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17일 자리(2)

조회 수 1772 추천 수 2 2008.12.16 23:31:41
||0||02008년 12월17일 자리(2)

여짜오되 주의 영광중에 우리를 하나는 주의 우편에, 하나는 좌편에 앉게 하여 주옵소서.(10:37)

자신의 영적 훈련을 위해서 ‘자리’를 남에게 넘겨주자는 어제 묵상의 마지막 문장이 너무 이상적이라고, 그래서 현실적이지 못하다고 생각하는 분들도 있을 겁니다. 아무리 신앙훈련이 중요하다고 하더라도 어느 정도 신앙의 연륜이 쌓이면 나름으로 교회에서 자리를 차지하고 있어야 체면이 선다고 말입니다. 그런 탓인지 장로가 되기 위한 이전투구도 심심치 않게 벌어집니다. 정상이 아닙니다. 비정상이 정상처럼 작동되는 한국교회는 도대체 무엇이란 말인지요.

위의 현실론은 기독교 신앙의 중심을 알지도, 경험하지도 못했기 때문에 나온 주장입니다. 만약 교회가 친목단체라고 한다면 자리의 알력이 일어날 수도 있겠지요. 교회는 그게 아닙니다. 교회는 순전히 종말론적 메시아 공동체입니다. 익숙한 표현으로, 십자가의 신비로 들어가는 공동체거든요. 자리를 맡는다는 것은 다른 사람보다 더 큰 십자가를 진다는 의미인데, 그걸 위해서 서로 경쟁한다는 게 말이 될까요?

제가 만약 평신도라고 한다면 가능한 교회에서 아무 일도 맡지 않은 채 조용히 경건생활에 힘쓰겠습니다. 전통적인 예전 예배에 정기적으로 참석하고, 일정한 시간에 성서를 읽거나 신학서적을 읽겠습니다. 더 이상 저에게 필요한 게 무엇일까요? 교회 활동도 최소한으로 한정할 겁니다. 나의 삶을 중요하지 않은 것으로 소비하고 싶지 않은 거지요.

지금 한국교회 신자들은 모든 삶을 거의 기계적이다 싶을 정도로 교회 일에 쏟아 붓고 있습니다. 교회 일에 휘둘리고 있습니다. 이건 분명히 자학입니다. 그러면서도 그 사태를 인식하지 못합니다. 그것이 신앙이라는 생각과 아울러 자리에 대한 미련이 크게 작용하는 건 아닐는지요.

[레벨:5]자유짱

2008.12.17 11:49:58

""교회일에 휘둘리고 있는 ~~~""
자신의 현재의 교회생활에 정확한 진단을 주셨어 감사 드립니다..
정말 자유짱(?)으로 살고 싶은 마음을 잘 표현해 주셨습니다.
내내 건강하십시요..

[레벨:7]priscilla

2008.12.17 16:29:14

자학에 길들여 왔던 시간을 내려 놓으려니 허전할것 같기도 하지만
이제 목사님의 말씀대로 조용한 묵상들로 채워나가겠습니다.

아울러 목사님의 `자리`에 대한 미안한 책임을 기도로나마 갚아드려야 할것 같네요.
지치지 마시고 쉼도 누리실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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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100]정용섭

2008.12.17 17:43:24

자유짱 님,
플라톤의 <동굴의 비유>가 있답니다.
동굴 안의 삶에 길들여진 사람은
동굴 밖의 자유가 무엇인지 도저히 이해할 수 있지요.
진리가 우리를 자유하게 한답니다.
대림절의 평화가 임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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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100]정용섭

2008.12.17 17:46:56

브리스길라 님,
지난 번 사진을 보니
뭐 좀 많이 드셔야겠던데요.
신랑 되는 분과 대조적인 모습이더군요.
저를 위해 독일에서 기도해 주신다니
감사드립니다.
제가 앞으로 활동하거나 살아 숨 쉴 수 있는 시간이 얼마나 될는지
잘 모르겠지만,
처음처럼, 마지막처럼
그렇게 현재에 충실해보도록 노력하겠어요.
대림절의 은총이 가족 모두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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