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29일- 세관에 앉은 사람 (3)

조회 수 2157 추천 수 24 2006.08.29 23:05:07
2006년 8월29일 세관에 앉은 사람 (3)

또 지나가시다가 알패오의 아들 레위가 세관에 앉아 있는 것을 보시고 그에게 이르시되 나를 따르라 하시니 일어나 따르니라. (막 2:14)

나는 어젯밤 선잠을 잤습니다. 아무래도 그 낯선 사람 생각이 그렇게 만든 것 같습니다. 그가 누군지, 그가 한 말과 그가 한 일은 정말 옳은 건지, 참으로 궁금했습니다. 그가 나를 바라보는 눈빛을 잊을 수가 없네요. 내 영혼의 심층을 뚫어보는 것 같았으니까요.
밤새도록 뒤척이는 나를 보고 아내가 잠결에 왜 그러냐고 묻더군요. 변소에 간다고 한 마디 하고 마당으로 나왔습니다. 깜깜한 하늘에서 수많은 별들이 쏟아질 것만 같았습니다. 도대체 하늘을 저렇게 뿌옇게 수놓고 있는 저것들은 무얼까요? 이런 깊은 밤에 혼자 하늘을 바라보기는 처음입니다. 아니군요. 처음은 아닙니다. 십년 전 쯤 친구들과 예루살렘 성지 순례를 갔다가 노숙하면서 저런 하늘을 본 적이 있습니다. 친구들의 코고는 소리에 깊은 잠을 못자고 혼자 우두커니 앉아서 예루살렘 성전을 생각하다가 문득 하늘을 보았습니다. 그때도 하늘은 별들로 가득했습니다. 도대체 저게 무얼까요? 저 위에는 무엇이 있을까요?
내가 어렸을 때 할아버지에게서 우리 선조들에 관한 이야기를 많이 들었습니다. 그중에는 야곱 이야기도 있습니다. 야곱이 형 에서를 피해서 삼촌 라반이 살고 있는 하란으로 가다가 벧엘이라는 곳에서 노숙을 했다네요. 그런데 밤에 꿈을 꾸었습니다. 하늘까지 닿은 사다리를 타고 오르내리는 천사들을 보았다는군요. 그렇다면 하늘에는 천사들과 하나님이 살고 있다는 말일까요? 꿈이 깬 야곱은 하나님이 자기와 함께 한다는 걸 깨닫고 베게로 삼은 돌로 제단을 만들었다고 합니다. 아마 야곱도 나처럼 쏟아질 것 같은 별빛을 보고 정신이 아찔했을 겁니다. 하늘과 해와 별과 달, 그리고 이 세상의 모든 것들은 도대체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 걸까요?
다시 방으로 들어가 보니 아내는 고른 숨소리를 내면 편안하게 잠들어있었습니다. 아내와 결혼한 게 벌써 8년이나 되었습니다. 아이들은 셋입니다. 원래는 아내가 네 명을 낳았는데 하나는 죽었지요. 넷을 낳아 하나를 잃었으니 우리는 그래도 괜찮은 거지요. 우리 이웃들은 대개 반이나 잃었습니다. 아이 하나를 잃을 때마다 우리는 도대체 세상을 산다는 게 무언지 참으로 허무하게 느껴지곤 했습니다. 그 아이를 잃고 나와 아내는 한동안 말도 없이 지냈습니다. 그래도 세월이 약이더군요. 그런 아픔들도 이제 기억에서 희미해져가고 있습니다. 잠든 아내 옆에 누워 잠을 청했지만 쉽게 잠이 들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밤을 지내고 아침에 다시 세관에 나왔습니다.
일이 손에 잡히지 않는군요. 몸은 피곤했지만 정신만은 오히려 팽팽해진 활시위처럼 긴장감으로 가득했습니다. 예수가 누군가 하는 생각이 머리에서 떠나지 않는군요. 이런 상태로는 아무 일도 손에 잡히지 않을 것 같습니다. 아무래도 불원간에 그를 직접 만나봐야 할 것 같은 느낌이 듭니다. 아무도 몰래 수소문해서 그가 머물고 있는 곳을 찾아가는 게 좋을지, 아니면 나를 예수에게 소개하겠다는 그 친구에게 연락하는 게 좋을지 모르겠네요. 그럴게 아니라 아내에게 내 속마음을 털어놓는 것도 좋겠군요. “때가 찼다.”는 예수의 말을 나에게 전한 걸 보면 아내도 종종 예수가 가르치는 곳을 드나드는 것 같습니다. 정확하게는 모르겠지만요.
그렇지만 예수를 만난다는 게 망설여지기도 합니다. 사실 예수 같은 사람들은 한 둘이 아니었거든요. 기적을 행하기도 하고, 탈무드 이야기를 재미있게 전하는 랍비와 유랑전도자들은 많았습니다. 나도 그런 사람들을 몇 번 만나보기는 했는데, 조금 시간이 지나니까 시들해지더군요. 혹시 예수도 그런 유랑전도자들 중의 한 사람에 불과한 건 아닐까요? 그를 만나러 갔다고 공연히 후회할지 모르겠다는 염려도 없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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