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터(5)

조회 수 1147 추천 수 0 2017.10.07 20:06:59

107,

루터(5)

 

앞에서 짚은 대로 루터는 아우구스티누스 수도원에서 임지를 대학으로 옮긴 뒤에 집중적으로 성경을 연구하고 강의했다. 주로 시편, 갈라디아서, 로마서다. 물론 그 이전에 다른 성경 공부도 많았겠지만 이 세권은 신학생들에게 직접 강의한 것이라서 좀더 집중적으로 시간을 투자했을 것이다.

세상을 바꾸려는 사람은 먼저 자신이 바뀌어야 한다. 세상을 바꾸기 위해서 자신을 바꾸는 게 아니라 자신이 바뀌니까 저절로 세상을 바꾸게 되는 것이다. 루터가 바로 그랬다. 그는 1502년에 고향집으로 가다가 뇌성벽력을 만나서 살려주기만 하면 수도사가 되겠다는 서원을 했다고 한다. 그는 자기 구원에 집중한 사람이다. 아우구스티누스 수도사로 살면서도 붙든 주제는 영혼의 해방과 자유였다. 로마를 순례하기도 했다. 그는 결국 성경에서 해방과 자유, 즉 구원을 경험했다. 세계관과 신앙관이 완전히 바뀐 것이다. 단순히 바뀐 게 아니라 실제로 해방과 자유를 경험한 것이다. 그 경험은 절대적인 것이라서 그 어떤 것으로도 대체될 수 없었고, 어떤 강압 앞에서도 포기할 수 없었다. 그 단초가 바로 성경 공부였다.

한국교회 기독교인들만큼 성경에 몰두하는 나라의 기독교인들도 없다. 몰두한다기보다는 매달린다고 말하는 게 좋다. 성경이 우상처럼 받아들여진다. 성경문자주의가 완전히 한국교회를 지배한다. 그런 방식으로는 아무리 성경공부를 많이 한다고 해도 성경이 제공하는 해방과 자유에 이르지 못한다. 루터와 성경문자주의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다.

일전에 유튜브에 들어갔다가 삼일교회 목사 송태근 바르트 비판이라는 제목의 동영상을 잠시 보았다. 그는 성경에 대한 입장을 세 가지로 설명하면서 자유주의자들과 바르트주의자들은 잘못되었고, 자신들(합동측)만이 옳다고 주장한다. 근거를 딤후 3:16절에서 찾는다. ‘모든 성경은 하나님의 감동으로 된 것으로...’를 설명하면서 모든 성경을 강조했다. 디모데후서가 기록될 당시에 이미 있었던 구약과 앞으로 기록될 신약 전체를 가리킨다는 것이다. 비약이 심하다. 악의가 없는 속임수이기도 하다. 당시에는 구약도 정경으로 결정되기 전이었고, 신약은 397년에 이르러야 정경으로 완성된다.

딤후 3:16절을 루터 번역으로 보면 다음과 같다. ‘하나님으로부터 주어진 모든 성경은 ... 하기에 유익합니다.’ 이 문장은 읽기에 따라서 뉘앙스가 다르다. 하나는 모든 성경이 하나님으로부터 주어졌다는 사실을 강조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하나님으로부터 주어진 것인지 아닌지를 분별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구분까지 갈 필요도 없이 이런 구절을 근거로 성서에 대한 바르트의 입장을 비판한다는 것은 송 목사가 신학 전반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다는 걸 가리킨다. 평신도들은 신학의 전문가가 아니라 담임 목사가 저렇게 말하면 그런 줄로 안다. 담임 목사가 인격적이고 나름으로 개혁적이라고 하면 그런 말이 더 설득력을 얻는다. 성경 문자주의의 폐해다. 그 어떤 것보다도 성경문자주의를 벗어나는 것이 한국교회 개혁의 출발점이 될 것이다.


[레벨:14]Lucia

2017.10.07 21:13:27

가끔은 송목사님의 설교를 듣는데
계시록강의에서
비유 상징을 강조하셔서
제겐 설득력있게 들렸어요
무지한 성도로서는 참 이럴때
답답합니다.
해석해주는이가 제대로 못하는데
믿음의 진보는 어렵지요..ㅠ
육십육권의 성경도 모르는데
바르트나 학자들의 성경관을 알리없어요
평신도들도 공부해서 알아야겠지만
무지한 목회자들이 문제로 보입니다.
profile

[레벨:100]정용섭

2017.10.07 22:44:55

송태근 목사님은 건전한 성서문자주의자로 보입니다.

그런 정도로 가르쳐도 전반적으로 무난해 보이기는 하지만

그런 방식으로 성서와 기독교 영성의 중심으로 들어갈 수 있을지는

제가 볼 때 회의적입니다.

이번 통합측 총회가 동성애 문제에 대해 취한 태도를 보니

통합측 목회자들도 합동측과 크게 다르지 않더군요.

한 마디로 마녀 사냥과 다를 게 없고,

성경문자주의에서 한걸음도 나가지 못했어요.

바울이 뭐라 말했다, 하면 그게 그들에게는 문자적으로 진리가 됩니다.

그런 주장이 자가당착인 것은

바울은 오늘 우리가 볼 때 말이 안 되는 가르침도 했거든요.

여자들은 교회에서 조용해야 하고,

머리를 천으로 가려야 한다고도 했어요.

이런 가르침은 적당히 우회하면서

동성애에 대한 가르침만 절대적인 것으로 주장하는 게

웃기는 시츄에이션이지요.

이현령비현령 식으로 성경을 대하는 겁니다.

바울의 말이든지 예수의 말이든지

텍스트가 해석되어야 한다는 기초적인 사실을

한국교회는 외면하고 있습니다.

그게 속이 편하긴 하겠지만

세상을 정직하게 대하고 치열하게 살려는 세상 사람들로부터

외면당할 수밖에 없을 겁니다.

[레벨:15]은성맘

2017.10.08 06:23:21

목사님이 올린 위의 댓글..읽으면서 너무 공감이가네요.

저 역시 성경을 그저 읽고 또읽고..그러다 필사도 해보고..

큐티도 매일하고..이런과정 겪는중인데 읽을수록  모르는게

많고 또 궁금한게 많은데 성경에 대한 질문 자체가 '무엄한일'로 여겨지거나

'불순종 '혹은 '성경에 대한 믿음의 부족'으로 비춰지곤해서 참 힘듭니다

아는만큼 보이는 법인데 무조건읽는다고 되는게 아니란것을 시간이 지날수록 느끼게

됩니다.


profile

[레벨:100]정용섭

2017.10.08 08:05:34

성경문자주의에 오래 길들여지다보면

보통 사람들은 그게 편하게 느껴지고

눈 밝은 사람들은 불편하게 느껴집니다.

후자에 속한 사람들 중에서도

바른 길을 찾아서 기쁨을 누리는 사람들도 있고

성서 자체를 냉소적으로 바라보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은성맘 님은 앎의 기쁨을 찾아가는 분이시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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