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 어록(070) 4:37

 

그런즉 한 사람이 심고 다른 사람이 거둔다 하는 말이 옳다.

 

한국교회가 공식 예배용으로 번역한 개역개정은 읽기에 불편한 점이 많다. 독자들에게 본문의 의미를 충실하게 전하지 못하는 경우가 종종 나온다. 4:37절만 해도 그렇다. ‘... 하는 말이 예수의 말인지, 요한복음 공동체의 말인지, 특별한 의미 없이 사용된 단어인지가 명확하지 않다. 공동번역은 이렇다. “과연 한 사람은 심고 다른 사람은 거둔다는 속담이 맞다.” 예수는 속담을 인용한 것이다. 더 정확하게는 요한복음 기자가 인용한 것이다. 영어 성경 중에서 가장 전통적인 KJV과 가장 현대적인 NIV에 나오는 saying도 속담이나 격언이라는 의미다. 루터 성경이 사용한 단어 Spruch도 속담이라는 뜻이다. 2017년도에 나온 영어-평양말 대역성경은 요 4:37절을 다음과 같이 번역했다. “너희는 그 속담을 알고 있다, <한 사람은 씨 뿌리고 다른 사람은 가을걷이한다.> 그리고 그것은 사실이다.” 이 대역성경이 원본으로 삼은 영어성경은 TNLT(The New Living Translation)이다.

여기서 씨를 뿌린 사람은 30년대부터 활동한 초기 기독교인들이다. 이들에 비해서 요한복음 공동체에 속한 사람들은 훨씬 후대에 속한다. 요한복음이 기록된 시대가 90년 이후일 테이니 양쪽에는 60년이라는 시간적 차이가 있다. 요한복음 공동체에 속한 사람들은 거두는 일을 해야 한다. 복음의 씨를 뿌리는 자와 거두는 자의 역할에 의해서 역사가 진행된다. 그 역할이 바르면 역사가 발전할 것이고 어긋나면 역사도 어긋날 것이다. 사람의 마음은 단순해서 씨를 뿌리면서 거두는 일까지 감당하고 싶어 한다. 그런 마음 자체를 부정할 필요는 없다. 그게 과도하게 나아가지 않도록 스스로 조심하고 제도적인 장치를 마련할 필요는 있다. 근본적인 관점에서 본다면 복음의 씨를 뿌리는 자와 거두는 자가 따로 있는 건 아니다. 뿌림과 거둠은 동시적 사건이다. 초기 기독교인들도 복음의 씨를 뿌리기만 한 게 아니라 거두기도 했고, 요한복음 공동체에 속한 사람들도 열매를 거두기만 한 게 아니라 동시에 계속 뿌렸다. 그런 전통이 오늘 우리에게 이어졌으며, 오늘 우리도 그런 전통을 다음 세대에 물려줘야한다. 그런 방식의 복음의 역사는 흘러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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