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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物) 010- 달걀&그릇
이름만 그럴듯하게 붙이면 예술 작품이 되고도 남을 저 그림에서, 달걀이 주인공일 수도 있고 달걀이 담긴 자기 그릇이 주인공일 수도 있다. 달걀도 위대한 사건이고 자기 그릇도 위대한 사건이다. 삶은 달걀을 아무렇게나 담지 않고 균형미를 맞춰서 담은 사람의 생각도 대단하지 않은가. 각각의 달걀이 옆으로 눕지 않고 곧추세워졌다. 일곱 개가 서로 유기적 관계를 맺으면서 저런 절묘한 순간을 만들어낸 것이다. 저 순간에는 고도의 기하학도 작용한다. 숫자도 중요하다. 한 개로는 곧추세울 수 없을뿐더러 한 개가 부족한 여섯 개로도 저런 모양도 나오지 않는다. 딱 일곱 개가 필요하다. 왜 일곱 개의 달걀이 저 자리에 놓였을까. 공교롭게도 달걀 삶는 용기에 일곱 개의 달걀만 들어간다. 모든 우연과 우연이 겹쳐서 저런 필연의 복합적 현상이 만들어진 것이다. 별것 아닌 걸 떠벌인다고 생각할지 모르겠으나, 그렇지 않다. 세상의 모든 물(物)은 별것 아닌 게 없다. 아주 특별하고 신비롭다. 그 물의 세계 안으로 한걸음이라도 더 깊이 들어가고 싶다. 우리 집 아침 식탁에는 늘 달걀이 나온다. 그 책임자는 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