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 어록(328) 요 15:3

너희는 내가 일러준 말로 이미 깨끗하여졌으니 …

제자들이 “깨끗하여졌다”라는 말은 이전에 깨끗하지 못했다는 뜻이다. 포도나무 가지도 병들 수 있는 것처럼 사람도 정신적으로 병들 수 있다. 제대로 열매를 맺지 못하는 상태에서 열매를 맺을 수 있는 상태로의 변화가 곧 깨끗하여진 것이다. 깨끗하여졌다는 뜻으로 사용된 헬라어 “카타로스”는 pure, clean, innocent를 가리킨다. 소위 ‘팔복’의 다섯 번째 나오는 “마음이 청결한 자”에서 사용된 헬라어와 똑같다. “마음이 청결한 자는 복이 있나니 그들이 하나님을 볼 것임이요.”(마 5:8).

깨끗하여졌다는 말은 실제로 천사처럼 완벽한 존재가 되었다는 게 아니라 하나님 나라를 향해서 영혼이 환하게 열렸다는 뜻으로 이해하는 게 옳다. 하나님 나라는 하나님의 통치이니 그 하나님의 통치를 향해서 영혼의 촉수가 예민하게 작동하는 사람이야말로 깨끗해진 사람이다. 여기서도 역시 하나님의 통치가 무엇인지를 아는 게 중요하다. 구체적인 공부를 통해서 아는 사람이 있고, 직관적으로 아는 사람도 있다. 공부나 직관이 다르기는 하나 완전히 다르지는 않다. 공부를 공부답게 하면 직관이 생기고, 직관이 살아있는 사람은 공부하려고 한다. 문제는 공부와 직관이 왜곡될 수 있다는 사실이다. 세상에 길들면 그런 문제가 생긴다. 대한민국의 교육 현장이 결정적인 본보기다. 인생의 발달과정에서 가장 예민한 시기의 청소년들이 경쟁 중심의 교육에 묶여 있다 보니 삶의 신비를 들여다볼 여유가 전혀 없다.

제자들은 예수가 “일러준 말”로 이미 깨끗해졌다고 한다. 예수의 가르침으로 하나님의 생명 통치를 맛보았다는 뜻이다. 제자들은 예수에게서 하나님 나라가 실현되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우리에게 익숙한 말로 바꾸면 그들은 예수를 통해서 구원을 경험한 것이다. 죄와 죽음으로부터의 해방이 그것이다. “이미” 깨끗해졌다. 궁극적인 진리를 “이미” 경험한 사람은 그 경험을 포기하지 않는다. 일시적으로 한눈을 팔더라도 연어가 고향으로 돌아오듯이 다시 그 진리의 자리로 돌아온다. 제자들에게서 그런 놀라운 일이 발생했다. 그들의 예수 경험이 너무 강렬했기에 예수가 죽고 떠났어도 그들은 예수가 늘 자신들과 함께한다고 느꼈다. 예수는 그들에게 “살아있는 자”였다. 그래서 그들은 예루살렘과 유대와 사마리아와 땅끝까지 이르러 예수의 증인으로 살 수 있었다. 그런 삶의 열매가 오늘날 우리에게까지 영향을 끼쳤다. 그렇다. 예수의 말이 가리키는 세계 안으로 들어간 사람은 이미 깨끗해진 사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