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28일- 세관에 앉은 사람 (2)

조회 수 2558 추천 수 42 2006.08.28 23:16:56
2006년 8월28일 세관에 앉은 사람 (2)

또 지나가시다가 알패오의 아들 레위가 세관에 앉아 있는 것을 보시고 그에게 이르시되 나를 따르라 하시니 일어나 따르니라. (막 2:14)

나는 다른 날과 마찬가지로 그날도 내 자리에 앉아서 내가 맡은 일을 보고 있었습니다. 세관에서 내가 맡은 일은 유대인들에게서 징수한 세금을 상부에 납부하는 것이었습니다. 내 아버지의 조언에 따라서 로마 공무원 시험을 보고 벌써 5년 동안 이런 일을 하고 있습니다. 요즘 들어 마음이 복잡합니다. 가버나움에 사는 사람들의 살림살이가 점점 힘들어지고, 그래서 세금은 잘 들어오지 않는데, 위에서는 작년보다 더 많은 액수를 보내라고 닦달입니다. 우리는 어쩔 수 없이 강제적으로 세금을 거둘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러나 보니 민중들과 자주 다투게 됩니다. 우리를 보는 그들의 눈빛을 우리는 참아내기 어렵습니다. 우리를 사람으로 보지 않는 것 같습니다. 뭐, 이런 분위기야 어제 오늘 이야기는 아니지만요. 실제로 나는 내가 하는 일에 대해서 별로 의미를 찾지 못합니다. 내가 지금 남에게 못할 짓을 하는 건 아닐까 하는 자책감에 사로잡힐 때도 많지요. 내 일이라는 게 로마 총독부 좋은 일만 시키는 것 같기에 말입니다.    
며칠 전 저녁 무렵이었습니다. 집에 돌아갈 준비를 하고 있는데, 서른을 갓 넘긴 듯한 어떤 낯선 사람이 저를 유심히 바라보더군요. 저는 이곳 가버나움에서 태어나서 한 번도 이곳을 떠난 적이 없기 때문에, 그리고 직업 관계로 많은 사람들을 만나기 때문에 웬만한 사람은 대충 알고 있는데, 그 사람은 완전히 생면부지였습니다. 새로 이사 온 사람인가, 아니면 총독부에서 내려 보낸 감사관인가, 이런 저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 사람 주변에 몇몇 사람이 함께 있는 걸 보니 그런 건 아닌 것 같았습니다. 그 일행 중에는 내가 아는 사람들도 있었거든요.
그날 저녁밥을 먹고 잠시 쉬는데, 한 친구가 찾아왔습니다. 그 친구는 바로 세관에서 나를 바라보던 그 낯선 사람과 함께 서 있던 일행 중의 한 사람이었지요. 그 친구는 나를 동네 차집으로 데리고 갔습니다. 친구는 나에게 그 낯선 사람에 대해서 말했습니다. 그는 나사렛에서 온 목수 예수라고 하네요. 그가 귀신도 쫓아내고, 중풍병자도 고쳤다고 합니다. 심지어 그는 “당신 죄가 용서를 받았소.” 하고 말했다고 합니다. 이 말에 충격을 받은 랍비와 서기관들은 예수의 정체를 밝히기 위해서 특별 조사위원회를 꾸렸고, 그의 고향인 나사렛에 조사관들을 파견했답니다. 그 친구의 말에 의하면 일반 민중들은 서기관들과는 달리 그 일 이후로 예수에게 대해서 더 큰 흥미를 보이기 시작했다는군요. 어느 날에는 갈릴리 호숫가에 5백 명도 넘는 사람들이 예수의 말을 듣기 위해서 모였다고 합니다. 나를 예수에게 소개하고 싶다는 친구의 말에 나는 가타부타 대답하지 않고 헤어져 집으로 돌아오고 말았습니다.
그렇지 않아도 아내로부터 예수에 관한 소문을 들은 적이 있었습니다. 예수는 사람들에게 “때가 찼다.”는 말을 자주 했다고 합니다. 우리 갈릴리 사람들은 그런 말만 들으면 마음이 부글부글 끓습니다. 이스라엘 해방을 위한 마카비 왕조의 독립운동이 로마 전차부대에 의해 박살난 다음에 우리는 지금 자포자기 상태입니다. 아버지가 나에게 세리라도 하라고 말씀하신 건 그런 이유도 컸습니다. 로마의 막강한 힘의 현실을 인정하고 살아가라는 말씀인 거죠. 그러나 우리는 야훼 하나님이 언젠가 우리에게 기회를 주실 것으로 믿고 있습니다. “때가 찼다.”는 예수의 말은 바로 그 기회가 왔다는 걸까요? 그는 휴화산과 같은 우리 갈릴리 민중의 마음속에 불을 지르고 있나요?  
바로 그 예수가 저녁 무렵 세관을 찾아온 낯선 사람이었다니, 놀랍군요. 지금 내 마음이 혼란스럽습니다. 여태껏 살아온 것처럼 아내와 자식들과 오순도순 그대로 사는 게 속편할 것 같은데, 왠지 나에게 엄청난 일이 벌어질 것만 같은 예감이 드네요. 그게 무엇인지는 잘 모르겠지만요.

주님, 당신은 나를 보십니다. 내가 모르는 중에도.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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