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해를 보내며

조회 수 3273 추천 수 0 2010.12.31 21:37:21

     오늘은 한 해의 끝 날이오. 이렇게 한 해가 휙 지나갈 것이라고는 상상조차 하기 힘들었소. 한 해가 끝날 것이라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은 없소. 한 해가 가고, 다시 한 해가 오는 것이 당연하다고 말이오. 그게 과연 당연한 일이오? 우주가 시작되고 130억년 동안 반복되었으니 당연하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엄밀하게 말하면 당연하지 않소. 과거의 일이 미래를 무조건 규정하는 게 아니오. 마치 작년을 살고, 올해를 살았으니 내년에도 살아 있을 거라고 생각하다가 사고를 만나 죽기도 하는 것처럼 이 세상이 지금처럼 영원히 반복된다고 말할 수는 없소.

     만약 그대의 삶이 올 한 해로 마감될 거라는 사실을 미리 알고 있었다면 어떻게 살았을 것 같소? 상투적인 질문 같이 들릴 거요. 그래도 진지하게 생각해보시오. 결국은 우리에게 마지막 한 해가 온다는 것은 분명하오. 지금 80세가 넘은 노인들이나 시한부 생명을 살고 있는 난치병 환자들은 그걸 실감할 거요. 그대가 그 마지막 날을 의식했다면 그것을 의식하지 않고 사는 것과는 분명히 다르게 살았을 거요. 사람에 따라서 반응은 다를 거요. 조금이라도 더 살기 위해서 발버둥 치는 사람도 있을 거고, 여행을 떠나는 사람도 있을 거고, 미워했던 사람과 화해하는데 시간을 보내는 사람도 있을 거요.

     올해는 이미 지났으니 이제 내년으로 우리의 질문을 옮기는 게 좋겠소. 내년이 마지막 한 해라고 생각하시구려. 그대가 젊어서 그게 실감이 나지 않을 수도 있소. 그대가 건강해서 이런 것과는 상관이 없다고 생각할 수도 있소. 그렇다면 그대는 불행한 사람이오. 마지막 순간이 잠시 유보되어 있을 뿐이라는 사실을 망각하는 것이기 때문이오. 그대 앞에 놓인 수많은 자기 성취적인 요구가 생명의 진수를 가로막기 때문이오. 다시 그 안으로 들어가서 생각해보시오. 마지막 한 해에 내가 무엇을 할 것인가를 말이오.

     그대가 그리스도인이니 아무래도 신앙적으로 말해야겠소. 그리스도교 신앙의 중심이 종말에 놓여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을 거요. 마지막이 오고 있다는 사실을, 그 순간이 임박해 있다는 사실을 생생하게 느끼고 사는 것이 그리스도교 신앙이오. 그 마지막은 끝나는 순간이면서 동시에 완성되는 순간이오. 끝난다는 사실은 드러났지만 완성된다는 사실은 아직 숨겨져 있소. 그 숨겨진 것을 우리는 예수 그리스도의 부활에서 경험하고 믿소. 그래서 마지막은 그리스도인들에게 절망이면서 동시에 희망의 순간이오. 절망과 희망을 함께 살아갈 수 있겠소? 설교 조로 금년의 마지막 말을 해서 미안하오만, 어쩔 수 없소이다. 이것보다 더 분명한 사실이 없으니 어쩌겠소. 잊지 마시구려. 마지막이 오고 있소. 생명 완성이 순간이 말이오.(2010년 12월31일, 금, 추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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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23]모래알

2010.12.31 23:34:32

정 목사님!

 

금년 팔순이시라지만 아무도 그렇게 보는 사람이 없을만큼 

여전히 고운 저희 친정엄마가 하신 말씀이 생각납니다.

전엔 나이든다는 생각을 별로 안 하고 살았는데

팔십이 되고 보니 실감이 난다고 하셨지요.

 

마지막에 대한 생각은 아무리 많이 해도 모자랄 텐데

늘 잊어버리고 살아 왔음을 되집어 봅니다. 

 

한 해 동안 말씀으로 우리들을 살려오셨음에 감사드리며

몸은 멀리 있지만 늘 마음으로 함께 할 수 있음에 또한 감사합니다.

건강하시고 복되고 기쁜 새해 맞이 하셔요.

 

[레벨:19]The One

2011.01.01 00:33:19

지난 한 해는 행복한 한 해 였습니다.

 

외로이 걷고  있던 영적 여정에 등불을 발견하고

믿음의 동지도 만났습니다.

 

아직도 너무나 많이 남아 있는 '다비이'의 읽을 거리....

성령님의 '이~끌~림'에 맡기고 '설레임' 속에서 살겠습니다.

 

목사님 말씀 속에서 특별한 2010년 감사합니다.

댁내 평안하시고, 즐겁고 재미있게!!! 새해 보내셔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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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43]웃겨

2011.01.01 08:50:57

목사님, 한 해동안 매일묵상을 꾸준히 올려 주시느라 고생많으셨어요.

감사드립니다.

이 곳은 새해를 15분 남겨놓고 있습니다.

새로 맞는 한 해 한 해를 마지막이듯 그렇게 살아야 할텐데요.

내년에는 더 깊은 영성의 샘으로 들어가고 싶습니다.

내년에도 건강하시고 많은 영의 양식을 마련해 주시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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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23]김영진

2011.01.01 10:30:10

새해 첫 글로 읽습니다.. 지난 해도 귀한 가르침에 참 고마웠습니다.

올해는 더욱 건강하시고, 또 여전히 많은 것을 배우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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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41]새하늘

2011.01.01 11:30:01

어제 송구영신 예배를 드렸습니다.

성탄절 행사에 준비한 노찾사의 '그날이오면'이 송구영신 예배때 마지막 노래로 불렀습니다.

부를때마다 항상 가슴이 벅차오릅니다.

 

우리에게 그날이 오면이 무엇일까요?

반복되는 어두움의 정서들이 우리들을 힘들게 하지만,

그래도 우리에게는 그날이 분명 오리라 믿습니다.

 

올해에는 모든 분들에게 그날이 가슴 속에 깊이 다가 오기를 기도합니다.

[레벨:9]겨우살이

2011.01.01 15:04:42

목사님~

올해도 건강하고 강건하시길..

저도 올해는  게으름 피우지 않고 열심히 배워

영성의 키가 조금이나마 자랄 수 있기를 소망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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