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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19일, 수
죽음
지난 설교 성경본문인 롬 8:11절은 아주 인상적이다. 그 구절을 주석하는 것으로 설교를 대신한 셈이다. 여기에 기독교 신앙의 핵심이 담겨 있다. 우리의 죽을 몸을 하나님이 살린다는 것이다. 즉 ‘죽음과 삶’이다. 내가 죽음에 대해서 기회가 주어지는 대로 많이 말했지만, 이건 아무리 반복해서 말해도 지나치지 않다. 그래야만 성경이 말하는 ‘삶’을 실질적으로 이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건 다른 사람들을 가르치기 위한 게 아니라 나 자신을 향한, 혹은 나 자신의 내부에서 나오는 실존적 고백이다.
만약 6개월의 시간만 나에게 주어졌다면 무엇을 하겠는가? 이런 질문은 상투적이기는 하다. 어쩌면 그런 질문을 할 시간에 열심히 사는 게 더 중요할 수도 있고, 배가 불러서 그런 질문을 하지 당장 생존의 벼랑에 내몰린 사람들에게는 사치라고 여길 수도 있다. 그래도 어느 누구도 피치 못할 질문이다.
내 삶이 6개월만 남았다면 내 서재에 틀어 박혀서 성경만 읽을 것이다. 창조 이야기를, 아담과 이브 이야기를, 아브라함과 야곱과 요셉 이야기를, 시편과 욥기를, 복음서와 서신들을 탐독하게 될 것이다. 성경의 세계에 깊이 들어가는 것만이 죽음과 삶의 경계를 편안히, 그리고 용감히 통과할 수 있는 바른 길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6개월 동안 열심히 읽으면 두 번 정도는 통독이 가능할 것이다. 자투리 시간에 판넨베르크의 설교문을 읽고, 간간히 산책은 해야 하지 않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