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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11일, 화
그리스도의 낮춤
지난 설교의 본문은 빌 2:5-11절이다. 그중에서 6-11절은 소위 ‘그리스도 찬송’이다. 초기 기독교에 널리 알려진 찬송이다. 찬송에는 신앙의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 여기서 핵심은 예수의 십자가 죽음과 부활이다. 십자가와 부활은 당시 사람들에게 별로 구미가 당기는 교리가 아니다. 십자가는 누구나 피하고 싶은 사건이고, 부활은 증명될 수 없는 사건이기 때문이다.
우선, 십자가 죽음은 바울이 고전 1:23절에서 분명하게 짚었듯이 유대인에게는 거리끼는 것이고, 이방인에게는 미련한 것이었다. 30대 초반의 나이로 십자가에 처형당한 유대인 남자라고 한다면 그는 사회를 크게 혼란하게 했든지 아니면 유대의 해방을 위해서 무력투쟁을 전개한 사람이다. 종교 창시자로서는 어울리지 않는 죽음이었는데도 불구하고 기독교인들은 그 사실을 감추지 않았다. 신약의 모든 성경이 그 사실을 증언하고 있고, 사도신경을 비롯한 여러 신조가 그걸 공개적으로 말한다.
기독교 신앙은 십자가 죽음을 부끄러워하지 않고 두려워하지도 않는다. 그게 당위다. 그래야만 기독교 신앙이 성립된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부끄러워할 수도 있고, 두려워할 수도 있다. 그럴 가능성이 훨씬 높다. 당위와 현실 사이에 긴장이 있다. 일반적으로는 현실에 기울어지는 경우가 많다. 정신을 차리면 당위가 가리키는 놀랍고 신비로운 세계를 만날 것이다. 그것의 핵심은 낮춤의 영성이다. 거기서 자유를 만나고 생명 충만을 만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