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21일 신앙의 눈

조회 수 2141 추천 수 2 2008.10.20 23:17:40
2008년 10월21일 신앙의 눈

예수께서 거기서 떠나 유대 지경과 요단 강 건너편으로 가시니 무리가 다시 모여들거늘 예수께서 다시 전례대로 가르치시더니(막 10:1)

마가복음의 설명에 따르면 예수님은 이제 가버나움을 떠나서 예루살렘을 향해서 내려가는 중입니다. 예수님의 공생애를 가장 짧은 도표로 만든다면, 가버나움에서 제자들을 부르시고 하나님 나라를 선포하시다가 예루살렘으로 가시어 십자가에 처형당하셨다고 보면 됩니다. 그 기간을 보통 3년이라고 하지만, 정확한 건 아닙니다. 길게 잡아서 대략 2년여, 짧게 잡아서 1년 남짓으로 봐야합니다. 그의 공적 삶은 너무 짧았습니다. 그 짧은 기간에 도대체 무얼 할 수 있었을까요? 유대역사와 로마역사에 예수에 대한 기록이 나오지 않는 건 당연합니다. 그런 역사에 기록될 만큼 주목을 받지 않았을 테니까요.

오늘 우리 기독교인들이 오해하고 있는 게 바로 그것입니다. 예수님이 당대에도 정말 크고 놀라운 일을 하신 게 분명하다고 생각하는 이들이 많습니다. 수많은 병자를 고치고, 오병이어로 오천 명 이상을 배불리 먹이기도 하고, 귀신을 축출하는 등, 이스라엘을 쥐고 흔든 것처럼 말입니다. 예수님은 그런 일을 할 만한 시간적인 여유도 없었습니다. 그는 하나님 나라에 사로잡혀서 살다가 어처구니없게도 십자가에 처형당했을 뿐입니다.

그렇다고 해서 복음서의 진술이 모두 거짓말이라거나 과장된 것이라는 게 아닙니다. 그것은 신앙적인 것이지 사실적인 것이 아닙니다. 사실적인 진술은 죽은 것이라면 신앙적인 진술은 살아 있는 것입니다. 사실만으로는 의미 있는 일들이 전혀 일어날 수 없습니다. 신앙의 눈으로만 진리를 진리로 포착할 수 있습니다. 예수의 제자들과 초기 공동체의 신앙이 나사렛 출신 목수의 아들 예수에게 일어난, 너무 평범하여 유대와 로마의 역사가들이 별로 관심을 기울일 필요조자 없었던 예수 사건의 구원론적 힘과 깊이를 폭로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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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8]시와그림

2008.10.21 00:24:38

예수의 역사적 모습이
'메시야'라는 신적 고양과의 비교에서
그 바란스가 깨질 수록
신비는 깊어만 갑니다
우리의 신앙이
역사의 논외 지역에 존재했던
초기 기독교인들의 신앙 고백과
긴 시간의 논쟁 끝에 갖춰져간
교리의 토대위에 거한다는 것이
어찌보면 초라하고 위태로워 보이지만
바로 그러한 것이,
하나님은 어떤 메카니즘 안에서
손쉽게 재단할 수 없는 분이라는 것을 오히려 명증해 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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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100]정용섭

2008.10.21 09:54:07

신학자 흉내를 내서 쓴 글이군. ㅎㅎ
모든 창조는 모방에서 시작하니,
자-알 했어요.
핵심은 정확하게 파악했군요.
역사적 예수와 고양된 예수 표상의 '언바란스',
또는 그 '틈'에 신학이, 영성이 자리하고 있어요.
그 깊이가 어느 정도일지는
우리는 블랙홀을 실제로 확인하기 어려운 정도로 어렵지요.
유럽에서 세계 최대의 '양자가속기'(?)를 완성했다고 하는데,
그런 물리의 원초 세계 정도의 깊이로 들어가야만 하겠네요.
그래도 결국은 모든 게 끝나봐야 확연해질,
그 묘연하고 신묘하며 현묘한 하나님의 구원 세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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