해 주십시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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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4]이상훈

2006.06.21 04:24:42

절대고독을 연습하라는 말씀이 와닿네요...완벽하게 단절된 혼자만의 시간과 공간..그리고 묵상과 반성...저도 찾고 싶습니다....목사님, 건강하시죠? 꾸준히 올라오는 영적인 메세지들....감사합니다...

[레벨:2]돌맹이

2006.06.21 11:32:12

매일 매일 이 사이트를 보면서 다시한번 제 신앙의 모순점을 돌이켜봅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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