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사 구원(170)

조회 수 1073 추천 수 0 2018.08.25 20:25:35

(170)

목사로서 나는 하나님의 종말론적 안식을 회중들이 예배에서 맛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한다. 비유적으로 나는 베토벤이나 스트라빈스키의 작품을 교향악단과 함께 연주해내는 지휘자이거나 고흐나 조선 화가 정선 등의 그림을 해설하는 사람과 같다. 지휘자는 회중이 아니라 악보가 손가락으로 가리키는 음악의 세계에만 충실해야한다. 회중을 위한 연주가 아니라 작곡자의 작품을 위한 연주다. 다른 입장도 가능하다. 작품보다는 그걸 감상하는 독자들이 더 중요하다는 입장이다. 예술에서는 그런 관점이 어느 정도 필요할지 몰라도 예배에서는 그런 관점이 오히려 배제되어야한다. 예배에서는 은혜보다 영광이 존재론적으로 앞서기 때문이다. 은혜를 받기 위해서 예배를 드리는 게 아니라 하나님께 영광을 돌리기 위해서 예배를 드린다는 뜻이다.

회중들은 예배에 참여하는 동기가 다 다르다. 진지하지 않을 수도 있고, 진지할 수도 있다. 습관적으로 오는 사람들도 있고, 하나님을 실제로 갈망하는 사람들도 있다. 기복적인 태도로 예배에 참석하는 이들도 한국교회에는 제법 많다. 전체적으로 볼 때 회중들은 예배에서 가벼운 위로를 얻고 싶어 한다. 그건 어쩔 수 없다. 세상살이에 시달린 영혼이기에 그런 방식으로 위로를 받으려는 것이다. 목사가 그들의 종교적 요구에 부응하는 건 간단하다. 종교적인 엔터테인먼트를 제공해주면 된다. 세상에서 연예 오락에 길들여진 회중들에게는 예배도 그런 개념으로 접근해야만 호소력 있게 전달된다.

반면에 이들의 종교적인 욕구에 부응하는 게 아니라 하나님께 영광을 돌리는 예배의 본질에 천착하려면 목사는 고독을 두려워하지 말아야 한다. 오해가 없기를 바란다. 목사가 일방적으로 예배를 이끌어가도 된다는 말이 아니다. 회중들에게 진정한 의미에서 영혼의 힐링이 가능하고 위로가 되는 예배를 드리려면 대중추수주의(포퓰리즘)에 떨어지지 않고 목사가 하나님의 종말론적 통치에 영적인 주파수를 맞춰야한다는 뜻이다. 목사 개인이 이런 영적인 내공을 갖추기가 어렵기에 가능하면 예전예배 형식을 따르는 게 좋다. 예전예배는 그 형식 자체가 하나님께 영광이라는 예배의 본질을 담보한다. 우리나라 개신교회는 예전예배를 로마가톨릭교회의 형식주의나 엄숙주의로 매도한 채 목사의 개인기로 예배를 끌어가다보니 예배가 종교적 여흥 수준으로 떨어졌다. 목사도 힘들고 회중들도 힘들다. 여흥만으로는 영혼의 안식이 가능하지 않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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