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3월14일 가이사의 것과 하나님의 것(5)


이에 예수께서 이르시되 가이사의 것은 가이사에게, 하나님의 것은 하나님께 바치라 하시니 그들이 예수께 대하여 매우 놀랍게 여기더라.(12:17)


우리가 논의하고 있는 가이사의 문제와 연관해서 마틴 루터의 유명한 신학 명제가 있습니다. 소위 ‘두왕국론’(Zweireichlehre)입니다. 이 두왕국론은 거슬러 올라가서 어거스틴의 <하나님의 도성>이 말하는 것이며, 어제 묵상의 주제로 삼은 바울의 로마서 13장과 연결되는 내용입니다.

루터가 말하는 ‘두왕국’이란 교회의 질서와 세속의 질서, 영의 질서와 육의 질서입니다. 세속과 육의 질서를 하나님의 질서와 충돌하는 것으로 보면 곤란합니다. 모두가 하나님의 통치에 놓여 있습니다. 다만 교회와 세속의 통치 방식이 다르다는 것입니다. 신앙의 세계와 과학의 세계가 다른 방식으로 움직이는 것과 같습니다. 정치를 영적인 질서로 운용할 수는 없는 노릇입니다. 신앙의 세계에서는 살인자라고 하더라도 회개하면 그대로 받아들여야 하지만 정치적으로는 일정한 대가를 받게 해야 합니다.

지난 역사에서 루터의 두왕국론은 반동적 신학이라는 비판을 받았습니다. 루터가 뮌처와 대립해서 농민전쟁을 반대한 것을 두고 그렇게 말합니다. 루터가 프레드릭 선제후의 도움을 받았으며, 꾸준하게 영주들과 가까운 관계를 맺었다는 점에서 정치적인 보수주의자라고 말할 수는 있지만, 신학을 그런 정치적인 잣대로 무조건 재단할 수는 없습니다. 농민들과 영주들과의 충돌이 결국 농민들의 일방적인 패배로 끝날 게 뻔한 상황에서 농민전쟁을 지지할 수는 없는 일입니다. 

예수님은 가이사의 것은 가이사에게, 하나님의 것은 하나님께 바치라고 말씀하셨습니다. 하나님의 직접적인 통치가 시작되기 이전의 이 현실에서는 일정한 정치적인 메커니즘을 인정할 수밖에 없습니다. 더 큰 악을 막기 위한, 일종의 필요악으로서의 가이사의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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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41]새하늘

2009.03.14 16:25:13

이 구절을 가지고 여러가지 스펙트럼을 보여 주시네요.
루터의 이 문제는 사랑채에서 많이 나누었던 부분이어서 생각이 많이 나게 합니다.
좋은 주말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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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100]정용섭

2009.03.14 23:42:50

새하늘 님,
요즘은 산에 안 가요?
현재 직업을 유지하면서도
산에서 활동할 수 있는 시간을 늘릴 수 있는 길은 없을까요?
산이 그렇게 좋은 사람이라면
산에서 살아야 하는데,
옆에서 보기에 좀 안 돼 보여서요. 흠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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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41]새하늘

2009.03.15 21:43:08

목사님의 통찰력에 두 손 들었습니다.
그래도 시간만 나면 청주 인근 산행을 하면서, 기본적인 체력을 기르고 있습니다.
조만간에 포토갤러리에 가벼운 산행 사진 올리겠습니다.
기대하시기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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