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2월11일 하나님을 믿으라
예수께서 그들에게 대답하여 이르시되 하나님을 믿으라.(11:22)
무화과나무가 말랐다는 베드로의 보고를 받은 예수님은 뜬금없는 말씀을 하셨습니다. “하나님을 믿으라.” 아침에 저주를 받은 무화과나무가 저녁에 말랐다는 사실과 하나님을 믿는 것과 대체 무슨 상관이 있다는 말씀일까요?
그 대답은 어제의 묵상에서 이미 주어졌습니다. 무화과나무는 이스라엘을 가리킵니다. 그들은 열매를 맺지 못했습니다. 하나님을 바르게 믿지 못한 것입니다. 그런 이스라엘은 말라버린 무화과나무와 다를 게 없으며, 그런 운명에 처하게 될 것입니다. 이게 과연 옳은 진단일까요?
이스라엘 민족은 성서의 역사에서 볼 때 하나님을 가장 바르게 믿은 민족이었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그들은 스스로 하나님이 선택한 백성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실제로 그들의 종교적 전통은 타의 추종을 불허했습니다. 그들이 인류에게 전해준 정신 유산도 놀랍습니다. 안식일 제도와 예언자들의 영성은 아무리 칭찬해도 과하지 않을 정도입니다.
그러나 그것 자체가 믿음의 척도는 될 수 없습니다. 거꾸로 그런 것들이 많을수록 하나님을 향한 믿음이 축소될 수 있습니다. 아이러니이지만, 믿음의 모양이 화려할수록 믿음의 능력이 부족할 경우가 많습니다. 당시 이스라엘의 종교는 이미 화석화되어서 생명을 잃기 시작했습니다. 생명을 살려야 할 안식일이 오히려 생명과 무관한 절대 규범으로만 작동되었습니다. 이런 상태에서는 믿음이 질식당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스라엘에서 이런 일이 일어난 이유는 종교행위와 하나님을 향한 믿음이 구별된다는 사실을 사람들이 별로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오늘 우리에게도 그대로 적용되는 말입니다. 우리는 다양한 신앙 프로그램에 익숙한 채 하나님을 믿는 것에 대해서는 별 관심이 없이 살아가는 건 아닌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