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주 금요일인 15일 하양에서 원당으로 이사를 간다. 집짓기 진도가 늦어져서 이사를 좀 미루고 싶었지만 그게 잘 되지 않아 어쩔 수 없이 가야 한다. 앞으로 일주일 정도의 여유가 있는데, 집짓기가 어느 정도 마무리가 될지 나는 전혀 감을 잡을 수 없다. 되면 되는대로, 안 되면 안 되는대로 일단 옮겨야 한다.
목사들은 대개 교회를 옮길 때 이사를 간다. 나도 그랬다. 그런데 이번에는 교회를 옮기는 게 아닌데 이사를 간다. 이상하게 들릴지 모르겠으나 죽을 준비를 하러 간다. 죽을 준비는 땅과 친해지는 거다. 땅, 벌레, 무덤, 하늘, 별, 꽃과 나무, 새, 과일나무 등과 친해지는 거다. 그런 준비를 위해서 꼭 시골로 들어가야 한다는 말은 아니다. 도시에서도 얼마든지 가능하다. 신앙의 깊이만 알아도 가능하다. 나는 우연하게 시골을 선택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져서 들어가는 것뿐이다. 내 수명이 얼마나 남았을지 모르지만 거기서 죽지 않을까 생각한다. 완전히 흙이 되어도 아무런 두려움과 아쉬움이 없을 영성을 머리로가 아니라 몸으로 익히기 위해서 이렇게 이사하게 되었다. 부러워할 것도 없고, 안타깝게 생각할 것도 없다.
목사님!..
요즘들어 부쩍 샘터교회와 대화를 하는것 같습니다.
목사님 덕분에 매일묵상을 보면서 눈으로 먹는 보약이 글이라는걸 배웁니다.
땅과 친해지는 기운이 제가 있는곳까지 느껴질만큼 목가적인 분위기가 아롱아롱합니다..
볕이 좋은날은 자박자박 걷고 싶기도 하구요...
박완서 작가님이 땅처럼 후한 인심은 없다고.. 뿌린것에 백배 천배의 이자를 붙혀 갚아주는게 땅의 마음이라구요.
그리고 씨를 품은 흙의 기척은 부드럽고 따숩다고 하잖아요..
신랑이 허락치 않아 목사님처럼 자연으로의 삶은 아마도 평생 꿈꾸지 못할꺼 같아요..
그래서 많이 부럽습니다..
그저 소박하게.. 질퍽한 그릇처럼 꾸밈없이 자연에서 살아보고 싶습니다..
저두 입택 축하드립니다..^*^
사람이 죽는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지만
그래도 말이 씨가 될까 걱정입니다. ㅋㅋ
부디 목사님은 오래 사셔야 하니까요.
새 집에서 새로운 글들이 더 많이 쏟아져 나오기를 바랍니다.
미리 땡겨서 입택을 축하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