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 어록(387) 요 18:11
칼을 칼집에 꽂으라 아버지께서 주신 잔을 내가 마시지 아니하겠느냐.
일단의 무리가 예수를 체포하러 왔을 때 제자들은 폭력을 사용해서라도 예수를 보호하려고 했던 것 같다. 제자 중의 한 사람이 칼을 휘둘렀다는 이야기가 네 복음서에 다 나온다. 요한복음에만 칼을 휘두른 제자의 이름이 명시적으로 시몬 베드로(요 18:10)로 나온다. 요한복음 공동체에서 베드로의 권위가 높았던 것으로 보인다. 베드로가 휘두른 칼에 맞은 대제사장 종의 귀가 떨어져 나갔다. 천만다행이다. 만약 귀가 떨어져 나가는 정도가 아니라 목이라도 다쳤으면 문제가 크게 불거졌을 것이다. 마태복음은 “네 칼을 도로 칼집에 꽃으라 칼을 가지는 자는 다 칼로 망하느니라.”라는 예수의 발언을 전하고, 요한복음은 “칼을 칼집에 꽂으라 아버지께서 주신 잔을 내가 마시지 아니하겠느냐?”라고 전한다. 어느 쪽이 예수의 실제 발언에 가까운지는 모른다. 마태복음의 표현이 더 널리 알려졌다. 보통은 “칼을 쓰는 자는 칼로 망한다.”라는 문장으로 알고 있다.
“아버지께서 주신 잔”을 예수는 기꺼이 마신다고 했다. 아들로서의 순종이다. 예수는 그 잔이 실제로 옳은지 아닌지는 확신하지 못했다. 겟세마네 동산에서 기도하면서 그는 가능하면 그 잔을 물리쳐주기를 간구했던 데서 알 수 있다. 예수의 말과 행동에 확신 여부를 붙인다는 게 적절하지는 않지만, 굳이 따져보면 그렇다는 말이다. 하나님의 일은 우리가 다 이해할 수는 있는 게 아니다. 우리의 인생에서 불행한 일이 행운을 불러올 수도 있으니, 또는 하나님이 사람의 사악한 마음으로 일어난 결과를 선하게 끌어갈 수 있으니 우리가 어떻게 좋거나 나쁜 일을 재단할 수 있단 말인가. 가능한 합리적이고 이성적으로 판단해야겠으나 궁극적으로는 믿음으로 하나님의 뜻에 순종해야 한다. 이런 영적인 삶에서도 예수는 우리의 모범이다.
“칼을 칼집에 꽂으라 아버지께서 주신 잔을 내가 마시지 아니하겠느냐?(.)”라고 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