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10일

세상경험

제자들의 예수 변모 경험이 뭔지를 이해하려면 세상에 대한 중층적 이해가 필요하다. 세상은 우리 눈에 분명한 실체로 보이긴 하지만 실체라 말하기에는 그 깊이가 너무 깊다. 그래서 선불교에서는 색즉시공(色卽是空)이라고 말했다. 설교에서 나온 이야기를 다시 정리하겠다.

1) 세상은 원래 변화 가운데 있다. 인간도 그 안에 포함되어 있다. 그 모든 것은 시간과 함께 변한다. 2) 세상은 시간과 상관없이 지금 다르게 경험된다. 보는 눈에 따라서 달라진다. 바람에 흔들리는 대나무가 있다고 하자. 나무가 아예 눈에 들어오지 않는 사람이 있고, 단순한 사물로만 보는 사람이 있고, 눈에 보이지 않는 바람을 보는 사람도 있다. 미야자키는 애니메이션 <바람이 분다>에서 비행기를 비롯해서 모든 것들을 바람의 관점으로 본다. 그 바람이 리얼리티이고, 기(氣)이고, 생명이다.

우리 앞에 있는 세상은 무엇일까? 세상은 빅뱅 이후 130억년의 세월을 거쳤다. 시간도 어마어마하고 공간도 어마어마하다. 그게 너무 거시적이어서 우리는 세상 전체를 대면할 수 없다. 거시적인 차원만이 아니라 미시적인 차원에서도 우리의 모든 지성과 감각과 판단을 뛰어넘는다. 과학기술로 계량해낼 수 없다. 사람이 어떤 관점으로 보느냐에 따라서 세상은 달라질 수도 있다. 양자역학이 이미 그것을 가리키고 있다. 양자는 실험을 통해서 그 값을 측정해낼 수 없다고 한다. 실험 때마다 그걸 보는 관점에 따라서 값이 다 달라지기 때문이다.

이런 세상 경험에서 우리는 어떻게 예수 경험이 구원이라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으며, 변증해낼 수 있을까? 그런 문제는 전문적인 신학자들이 감당해야 할 몫이다. 일반 신자들에게는 예수를 통해서 죄와 죽음이 극복된다는 사실을 실제적으로 이해하고 믿는 것이 최선이다. 여기에도 깊고 신비로운, 그래서 아득한 세상경험은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