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2월10일 무화과나무의 죽음
그들이 아침에 지나갈 때에 무화과나무가 뿌리째 마른 것을 보고 베드로가 생각이 나서 여짜오되 랍비여 보소서 저주하신 무화과나무가 말랐나이다.(11:20,21)
유월절 축제를 지키기 위해서 갈릴리에서 먼 길을 돌아 예루살렘에 도착한 예수님 일행은 예루살렘을 드나들고 있는 중입니다. 예루살렘에 딱히 머물 곳이 없었을 것이며, 대신 베다니에 숙소가 마련된 탓이었을 겁니다. 예수님이 저주를 내린 무화과나무는 베다니, 혹은 베다니에서 예루살렘으로 오는 중간에 있었을 겁니다. 예수님 일행이 다시 예루살렘을 나와서 베다니로 가는 길에 이 무화과나무를 보았는데, 놀랍게도 뿌리째 말라버렸습니다. 그 사실을 베드로가 예수님에게 일렀습니다.
아침에 영원히 열매를 맺지 못한다는 저주의 말을 들은 무화과나무가 저녁에 말라버리다니요. 복음서기자는 도대체 무엇을 말하려고 이런 사실을 전하려는 걸까요? 더 근본적으로 이게 사실일까요? 두 번째 질문은 별로 의미가 없습니다. 왜냐하면 그걸 알아낼 재간이 없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그것이 사실이 아닐 수도 있다는 말인가, 하고 이상하게 생각할 분들도 있겠지요. 복음서에는 역사적 사실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것들도 있습니다. 그렇지 않는 것들이라고 해서 의미가 없는 게 아닙니다. 그 모든 것은 예수님에 대한 복음서 공동체의 경험과 신앙과 해석이라는 점에 중요한 이야기들입니다.
무화과나무에게 열매를 얻지 못하자, 예수님이 저주를 내리신 앞서의 이야기(막 11:13)에서 이미 말씀드렸지만 무화과나무는 이스라엘의 가리킵니다. 그들은 열매를 맺지 못했습니다. 그들은 하나님을 바르게 믿지 못했습니다. 그들은 말라버린 무화과나무와 같은 운명을 걸을 수밖에 없습니다. 이렇게 복음서기자는 자신들의 신앙과 그 역사 경험에 근거해서 예수님의 공생애 사건을 재구한 것입니다. 하나님 믿음이 없으면 말라죽는다고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