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13일 민중 (1) -한과 욕망-

조회 수 2680 추천 수 32 2006.07.13 23:19:35
2006년 7월13일 민중 (1) -한과 욕망-

그러나 그 사람이 나가서 이 일을 많이 전파하여 널리 퍼지게 하니 그러므로 예수께서 다시는 드러나게 동네에 들어가지 못하시고 오직 바깥 한적한 곳에 계셨으니 사방에서 사람들이 그에게로 나아오더라. (막 1:45)

뜻하지 않은 일로 인해서 예수님은 동네에 들어가지 못하고 한적한 곳에 머물러 계셨습니다. 그러자 사람들이 사방에서 그에게 사방에서 몰려왔다고 합니다. 마가복음 기자는 지금 예수 그리스도와 그의 복음 사건은 아무리 한적한 곳으로 퇴각한다고 하더라도 사람들이 몰려들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지적하고 있습니다. 빛은 저절로 세상을 밝히는 것처럼 예수님은 사람들에게 드러날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나 엄정하게 말하면 이건 마가복음 기자의 해석일 뿐이지 실제로 그런 건 아닙니다. 예수님과 그의 복음에 대해서 관심을 기울였던 사람들은 그 당시에 별로 없었습니다. 고대의 역사가들이 예수님에 대해서 기록하지 않았다는 사실만 보더라도 이건 분명한 사실입니다. 아니 세속의 역사가에게 책임을 물을 것도 없습니다. 예수님이 매우 고독하게 십자가에 처형당했다는 복음서 기자의 증언에 따른다고 하더라도 예수님이 사람들의 주목을 끌었다고 보기는 힘듭니다.
그렇다면 마가는 지금 없는 이야기를 꾸며서 기록하고 있다는 뜻인가요? 그렇지는 않습니다. 그는 그 당시의 사실을 기록한 게 아니라 그 사실에 숨겨진 사건을 기록한 것입니다. 아직은 예수님이 별 볼일 없지만, 그래서 한적한 곳에 피신해 있지만 결국 사람들이 몰려들 것이라고 말입니다. 이런 마가의 역사 해석은 결국 옳게 판정이 났습니다. 지금 그리스도교의 모습을 보면 오늘 본문의 진술이 옳았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사방에서 사람들이 그에게 몰려들었다고 말입니다.
그러나 우리는 다른 한편으로 이렇게 몰려든 사람들이 누군가, 과연 그들이 예수님에 대해서 관심을 갖고 있는가에 대해서 한번 쯤 생각해야 합니다. 본문도 그들이 누구인지, 그들이 왜 한적한 곳까지 예수님을 찾아왔는지에 대해서 자세하게 설명하지 않습니다. 우리가 상식적으로만 본다면 그들은 오로지 나병환자에 얽힌 이야기에 흥미를 가진 사람들입니다. 종교적 호기심이겠지요. 그들도 나병환자와 같은 병을 앓고 있던지, 아니면 그와 비슷한 어려움을 갖고 있었겠지요. 그들은 나병환자를 고친 예수님을 만나서 자신들의 문제도 해결하고 싶다는 욕망으로 이렇게 한적한 곳까지 찾아왔습니다.
이들이 바로 우리가 보통 말하는 민중입니다. 그들은 기성 체제에서 소외된 사람들입니다. 만약 이 사람들이 재력가이거나 지식인들이었다고 한다면 이렇게 한적한 곳까지 찾아오지는 않았을 겁니다. 그들은 아무데도 의지할 데 없는 사람들이었기 때문에 물질과 지식과 권력과는 상관없는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예수님을 찾아왔습니다.
민중들에게는 두 가지 속성이 있습니다. 하나는 한(恨)이고  다른 하나는 욕망입니다. 한은 기득권층에 의해서 파괴된 삶의 응어리입니다. 과거에 머슴의 자녀로 태어난다는 건 곧 다시 그런 머슴의 운명을 진다는 뜻입니다. 이들의 삶은 주인에 의해서 파괴되었습니다. 북미의 흑인노예들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사람이 짐승처럼 팔렸습니다. 그들에게는 한이 응어리로 남아있습니다. 이런 한은 요즘도 여전합니다. 외국인 노동자들과 동성애자들이 한국에서 겪는 한은 하늘을 찌를듯합니다. 비정규직 노동자들도 역시 그렇습니다. 어느 순간에 실직할지도 모르며, 동일한 노동력을 제공하면서도 훨씬 적은 연봉을 받을 수밖에 없습니다.
또한 민중들에게는 모든 사람들에게 나타나는 욕망이 똑같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아마 이런 부분은 그들의 한이 풀린다고 해도 여전히 해결될 수 없는 부분일 겁니다. 한은 구조적으로 풀어야겠지만 욕망은 적절하게 제어되어야겠지요. 이런 민중의 모습은 바로 우리 자신일지 모릅니다.

주님, 우리는 왜 주님에게 나왔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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