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 어록(319) 요 14:25
내가 아직 너희와 함께 있어서 이 말을 너희에게 하였거니와
예수는 곧 제자들 곁을 떠나겠지만 ‘아직’(yet)은 제자들과 함께한다. ‘아직’이라는 부사가 가리키는 사태는 우리에게 많은 것을 가리킨다. 아직 우리는 지금의 생명을 누리는 중이다. 아직 시간이 있을 때 생명을 충만하게 누릴 줄 아는 지혜와 용기가 필요하다. 세상이 가르쳐준 방식은 너무 단조로워서 정답이라고 할 수 없다. 평생 설교자로 산 나는 요즘 이와 관계해서 두 가지 점을 깊이 생각하고 있다.
한 가지는 지금 여기서 대면하는 ‘순간’의 깊이로 들어가는 것이다. 우주의 시간과 크기가 아무리 거대해도 우리는 순간으로만 만날 수 있다. 세계에서 가장 많은 재산을 가진 사람이나 재산이 전혀 없는 사람이나 공평하게 순간만 경험한다. 하나님의 공의와 사랑이 여기서도 빛난다. 일상적인 이야기로 바꾸면 다음과 같다. 이 순간에 숨을 쉬고 중력을 느끼고 소리를 듣는 것에 만족할 수 있다면 생명을 충만하게 누리는 것이다. 노후 준비가 충분하지 못한 사람도 얼마든지 이 순간의 깊이로 들어갈 수 있다. 그래서 예수는 내일 일을 걱정하지 말라고, 오늘 걱정은 오늘로 충분하다고 말씀하지 않았겠는가. 이 말은 거꾸로 내일 자랑거리를 오늘 끌어다가 자랑하지 말라는 뜻이기도 하다. 오늘은 오늘로 충분하기 때문이다. 오늘도 해가 ‘아직’ 빛나고 있으니 무얼 걱정하랴.
다른 한 가지는 지금의 순간이 곧 끝난다는 사실을 더 확실하게 뚫어보고 내 삶의 중심으로 삼는 것이다. 지금의 내 삶은 ‘아직’에 갇혀 있다. 이 세상에서의 삶이 아직 끝나지 않았을 뿐이지 계속 유지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느슨하게 생각하는 게 아니라 팽팽하게 생각하는 것이다. 내가 원하는 일들이 다 이루어진다 한들, 반대로 아무것도 이루어지지 않는다 한들 모든 게 잠정적인 마당에 무얼 걱정하랴. 내 생명이 ‘아직’ 아니지만 ‘이미’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완성되었다는 사실을 믿고 설레는 마음으로 그 결정적인 순간을 기다릴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