짐을 내려놓아야...

조회 수 3185 추천 수 6 2010.04.24 23:22:44

 

     그대는 누구요? 신학생이오, 전도사요, 젊은 목사요? 그대는 남의 영혼 구원을 위해서 보름을 받은 사람이오? 교회 일에 평생 충성을 다 하는 평신도시오? 내 그대에게 하고 싶은 말은 한 가지요. 남의 짐을 들어줄 생각을 하지 말고 자기 짐이나 열심히 지는 연습을 하시오. 자기 짐이 무거우면 남의 짐을 들어줄 수도 없소.

     내가 보기에 한국의 많은 목사들과 교회 지도자들은 무거운 짐에 눌려 있소이다. 자신이 감당할 수 없는 큰 짐을 지고 끙끙대고 있소이다. 10 킬로그램의 쌀자루도 지기 힘든 열 살짜리 아이가 30 킬로그램 쌀자루를 진 형국이오. 이런 경우가 얼마나 많은지 모르오. 쉽게 말하리다. 교회에서 집사, 권사, 장로, 또는 교사, 성가대원, 구역장 등등의 직책이 남발되고 있소. 물론 목사라는 직책도 마찬가지요. 기독교 신앙을 알지도 못하고 경험하지도 못한 채 단순히 직책에, 또는 이러저런 인간관계에 묶여서 신앙생활을 하는 거요. 그것이 본인에게 무거운 짐이라는 사실이 들통 날까 안절부절못하오. 물론 겉으로는 그런 내색을 하지 않소. 내색을 하지 않으려고 무던히 애를 쓰고 있소. 그게 안쓰러워 보이오.

     그대는 ‘자기 십자가를 지고 나를 따르라.’는 주님의 말씀을 근거로 힘들지만 자기 짐과 남의 짐을 지고 가는 게 옳은 신앙이 아니냐, 하고 묻고 싶을 거요. 아무도 부담스러운 일을 하지 않는다면 도대체 교회 일이나 주님의 일을 누가 하느냐고 말이오. 옳소. 때로는 힘이 들어도 해야 할 일이 있소. 그러나 이런 말씀을 착각하면 안 되오. 자기가 감당할 수 없는 일까지 감당해야 한다는 뜻이 아니오.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이 있고, 없는 일이 있소. 자기가 들 수 있는 무게가 있고, 없는 무게가 있소. 들 수 없는 무게를 억지로 들면서 “당신은 힘이 좋군.” 하는 칭찬에 취해 있는 사람의 모습은 좀 우습소.

     이 문제는 기본적으로 신앙의 본질이 무엇이냐 하는 질문과 연관되오. 신앙은 가벼움이오. 짐을 내려놓는 것이오. 주님은 모든 짐을 내려놓으라고 말씀하셨소. 그 짐은 종교적인 짐이었소. 신앙을 짐으로 생각하는 이들이 많소. 힘들어도 억지로 헌금하고 시간을 내고 봉사하고 있소. 본인이 힘들면 결국 옆 사람을 힘들게 하는 법이라오. 한국교회에 싸움이 왜 많은지 알겠소? 스스로 감당할 수 없는 짐을 지고 있기 때문이오. 그래서 옆에서 살짝만 건드려도 비틀거리고, 그러다가 결국 넘어지오. 자기의 삶이 가벼우면 웬만해서는 싸우지 않소. 옆에서 건드려도 웬만해서는 흔들리지도 않고, 넘어지지는 더욱 않소.

     그대는 주님을 위해서 너무 큰일을 할 생각을 아예 하지 말기 바라오. 우리가 주님을 위해서 할 일은 별로 없소. 오히려 주님이 우리를 위해서 모든 일을 하셨다오. 다시 말하지만 그대의 능력에 벅찰 정도로 너무 많은 일로 염려하지 마시오. 가능하면 내일 일까지 끌어들여 염려하지 않도록 하시오. 그게 쉽지는 않겠지만 말이오. 부디 그대의 짐을 내려놓고 가벼운 영혼으로 살아가시오. 자기 삶이 가벼운 사람만이 실제로 옆 사람을 도울 수 있소. (2010년 4월24일, 토요일, 그렇고 그런 날씨, 그러나 오직 한번 뿐인 날씨)


[레벨:9]용남군

2010.04.25 00:52:00

아멘입니다.

[레벨:10]차성훈

2010.04.25 00:56:16

한편으로는 시스템의 문제지요.

[레벨:16]맑은그늘

2010.04.25 03:50:40

선지자의 외침이군요.

[레벨:2]맑은사람

2010.04.25 06:37:27

권면하지 않아도 앞으로 나아갈수있는 마음을 모두다 갖고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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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17]강병구

2010.04.26 00:56:18

와~~~

[레벨:4]하나님나라

2010.04.26 09:39:00

목사님의 말씀이  힘이 됩니다.

어쩌면 내가 너무 큰 짐을 지고

살아가고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목사님 말씀처럼

본질에 벗어난 것이

쓸데없는 짐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본질에 벗어난 짐을 내려 놓아야겠습니다.

그리고 내가 감당할 수 있을 만큼의 짐을 지고..............

(사실 내가 감당할 수 있는 짐이 얼마되지는 않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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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37]paul

2010.04.26 11:47:02

목사님의 말씀 듣고 움찔했습니다.

목산님의 말씀은 억지로 남을 의식해서 짐을 지고 그것이 마치 그리스도인으르써 충실한 마냥 행세하는 사람이나 자신에게 주어진 짐을 지지 않고 뺀질 거리는 사람 모두에 대한 따끔한 충고라 생각됩니다.

우리가 그리스도 안에서 성령으로 자신에게 주님께서 주어진 만큼 사명을 감당할때 그것은 짐이 아니요 축복이라고 봅니다.


목사님의 짐 이야기를 들으니 미션 영화의 한 장면이 생각나네요.

영화에서 주인공은 자신의 죄의 속죄 의미로 산 정상에 있는 인디언 마을에 가면서 한 꾸러미의 무거운 자신이 노예 사냥꾼 때 사용했던 짐을 지고 올라가죠. 옆에서 신부도 말리지 못하고 바라만 보고 있는데 인디어 소년이 그 끈을 가볍게 끊어 버리자 그는 울어 버리죠.

[레벨:18]눈꽃

2010.04.26 11:50:37

  ㅡ 자기가 들 수 있는 무게가 있고, 없는 무게가 있소. 들 수 없는 무게를 억지로 들면서 “당신은 힘이 좋군.” 하는 칭찬에 취해 있는 사람의 모습은 좀 우습소. ㅡ

 

목사님의 글을 읽고 있으면 가끔 섬뜩할 정도로 제 생각과 일치하는 면이 많습니다.

공감 만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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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5]김재학

2010.04.29 08:59:24

목사님..

저는 한 교회에 부목사로 사역하는 사람입니다.

오늘 교역자 회의에서 담임 목사님께 더 많은 짐을 지지 않는 것에 대해 질책을 받고 돌아왔습니다. 

열정이 없다고 나무라시더군요.

그리고 제가 맡은 부서의 사람들에게 더 많은 짐을 지우지 않는 것 또한 나무라셨습니다.

성도들에게 가능한한 많은 짐을 지우고 그 짐을 잘 이고 갈 수있도록 돕는 것이 리더쉽이라 했습니다.

저는 리더쉽도 없는 목사가 된 것입니다.


저도 목사님의 말씀에 백번 동감합니다.

주님이 우리의 짐을 덜어주신 것을 성도들에게 알게하는 것이 목사의 사명이라 생각해왔습니다.

부목사로써 그 사명을 꿎꿎히 잘 해나갈 수 있을지 고민이 됩니다..


정 목사님..

아픈 상처를 씻어주시는 귀한 말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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