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사 구원(120)

조회 수 1078 추천 수 0 2018.06.16 20:08:30

(120)

장차 오실 이라는 표현 역시 손에 잘 잡히지 않는다. 또는 왜곡된 종말 표상을 연상하게 만든다. 시한부 종말론자들의 주장처럼 예수가 구름을 타고 공중으로 재림하고, 그 순간에 구원받을 사람들이 공중으로 휴거되는 그림이다. 정통 기독교인들 중에서도 이런 방식으로 생각하는 이들이 많을 것이다. 종말을 절실하게 기다리는 것은 바람직하나 묵시적 진술을 사실적인 진술로 읽는다는 게 문제다.

예수가 재림한다는 게 실질적으로 무얼 가리키나? 지금 당장 먹고 살기도 힘든데 예수 재림에 관한 이야기가 우리에게 무슨 의미가 있나? 예수 재림에 대한 신앙은 결국 기독교인들을 탈()역사주의에 떨어지게 하지 않는가? 이에 관련된 많은 질문이 가능하다. 핵심만 말하면, 예수 재림 신앙은 생명이 하나님에 의해서 미래에 완성될 것이라는 일종의 세계관이다. 이는 지금 우리의 생명이 완성되지 않았다는 사실을 전제한다. 이 사실은 누구나 인정할 것이다. 모든 이들이 생명 완성을 위해서 안간힘을 쓰고 있다는 데에서 이를 확인할 수 있다. 그 어떤 노력을 통해서도 생명 완성이 불가능하다는 게 딜레마다. 인간이 그 딜레마를 스스로 해결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 이들은 하나님을 찾지 않을 것이며, 해결할 수 없다고 주장하는 이들은 하나님의 개입을 기다릴 것이다. 어느 쪽이 옳은지는 아무도 모른다. 각자 자신이 선택한 길을 갈 뿐이다. 우리는 후자를 선택한 사람들이다. 예수의 재림을 기다리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예수 재림의 때와 내용은 결정되어 있지 않다. 예수도 하나님 나라가 실현되는 마지막 순간이 숨겨졌다고 말한 적이 있다. ‘그 날과 그 때는 아무도 모르나니 하늘의 천사들도, 아들도 모르고 오직 아버지만 아시느니라.’(24:36). 이런 성경의 진술은 종말에 관련된 모든 것이 열려있어서 인간이 특정할 수 없다는 뜻이다. 사람이 규정할 수 없고 생산할 수 없고 범주화할 수 없고 대상화할 수 없다. 종말의 생명 사건은 세상을 창조한 하나님의 배타적 능력에 의해서 일어나는 사건이기 때문이다. 이것은 단지 신학적인 관점에서만이 아니라 물리학적으로도 옳다. 양자역학의 불확정성 이론에 따르면 세계는 확정되지 않았다. 완전한 계측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재림 신앙 앞에서 인간이 할 일은 아무 것도 없다는 말이냐, 하는 질문이 가능하다. 근본적으로는 아무 것도 없다. 빅뱅 사건에 인간이 아무런 역할을 하지 못한 것처럼 종말 사건에도 아무 역할을 할 수 없다. 감나무 밑에 누워서 감 떨어지는 순간을 기다리기만 하면 된다는 뜻이 아니다. 신랑을 기다리는 신부와 같은 심정으로 예수 재림을 준비해야 한다. 인간이 소외당하지 않도록, 생태계가 파괴당하지 않도록, 정의와 평화가 바르게 실현될 수 있도록, 허무주의가 극복될 수 있도록, 삶의 의미가 더 충실해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야 한다. 치열하게 이런 노력을 기울이는 것이 재림신앙의 본질이다. 이런 과정을 통해서 생명이 완성되는 카이로스(하나님의 때)를 알아보게 될 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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