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회 수 3252 추천 수 0 2013.09.02 23:28:29

9월2일(월)

 

 

샘터교회에서는 매월 첫 주일에

성찬예식을 거행한다.

회중들이 한 줄로 서서 성찬대 앞에 오면

내가 빵을 뜯어서 각자의 왼편 손바닥에 올려놓으면서

“예수 그리스도의 몸입니다.”하고 말한다.

그러면 회중들은 ‘아멘’으로 화답하고

왼편 손바닥에 놓인 빵을 오른손으로 잡아

바로 옆 질그릇에 담긴 포도주에 찍어 먹는다.

 

나는 앞으로 나온 회중들의 얼굴은 안 보고

그의 손만 본다.

빵을 떨어뜨리지 않게 위해서

조심스럽게 그분의 손을 보고 정확하게 올려놓는다.

조금이라도 방심하면

빵이 굴러 떨어질 수도 있으니

조심할 수밖에 없다.

그러다보니 회중들의 손이 눈에 환하게 들어온다.

그 손이 누구의 손인지는 모른다.

키가 아주 작은 초등학교 어린이들은 얼굴이 보이지만

그 외의 사람들은 내 시선 각도에서 벗어나 있다.

 

손의 모양이 얼마나 다양한지 모른다.

놀라운 정도다.

크기만 다른 게 아니라

다섯 손가락의 대비도 다르고

색깔도 다르다.

아마 체온도 다를 것이다.

 

성찬식 때 손을 자주 보다보니

손금도 나름 일리가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사람의 인생살이가 손바닥을 보면 알 수도 있지 않겠는가.

혹은 그의 미래 운명까지도 어느 정도는 살펴볼 수 있을 것도 같다.

이건 아무 근거 없는 이야기다.

단지 다양한 손 모양에 놀라서

혹시나 그런 일도 가능한 게 아닌가 하는 생각까지 들었을 뿐이다.

 

인간이 다른 동물과 구별되는 여러 가지 요소 중에서

손은 가장 대표적인 것 중의 하나다.

인간만 손을 통해서 온갖 것을 만들어낼 줄 안다.

침팬지가 아무리 영특하고 오랜 훈련을 받는다고 해서

피아노를 칠 수 있겠는가.

또는 테니스 라켓을 들고 게임을 할 수 있겠는가.

오늘도 나는 온 종일 손을 썼다.

컴퓨터 자판을 두드리고,

책장을 넘기고,

젓가락질을 하고,

낫을 들고 풀을 깎고 호수를 들고 물을 뿌렸으며,

테니스 라켓을 휘둘렀고,

타월로 몸을 씻었고...

끝이 없이 손을 썼다.

언젠가는 손을 움직일 수 없는 순간이 올 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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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18]여름비

2013.09.03 01:31:04

샘터교회에서 처음 성찬식 할 때 아주 잠깐 심각하게 고민을  했었습니다.
언뜻 어느 영화 장면이 떠올라서요, 그게 어떤 영환지는 기억이 나지 않는데,
영화에서 커다란 성배를 옆 사람에게 돌아가며 마셨거든요,, 어쩌지? 하는 생각과
함께 손수건을 꺼내 입술을 깨끗하게 해야하나,,하는 걱정을 했더랬습니다. 
다행히 빵을 찍어먹으면 된다는 말씀을 듣고 휴~ 한 기억이 납니다.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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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100]정용섭

2013.09.03 10:49:30

요즘도 성찬식을 여름비 님이 영화에서 본 것처럼
포도주가 담긴 그릇을 돌려가면서 한 모금씩 마시면서
성찬식을 거행하는 교회가 있습니다.
한바퀴 돌면 수건으로 닦고,
또 돌아가고... 합니다.
성찬참여 숫자가 적을 때만 가능하겠지요.
'빵과 포도주'
이게 어떤 의미인지를 안다면
오늘 한국교회처럼 형식적으로 대하지는 않을 겁니다.
저 생존의 밑바닥으로 들어가서
하나님으로부터만 가능한 원초적 생명을 경험할 수 있는 의식이거든요.
그런 의식은 관념적인 종교적 차원에 머물지 않고
실제 삶의 중심을 담아내고 있답니다.
빵 맛이 좋지요?

[레벨:12]staytrue

2013.09.03 09:52:12

얼마전 '관상' 이라는 영화 티저를 봤습니다.
4분정도 되는 영화 소개 동영상이었는데,
영상 끝에서 관상잽이 주인공인 송강호의 대사가 기억에 남습니다.

'상은 변하는 것이다'

저 대사 하나때문에 영화 다본것 같아, 맥이 빠져 영화 안보기로 했지만, ㅎ
말씀하신 손과도 왠지 어울리는 것 같습니다.

그 손을 못쓸날이 온다니...
저는 아직 30대 초반인데 인생 반 살았다는 생각에 점점 더 겁없고 눈치볼일도 없어지는 것 같습니다 ...

마지막으로, 하나님의 생명이란 무엇일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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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100]정용섭

2013.09.03 10:51:22

30대 초반으로 인생 반 살았다고 하면, 음
나는 인생 다 살았군요.
정지니 님은 3분의 1을 산 겁니다.
상은 변하는 것이라는 멘트가 멋지군요.
하나님의 생명이란 무엇일까요...
우리 기독교인들의 영원한 화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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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12]잠자는회색늑대

2013.09.03 11:39:46

저는 젊은데도 불구하고

오랫동안 안하던 운동을 한다고 움직였더니

몇일째 팔이 제대로 움직이질 않아서 혼이 났습니다.

사지가 붙어 있으니 손도 제대로 사용할 수 있을테지요.

얼마나 '몸'에 무심하게 살았는지

미안하고 부끄럽기까지 합니다.

갈때 가더라도 겉만 멀쩡한게 아니라,

갈때까지 속도 잘 다독이며 살아야겠습니다.

샬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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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100]정용섭

2013.09.03 23:29:37

ㅎㅎ 무슨 운동을 그렇게 격하게 하다가
팔을 움직이지 못할 정도가 되었나요.
잘해 봅시다.
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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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16]바이올렛

2013.09.04 12:05:31

0~7,8세까지 인간의 대뇌피질의 뉴런, 시냅스등이 가장 활발한 시기로
성인의 약80~90%정도가 이시기에 발달합니다
2세에 시냅스의 밀도가  최고점에 달했다가 경험하지않거나, 사용하지않는
뉴런과 시냅스들은 자연 소멸되어버립니다.
그 중에 손동작 기술을 발달하는 뇌 부위가 약 30%이상이됩니다.
또 대뇌피질이 발달해야 섬세한 손 동작을 할 수있습니다.
그래서 약2, 3세 정도에는 능숙하지못하지만 차차 발달되어 유아기에는
그리기, 오리기, 만들기, 블록, 목공놀이, 조립등을 능숙하게 즐겁게 합니다.
영유아기 때 소근육활동이 미숙하면 발달지체에 관심을 가지고 도와줄 필요가있습니다.

이런 소근육 활동이 영유아기에도 중요하지만 성인기, 성인후기도 마찬가지입니다.
손을 많이사용하면 인지능력이 감퇴되지않고 계속 지속될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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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100]정용섭

2013.09.04 23:19:05

그렇군요.
손동작과 뇌의 발달이 깊이 연관되는군요.
어렸을 때는 손으로 만드는 걸 많이 한 것 같네요.
비행기, 딱지 접기는 기본이고,
새총이나 화약총, 칼, 썰매도 다 손으로 만들었지요.
공기 놀이도 손으로 하는 거잖아요.
나이가 들면 어린아이로 돌아간다고 하는데
이제 손으로 하는 일을 더 열심히 해보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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