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 준비(1), 3월6일(수)

조회 수 3168 추천 수 1 2013.03.06 23:17:23

 

   다음 주 금요일인 15일 하양에서 원당으로 이사를 간다. 집짓기 진도가 늦어져서 이사를 좀 미루고 싶었지만 그게 잘 되지 않아 어쩔 수 없이 가야 한다. 앞으로 일주일 정도의 여유가 있는데, 집짓기가 어느 정도 마무리가 될지 나는 전혀 감을 잡을 수 없다. 되면 되는대로, 안 되면 안 되는대로 일단 옮겨야 한다.

   목사들은 대개 교회를 옮길 때 이사를 간다. 나도 그랬다. 그런데 이번에는 교회를 옮기는 게 아닌데 이사를 간다. 이상하게 들릴지 모르겠으나 죽을 준비를 하러 간다. 죽을 준비는 땅과 친해지는 거다. 땅, 벌레, 무덤, 하늘, 별, 꽃과 나무, 새, 과일나무 등과 친해지는 거다. 그런 준비를 위해서 꼭 시골로 들어가야 한다는 말은 아니다. 도시에서도 얼마든지 가능하다. 신앙의 깊이만 알아도 가능하다. 나는 우연하게 시골을 선택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져서 들어가는 것뿐이다. 내 수명이 얼마나 남았을지 모르지만 거기서 죽지 않을까 생각한다. 완전히 흙이 되어도 아무런 두려움과 아쉬움이 없을 영성을 머리로가 아니라 몸으로 익히기 위해서 이렇게 이사하게 되었다. 부러워할 것도 없고, 안타깝게 생각할 것도 없다.


[레벨:17]아우

2013.03.07 00:02:46

목사님~
사람이 죽는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지만
그래도 말이 씨가 될까 걱정입니다. ㅋㅋ
부디 목사님은 오래 사셔야 하니까요. 
새 집에서 새로운 글들이 더 많이 쏟아져 나오기를 바랍니다.
미리 땡겨서 입택을 축하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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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100]정용섭

2013.03.07 08:47:53

갈매기 님,
오래 살라고 하셨으니
가능한 건강을 잘 챙겨보겠습니다.
그래도 죽음의 차례를 거스를 수는 없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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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5]웨하스의자

2013.03.07 02:26:20

목사님!..
요즘들어 부쩍 샘터교회와 대화를 하는것 같습니다.
목사님 덕분에 매일묵상을 보면서 눈으로 먹는 보약이 글이라는걸 배웁니다.
땅과 친해지는 기운이 제가 있는곳까지 느껴질만큼 목가적인 분위기가 아롱아롱합니다..
볕이 좋은날은 자박자박 걷고 싶기도 하구요...

박완서 작가님이 땅처럼 후한 인심은 없다고.. 뿌린것에 백배 천배의 이자를 붙혀 갚아주는게 땅의 마음이라구요.
그리고 씨를 품은 흙의 기척은 부드럽고 따숩다고 하잖아요..
신랑이 허락치 않아 목사님처럼 자연으로의 삶은 아마도 평생 꿈꾸지 못할꺼 같아요..
그래서  많이 부럽습니다..
그저 소박하게.. 질퍽한 그릇처럼 꾸밈없이 자연에서 살아보고 싶습니다..

저두 입택 축하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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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100]정용섭

2013.03.07 08:50:10

세현맘 님의 주례를 내가 섰으나
그동안 대화할 기회가 별로 없었는데,
이렇게 매일묵상으로 그런 기회가 왔네요.
좀 기다려봐요.
이 화백도 생각이 달라질지 모릅니다.
아이들이흙을 친구처럼 알고 자라야 할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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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23]모래알

2013.03.07 07:10:53

저는 목사님이 마구 부러운걸요.
흙과 친해질 수 있는 내 집으로 이사를 하실 수 있다니..
이사준비가 만만치 않으시겠지만..
즐거움으로 하실 줄 알아요.
원당일기도 계속 쓰셔야죠?
언제 한번 가봐야 할 텐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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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100]정용섭

2013.03.07 08:54:59

모래알 님의 닉네임 자체가 흙과 하나이니
내 이사를 부러워할 까닭이 어디 있겠어요.
원당일기를 써야겠지요.
죽음에 대한 주제가 많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삶이 죽음을 준비하는 것이니,
그리고 죽음에 가깝게 살아야
삶을 이해할 수 있으니
나이도 들고 거처도 옮기게 되어
이차저차로 죽음을 생각하게 됩니다.
고국 방문길에 한번 들리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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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20]굶주린 늑대 

2013.03.07 10:47:40

앞으로 元堂 에서 源堂 을 묵상하시겠네요! 

源堂 묵상하시려면 주님 오실때까지 하셔야 할겁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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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100]정용섭

2013.03.07 23:09:37

ㅎㅎ 주님 오실때까지 묵상하러
원당으로 들어가는 것 맞군요.

[레벨:18]눈꽃

2013.03.07 16:14:10

흙과 가까이서 살게 되신 것 축하드립니다.
자연에서 길어올리는 묵상글도 기대됩니다.
자연에서 사는 것이 꼭 시골 생활만을 의미 하지 않는 다는 . . .

우리가 사는 곳 어디에나 하늘도 있고 별도 구름도 바람도
꽃도 곤충도. . 시골과 도시의 차이는 질의 차이겠죠?
그래서 어디에 사느냐는 그렇게 중요하지만은 않다고 생각합니다.

 "한 알의 모래에서 세계를 보고 한송이 들꽃에서 천국을 보라
그대의 손바닥 안에 무한을 쥐고 한순간 속에서 영원을 보라."
월리암 블레이크의 <순수의 전조>가 생각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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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100]정용섭

2013.03.07 23:11:55

그렇지요.
시골에 살아도 마음이 공허할 수 있고,
도시에 살아도 충만할 수 있습니다.
근본만 분명하다면 어디 살든,
감옥에 갇혀도 아무 문제가 아니지요.
평범한 사람들은 그래도 환경에 영향을 많이 받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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