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사 구원(203)

조회 수 1029 추천 수 0 2018.10.11 21:22:08

(203)

리베라 메

리베라 메’(Libera me)나를 해방시켜주소서.’라거나 나를 구원하소서.’라는 뜻의 라틴어다. 나는 18년 전 베를린 필하모니 연주장에서 베르디의 <레퀴엠>를 들었다. 마지막 곡 리베라 메가 울려 퍼지는 순간 왜 이런 기도를 드려야하는지를 절감했다. 죽는 순간에 구원해달라고 기도하는 이유는 나의 힘으로는 구원이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죽음 앞에서의 나는 마치 블랙홀로 빨려 들어가는 것과 같은 운명이다. 고공 낙하하는 사람의 처지, 또는 태양계에 속하지 않은 행성에 첫 발을 딛는 우주인의 심정일 수도 있다. 그 다음에 무슨 일이 일어날지를 전혀 예측하지 못한다. 완전한 무지 앞에 서는 것이다. 리베라 메!

해방과 구원은 죽는 순간에만 드리는 기도가 아니라 오히려 살아있을 때 필요한 기도다. 지금 우리는 겉으로 여러 가지 해방과 자유를 얻은 것처럼 살아가지만 실제로는 어떤 것에 철저하게 묶인 채 산다. 안식이 없는 삶이다. 여기서 해방과 구원과 자유와 안식은 같은 의미이다. 자기 성찰을 전혀 하지 않고 세속 원리와 생존 본능에만 충실한 사람은 제쳐놓고, 나름으로 정신적인 삶을 추구한 사람들도 여기서 예외가 아니다. 나도 똑같다. 많은 것에서 부자유를 느낀다. 참된 안식을 누리지 못하는 것이다. 아주 사소한 말 한마디에도 기분이 오르락내리락하니 영혼의 해방과 안식은 고사하고 일상의 해방도 누리지 못하는 신세다. 살아있는 한 궁극적인 안식은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나이 먹을수록 더 절감한다. 그러니 지금 살아있는 동안에도 끊임없이 기도드릴 수밖에 없다. 리베라 메!

유럽 사람들의 묘비에는 주로 영원한 안식!’이라는 글자가 새겨져있다. 옳다. 죽음이 영원한 안식의 유일한 길이다. 우리가 피하고 싶어 하는 죽음이 오히려 안식의 길이라는 이 역설! 나에게 죽음이 예정되어 있으니 내가 구하기 전에 이미 하나님은 해방과 안식을 주신 것이나 다름이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기도하는 이유는 이를 통해서 해방과 안식을 실질적으로 누릴 수 있기 때문이다. 숨을 쉴 수 있는 공기가 이미 주어졌으나 단전호흡을 하는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과 달리 숨쉬기의 깊이를 통해서 생명의 신비 안으로 한 걸음 더 깊이 들어가는 것과 같다.

목사로서 나는 목회를 해방과 구원의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설교를 통해서 나는 해방과 구원을, 그리고 안식을 경험하려고 노력한다. 교우들과 교회를 세워가는 과정에서도 오직 하나의 목표가 그것이다. 교회의 목회 활동 전반이 그렇다. 한편으로는 간혹 구원의 능력에 사로잡히지 못하기에 불안한 마음으로, 다른 한편으로 구원은 내가 성취하는 게 아니라 하나님이 은총으로 주시는 것이기에 기쁜 마음으로 나는 목회 과정에서 하나님의 구원에 전적으로 매달린다. 그럴 때만 내 삶의 마지막 순간에 죄와 죽음으로부터의 해방이 실질적으로 발생하지 않겠는가. 리베라 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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