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 어록(046) 3:19

 

그 정죄는 이것이니 곧 빛이 세상에 왔으되 사람들이 자기 행위가 악하므로 빛보다 어둠을 더 사랑한 것이니라.”

 

정죄, 악이라는 단어가 파렴치한 행동을 가리키는 것으로 보일 수 있겠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그런 것이라면 성경은 도덕 교과서로 떨어진다. 성경은 궁극적인 생명에 대한 경험과 희망을 문자로 기록한 것이지 인간의 윤리적 기준과 행동 규범을 제시한 것은 아니다. 여기서 말하는 죄와 악은 생명의 빛이신 예수를 거부하는 것을 가리킨다. 당시 종교 엘리트인 유대교 고위층과 정치 엘리트인 로마 권력자들이 바로 예수를 거부한 자들이고, 따라서 어둠을 사랑한 자들이다.

요한복음 기자를 비롯해서 초기 기독교인들은 유대 종교와 로마 정치와 헬라 정신을 왜 악이라고 주장했을까? 고급한 종교와 정치와 정신(문명)이 인간 삶에서 최고 가치를 구현한다는 사실은 근본적으로 부정될 수는 없지 않은가. 다른 한편으로 훗날 기독교는 로마 정치와 문명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였다. 로마 제국의 국교가 되어서 온갖 혜택을 다 누렸다. 성직자들은 군대 의무가 면제되었고, 교회당과 수도원을 건축하기 위한 땅과 건축 자재를 로마 제국으로부터 제공받았다. 앞뒤가 맞지 않은 태도를 교회가 보인 것이다. 처음에는 세상 문명을 배척하다가 나중에는 영합했다는 말인가.

기독교와 세상의 관계는 복잡 미묘하다. 교회가 세상을 부정할 때도 있었고, 일치될 때도 있었고, 긴장관계를 유지할 때도 있었고, 교회가 세상을 포괄한다고 생각할 때도 있었다. 요한복음 기자는 배척하는 입장이다. 이런 문제를 잘 다룬 책이 리처드 니이버의 그리스도와 문화(Christ and Culture). 기독교 윤리학의 고전에 속한다.

세상 사람들이 빛보다 어둠을 더 사랑했다는 요한복음 기자의 진술은 표면적인 선악의 평가 문제가 아니라 세상의 본질에 대한 것이다. 세상은 아무리 선하고 고상해도 결국은 무상하고 허무하다. 연인들도 시간이 지나면서 꽃이 시들 듯이 머지않아 싫증을 낸다. 열정에 불타던 예술가들의 혼도 시들해진다. 없어질 것들을 절대화하면 그것이 곧 죄다. 이로 인해서 생명을 잃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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