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3월13일 가이사의 것과 하나님의 것(4)
이에 예수께서 이르시되 가이사의 것은 가이사에게, 하나님의 것은 하나님께 바치라 하시니 그들이 예수께 대하여 매우 놀랍게 여기더라.(12:17)
바울은 로마서 13:1-7절에서 기독교인과 세속 정부와의 관계에 대해서 언급했습니다. 백성들은 권세에 복종해야 하며, 권세를 갖고 있는 사람은 선과 악을 분명하게 구별할 줄 알아야 한다고 충고했습니다.
지난 군사독재 시절에 이 말씀에 근거해서 군사 독재정권이라고 하더라도 복종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설교자들이 제법 많았습니다. 이런 주장은 바울에 대한 오해입니다. 바울이 말하려는 것은 악한 권력의 정당성 여부가 아닙니다. 그 이유는 두 가지입니다. 첫째, 이 말씀은 세속 권력이라 하더라도 결국 하나님의 권한에 속해 있다는 사실에 대한 강조입니다. 하나님이 창조자이며, 역사를 섭리해 가시는 분이거든요.
둘째, 바울이 복종해야 한다고 말하는 그 권력은 지방 치안을 유지하는 힘을 말하지 이데올로기가 된 로마 권력이 아닙니다. 치안 질서는 기독교 선교에서 없어서는 안 될 요소였습니다. 만약 지방 정부가 법으로 사회 질서를 유지하지 않는다면 기독교인들은 설 자리가 없었습니다. 사도행전의 보도에 따르면 바울을 위기에서 보호해준 이들이 바로 로마의 지방 관리들이었습니다.
여기에는 더 근본적인 차원에서 정치 철학의 문제가 남아 있습니다. 무질서보다는 악한 것이라 하더라도 질서가 민중들을 더 보호할 수 있다는 사실입니다. 이것을 우리는 미국의 이라크 전쟁에서 찾아볼 수 있습니다. 이라크의 후세인은 악한 지도자였습니다. 그를 제거하면 이라크가 민주화되고 민중들의 삶이 좋아질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실제의 상황은 전혀 그렇지 못했습니다. 후세인이 제거된 이라크는 무법천지가 되었고, 그 와중에 수많은 사람들이 희생되었습니다. 이런 문제는 현재의 북한과도 연관됩니다. 이 현실 세계에서 무정부는 힘이 없는 민중들의 삶을 파괴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