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에 대해(5) -걷기-

조회 수 3269 추천 수 1 2011.01.08 23:39:05

     이 세상에서 두 발로 걷는 동물은 ‘호모 에렉투스’(직립인)의 후손인 인간밖에 없소. 침팬지, 고릴라, 원숭이 등은 그저 잠시 흉내만 낼 뿐이오. 사람은 태어나서 보통 한 돌이 되면서 걷기 능력이 생기오. 한 사람의 행동 발달에서 이 순간보다 더 소중한 순간은 없을 거요. 세상을 밑에서만 보다가 위에서 보게 되는 순간이니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소.

     현대인은 걷기를 귀찮아하오. 웬만하면 차를 타고 다니오. 옛날에는 아이들도 주로 걸어서 학교에 다녔소. 시골에서는 하루에 한 두 시간을 걷는 건 예사였소. 지금은 짧은 거리는 모르지만, 한 시간 이상을 걸어서 학교에 다니는 아이들은 없을 거요. 이런 삶의 변화가 무조건 좋은 것만은 아닌 것 같소. 걷지 않는 습관이 어른이 돼서도 계속 되오. 건강을 위해서 걸어야 한다는 말들은 많이 하지만 실제로 걷는 이들은 많지 않소. 헬쓰 장에 가서 걷기 운동을 하는 분들은 제법 있는 것 같소. 오죽 했으면 그런 장소를 이용하겠소. 사실 그것을 걷기라 할 수는 없소.

     걷기는 단지 공간적으로 이동하거나 건강을 위한 것만이 아니오. 걷기 자체가 인간이 되는 과정이라고 보면 되오. 조금 거창하게 말해서 걷기는 도(道)을 닦는 것이오. 걷기를 통해서 세계를 직면하고, 세계 속의 자신을 경험하게 되오. 세계와의 일치라 할 수 있소. 자동차를 타고는 이런 게 불가능하오. 세상이 스쳐 지나갈 뿐이오. 걷거나 조깅 정도의 속도로 움직여야만 세상이 살아서 나에게 말을 거는 거요. 요즘 제주도 올레 길 걷기가 유행이라 하지 않소. 스페인의 산티아고 걷기는 세계적으로 유명해졌다 하오. 이런 유명한 길을 굳이 찾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우리 주변에 걸을만한 곳은 널려 있을 거요. 큰 도시라면 공원을 찾아야겠지만, 내가 살고 있는 하양 정도의 시골이라면 쉽게 길을 찾을 수 있소.

     그대의 형편이 어떤지 모르겠지만 금년 한 해 걷기에 나서보시구려. 아니면 조깅을 하든지, 또는 자전거 타기도 좋소. 가능한 혼자서 해야 하오. 머리를 쳐들고 수직으로 꼿꼿이 서서 천천히 움직여 보시오. 인간을 뜻하는 헬라어 ‘안트로포스’도 직립원인을 가리키오. 걸으면서 하늘을 보게 될 거요. 땅에 두 발을 딛지만 땅을 넘어설 수 있게 될 거요. 아주 먼 우리의 조상이 두 발로 걷게 되면서 무엇을 생각했는지 상상의 나래를 펴보시오. 일상 자체가 구도(求道)요. (2010년 1월8일,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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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32]도도아빠

2011.01.09 13:14:39

3주 전쯤부터 걷고 있습니다. 일주일에 2~3회, 30분 정도 속보로 걷습니다. 도를 찾기 위한 건 아니고, 건강을 찾기 위해섭니다.

 

운동해야지 해야지, 생각만, 말만 하다 시작했습니다. 도희가 그래도 조금은 좋아지고 있어, 이제는 제 몸을 챙겨야겠다 싶었습니다.

 

건강하게 오래 살고 싶은 생각은 없지만, 심하게 아프고 고통스럽게 살지 않으면 좋겠습니다. 췌장암의 그 모진 고통을 겪으신 엄마 생각하면,

눈물도 나고, 때로는 두렵기도 합니다.

 

말이 빗나갔나요? 하여간, 목사님 말씀처럼, 많이 걸으려 합니다. 건강하세요.     -sg-

[레벨:9]한글

2011.01.21 04:21:21

저도 건강에 유의하기 시작했는데, 인간이라는 것이 얼마나 연약한 존재인지를 늘 실감하며 삽니다.
이런 실존적 인식이 도를 찾는 길이 아닌가 합니다. 평안을~

[레벨:29]무위

2011.01.09 19:28:23

일상 자체가 구도,

예, 전적으로 동의합니다.

올 해는 좀 더 많이 걸어보겠습니다.

[레벨:3]심료

2011.01.09 20:59:17

자동차 급을 비교하지 않아도 됩니다. 운동하러 따로 시간내지 않아도 됩니다. 기름값 택시비 절약됩니다. 아들과 걷다가 가로수 아래 떨어진 낙엽을 엽락분본이라 설명도 해주고 가로수 가지를 하늘 배경삼아 보기도 하고...  교육도 됩니다. 조금 겸손해집니다, 쌩 달리던 자동차 바퀴가 마치 내 발인양 여기며 도도하던 육체가 오르막엔 힘들고 내리막엔 좋게 됨을 다시금 느끼게되니까요. 쌩 달리던 자동차에선 보지 못하던 분식점 메뉴가 보이기 시작하고요, 고요한 속에 바람소리가 들리기 시작합니다. 사람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길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잠시 멈춰서 폰카로 그 보이기시작하는 것들을 찍을수도 있습니다. 차가운 바람 불때는 더 좋습니다. 어릴적 구멍가게 담배간판 보는 듯한 향수가 그 차가운 바람속에 있습니다.  골프, 좋은자동차 전혀 필요없네요, 만보기하나면 오케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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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33]달팽이

2011.01.09 21:34:18

아이들 학교 가는 시간과  제 출근 시간이 비슷합니다. 

집에서 마을에 학교 버스가 오는 거리가 약 300미터 떨어져 있습니다.

출근할때 아이들 태워주지 않고 둘이서 걸어가게합니다.

비가 많이 오지 않으면 거의 태워주지 않습니다.

나는 차 타고 출근하고 아이들은 내 차하고 뛰어서 경주를 합니다.

 

아이들이 뛰어가는 모습을 보면서

생명의 살아 있음을 크게 느낌니다.

이 아이들이 커다란 산을 보면서,

들판을 보면서

흐르는 시냇물을 보면서 어릴때의 아름다운

추억으로 이 세상을 아름답게 살아갔으면 합니다.

 

저도 올해 더 많이 구도의 길을 걸어가야 겠네요..

아자,아자!!

[레벨:19]The One

2011.01.09 22:15:07

건강을 위해서가 아니라 생존 차원입니다.

5년 전 무릎 수술하고 살기 위해 걷기 시작하고,

지금은 걷기가 삶의 일부가 되었습니다.

 

'걷기' 많은 걸 줍니다.

밤에 보는 하늘, 땅, 바람, 나무,달, 별,가로등 불빛,

기도이자 찬양이고 대화며 행복입니다.

 

요즘은 추워서 뜸하게 하지만

조만간 한 나절 걷기에 나설 생각입니다

[레벨:9]한글

2011.01.21 04:18:21

전 넉달전부터 자전거로 출퇴근을 시작했습니다.
트레일을 따라 퇴근하다보면 정말 주변 세상이 내게 말을 거는 것을 느낄때가 있어요.
하루 가운데 제일 머리가 맑고 많은 생각을 하는 시간이 아닌가합니다.
"일상 자체가 구도(求道)"라는 말씀 너무 공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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