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2008년 11월16일 영생에 대한 질문(3)

예수께서 길에 나가실 새 한 사람이 달려와서 끓어 앉아 묻자오되 선한 선생님이여 내가 무엇을 하여야 영생을 얻으리이까? (막 10:17)

끝없이 순환하는 생명 메커니즘에서는 영생의 본질인 질적으로 새로운 시간을 경험할 수 없다는 어제 묵상의 마지막 문장을 보충해서 설명해야겠습니다. 일단 우리가 죽지 않을 수 있다고 상상해보십시오. 백 살, 천 살 만 살까지 계속 늙어갈 뿐이지 죽지 않는다고 말입니다. 우리 아래로 후손이 수천, 수만 명이 늘어날 겁니다. 또한 만 살까지 늙는다면 그 모습이 어떨지 도저히 상상이 가지 않는군요. 젊음과 아름다움을 행복의 기준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이런 극단의 늙음은 오히려 저주에 가까울 겁니다.

의학기술이 발전하면 늙지 않고 영원히 사는 길이 열린다고 생각하는 분들도 있겠지요. 지금의 20대 탤런트와 같은 젊음과 미모를 자랑하면서 만 살의 나이로 삶을 구가한다면 사람들이 정말 행복할까요? 그걸 우리가 실제로 경험해보지 않았기 때문에 행복하다 아니다, 하고 결정적으로 대답할 수는 없겠지만 지금의 이 젊음과 생명이 상대화된다는 것만은 분명합니다. 우리가 늙기 때문에 젊음이 상대적으로, 우리가 죽기 때문에 살아있음이 상대적으로 귀하게 느껴집니다. 실제로 20살의 청년과 만 살의 노인이 겉으로 아무런 차이가 없는 세상이 된다면, 아마 우리는 우리의 삶을 견뎌내지 못할 겁니다.

우리가 생명을 경험한다는 것은 생명의 변화를 전제할 때만, 또는 생명 아닌 것을 전제할 때만 가능합니다. 늙거나 병들거나, 또는 반대로 건강하게 되는 변화에서만 생명을 실질적으로 경험할 수 있다는 뜻입니다. 생명, 즉 살아 있다는 것 자체가 바로 변화한다는 것을 의미하겠지요. 이 세상에서의 순환은 변화라고 할 수 없습니다. 평면적인 시간의 무한한 연장(延長)과 전혀 다른 차원의 변화만이 참된 생명의 충족 조건이 아닐는지요. 질적으로 다른 시간의 개입을 기독교는 종말이라고 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