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 어록(128) 6:49

너희 조상들은 광야에서 만나를 먹었어도 죽었거니와

 

유대인들의 관심은 오직 만나다. 예수 주위에 모인 이유도 만나 사건이 일어났으며, 앞으로 또 일어날지 모른다는 기대 때문이다. 만나, 이것이 문제다. 오늘도 사람들은 만나를 달라고 난리다. 먹고 사는 것보다 더 절실한 문제가 없기에 만나를 향한 욕망을 부정하기는 어렵다. 문제는 본래 만나 전승이 가리키는 의미를 모른다는 사실이다. 만나는 풍성한 먹을거리가 아니다. 생존에 필요한 최소한의 일용할 양식이었다. 사람은 그것만으로 만족하지 못한다. 더 많은 것을 요구한다. 지구의 한정된 자원을 욕망의 대상으로 삼는다. 결과는 끝없는 경쟁이다. 경쟁으로 인해서 일용할 양식마저 정상적으로 분배되지 못한다. 분배받지 못한 사람들은 분노하고, 필요한 것 이상으로 많이 가진 사람은 그걸 지키려고 온갖 수단을 다 동원한다.

예수는 유대 군중들에게 사람의 엄정한 실존을 폭로한다. 만나를 먹어도 사람은 죽는다. 만나 아니라 만나 할아버지를 먹어도 인간은 죽는다. 예외는 없다. 이 사실을 모르는 사람도 없다. 그런데도 여전히 천년만년 살 것처럼 안간힘을 쓴다. 이런 실존 앞에서 사람들은 두 가지 태도를 보인다. 하나는 그 사실을 외면하는 것이다. 외면하는 게 속 편하기는 하다. 외면한다고 해서 완전히 외면할 수는 없지만 다른 길이 없으니 외면하려고 애쓸 뿐이다. 다른 하나는 그 사실을 부단히 직시하는 것이다. 메멘토 모리! 직시한다고 해서 당장 자신의 삶이 바뀌지는 않는다. 여전히 이기적으로 생각하고 행동한다. 자기에게 열광하고 다른 이에게 냉소하다. 코로 숨을 쉬는 한 이런 운명을 우리는 벗어날 수 없다. 그렇지만 죽는다는 사실을 직시하는 사람은 우리의 삶에서 무엇이 본질이고 무엇이 아닌지를 식별할 수 있다. 구원의 눈이 조금씩이나마 밝아지는 것이다.


[레벨:23]브니엘남

2019.06.07 06:02:30

자기에게 열광하고 다른 이에게 냉소(한)다.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날짜 조회 수sort
6430 4월6 한 분 하나님(7) [2] 2009-04-06 5981
6429 옥중서간(16) [2] 2010-06-02 5902
6428 된장 뜨기! file [2] 2013-05-25 5894
6427 예수 어록(309) 요 14:14 내 이름으로 무엇이든지 내게 구하면 내가 행하리라. 2020-04-17 5791
6426 원당일기(94)- 마늘과 고추 file 2020-10-23 5777
6425 예수님의 시험 (2), 4월26일 2006-04-26 5759
6424 성령세례, 4월12일 [1] 2006-04-12 5726
6423 11월11일 바리새인과 헤롯당 2006-11-11 5718
6422 원당일기(98)- 벽화(1) file 2020-10-30 5712
6421 5월25일- 버림과 따름 (3) [4] 2006-05-25 5671
6420 하나님의 기쁨, 4월19일 [2] 2006-04-19 5640
6419 어거스틴의 기도문 2010-04-28 5607
6418 천안함 사태의 실상은? [4] 2010-05-04 5575
6417 하나님은 영이시다, 요한복음 묵상(37) [2] 2013-06-11 5574
6416 래여애반다라 [7] 2013-05-07 5543
6415 요단강 (2) 4월5일 [3] 2006-04-05 5534
6414 원당일기(14) file 2011-06-18 5508
6413 목사공부(5) [4] 2014-04-16 5391
6412 존 머쿼리의 <인간이 되신 하나님>, 3월26일(화) [25] [7] 2013-03-26 5364
6411 메뚜기, 4월7일 [4] 2006-04-07 5354
TEL : 070-4085-1227, 010-8577-1227, Email: freude103801@hanmail.net
Copyright ⓒ 2008 대구성서아카데미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