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30일 배고픈 예수

조회 수 1999 추천 수 0 2009.01.29 23:57:36
 

2009년 1월30일 배고픈 예수


이튿날 그들이 베다니에서 나왔을 때에 예수께서 시장하신지라.(11:12)


막 11:12-14절에는 조금 이해하기 어려운 이야기가 나옵니다. 예수님이 무화과나무를 저주하셨다는 겁니다. 이게 사실일 가능성은 그렇게 높아 보이지 않습니다. 더 정확하게 말하면 이런 비슷한 사건이 일어났다 하더라도 마가복음 기자가 전한 내용과 똑같은 건 아니었을 겁니다. 병행구인 마태 21:18-22절과 비교하면 성서기자들의 집필 의도를 어느 정도 따라갈 수 있습니다. 그 문제는 뒤에서 생각합시다.

마가와 마태는 이 사건의 시작을 조금 희극적으로 보도합니다. 예수님이 시장했다는 겁니다. 그래서 무화과나무에서 먹을 걸 찾았다는 군요. 목마른 사람이 물을 찾고 배고픈 사람이 먹을 걸 찾는다는 건 만고의 진리이니 예수님이 무화과 열매를 찾았다는 건 이상할 게 하나도 없습니다. 그렇지만 예수님을 하나님의 아들로 믿는 우리 기독교인들에게 이런 장면은 낯설어 보입니다. 설령 배가 고팠다고 하더라도 참고 있을 일이지 당장 먹을 걸 찾다니, 체통이 없어 보입니다.

성서기자들은 약점으로 작용할 수도 있는 예수님의 인간성을 왜 감추려고 하지 않았을까요? 그건 이상할 게 전혀 없습니다. 성서기자들의 신앙을 신학적으로 체계를 세운 교부들은 예수님을 참 신, 참 인간이라고 인식했습니다. 예수님에게는 이 두 본성이 혼합되지 않는 방식으로 하나의 정체성을 이룬다고 말입니다. 여기서 ‘참 인간’(vere Homer)에 주목해야 합니다. 예수님은 지금 우리와 똑같이 온전한 인간이었습니다. 그는 지금 우리의 모든 인간적 조건과 한계를 그대로 안고 사셨습니다.

예수님이 배가 고프셨다면 외로운 적도 많았겠지요. 예루살렘 종교지도자들과의 충돌이 두렵기도 했겠지요. 오죽했으면 하나님이 자신을 버렸다는 생각까지 했겠습니까. 배가 고프신 그 예수님이 바로 우리의 구원자시랍니다.


[레벨:4]알고파

2009.01.30 12:00:51

'아래서부터의 그리스도론'이란 단어를 어느 책에서 읽은 기억이 납니다.
우리는 그동안 '위로부터의 그리스도론'에 익숙했었고
정해진 교리를 받아들이느냐 마느냐의 문제에 머룰러 있었던 것 같습니다.
인간예수로부터 시작해서 메시아의 의미를 찾아가야 할 것 같은데
이런식의 접근은 참람하게 여겨지는 분위기가 지배하는 것 같습니다.
좀 더 자신에게 솔직해질 필요가 있을 것 같아요..
어떻게 보면 예수의 프리미엄(?)이 없어져야 진정한 예수를 찾을 수 있을 것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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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100]정용섭

2009.01.30 14:34:08

알고파 님,
재미 있는 표현이군요.
프리미엄 없는 예수를 찾자는 말이요.
아래로부터와 위로부터의 그리스도론은
대립하는 게 아니라
변증법적 긴장을 이루고 있는 거겠지요.
한쪽이 무너지면 예수의 정체성 자체가 무너질 텐데,
오늘 한국교회는 그 중심에서 조금 비켜 서 있는 거 같네요.
우리 기독교인들도 구원의 프리미엄을 포기해봅시다.

[레벨:4]알고파

2009.02.01 20:32:02

맞습니다. 목사님,
한국교회는 구원에 대해서는 피조물이 아닌
하나님의 자리에서 다른 사람들을 판단하고자 하는 것 같습니다.
예수를 믿는 것이 아닌
자신의 구원을 믿는 종교가 되버린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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