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당일기(53)- 토지읽기(8)

조회 수 1086 추천 수 0 2015.02.05 23:00:23

 

토지 읽기(8)

 

몽치의 운명은 기구했다. 그는 지금 스무 살 전후의 나이인데, 어부로 산다. 자기 배가 아니라 고용되어 고기를 잡을 뿐이다. 장가갈 때가 되었지만 자기 배를 가질 때까지는 장가가지 않겠다는 각오다. 운명이 처절했다. 몇 살 많은 누이가 있다. 그들 남매가 어렸을 때 아버지는 아이들을 데리고 문전걸식을 했다. 무슨 사연이 있었는지 어머니는 없었다. 아버지는 더 이상 버틸 수 없어서 딸만 주막집에 맡겨놓고, 몽치를 데리고 산으로 들어갔다. 아버지와 몽치가 산에서 지내다가 아버지가 죽었다. 어린 몽치는 그 시체 곁에서 몇날 며칠을 보냈다. 그러다가 산에 기거하던 도사 비슷한 사람인 사람을 만나서 도움을 받아 자랄 수 있었다. 완전히 산에 버려졌던 몽치는 그 어려운 상황을 버텨냈고, 몸과 마음에 기운이 가득한 청년으로 자랐다. 그를 지켜준 이는 처음에 만난 해도사와 그의 친구 소지감이다. 이 두 사람의 대화다.

 

술상에 손에 쑥 나타나서는 어포를 집어가던 생각은 안 나시오? 손을 탁 치면 한참 있다 또 쑤욱 나타나서 어포를 거둬가고, 한번은 어디 갔다 오니까 숨겨둔 술을 얼마나 퍼마셨는지 하룻날 하룻밤을 꼼짝 않고, 죽었나 싶어 귀를 잡아당겨보기도 하고 ...... 저놈이 저만큼이나 된 걸 보면 신기하지. 홀로 산중에 뚝 떨어져서, 우리야 뭐 식자 나부랭이나 가르친 것뿐이고 산이 길러준 셈이오. 산의 품에 안겨서 자랐다 할 수도 있고, 사시사철 싸돌아다니면서 안 처먹은 게 없었으니, 누가 가르쳐 준 것도 아닌데 열매며 풀이며 나무뿌리까지 산의 기운까지 몽땅 마시고서 몸뚱이가 저 지경 됐을 게요. 참으로 조화가 신기하지 않소? 도시 사는 의지를 누가 점지하였을꼬?”

해도사는 어떤 감동을 나타내었다.

생명 있는 천지간의 만물이 다 그러하나 그 이치를 뉘 알겠소.”

소지감이 대꾸했다. (16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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