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흔살에다시읽는

요한계시록-230

14:1

또 내가 보니 보라 어린양이 시온 산에 섰고 그와 함께 십사만 사천이 서 있는데 그들의 이마에는 어린양의 이름과 그 아버지의 이름을 쓴 것이 있더라

무도한 짐승이 온갖 괴력을 발휘하면서 박해할 때 하나님을 믿는 그리스도인들의 운명은 어떻게 될까요? 요한은 섬뜩한 이야기를 실감 나게 전하면서 동시에 중간에 위로가 되는 말씀을 빼놓지 않습니다. 요한이 소아시아 일곱 교회에 속한 믿음의 동료들에게 말하려는 핵심 메시지는 하나님의 승리이니까요. 지금 당장은 하나님의 승리가 요원해 보입니다. 그래서 하나님의 백성이 종종 낙심합니다. 어느 정도는 참더라도 힘에 부치기도 합니다. 이런 현실에서 그리스도인은 어떻게 생각하고 살아야 할까요?

무턱대고 믿는다는 말로 이 어려움이 해결되지 않습니다. 하나님의 승리가 무엇인지를 분명하게 이해하는 게 여기서 중요합니다. 이 세상에서 남부러울 게 없을 정도로 멋진 인생을 연출하는 걸 삶의 궁극적인 의미라고 생각하는 한 우리는 하나님의 승리를 이해할 수 없습니다. 이 세상의 삶이 얼마나 제한적인지를 우선 뚫어봐야 합니다. 예를 들어서 아무리 화목한 가정을 꾸렸다고 해도 우리 영혼이 충만해지지 않습니다. 다른 사람이 그를 부러워할 뿐입니다. 이런 문제를 어느 정도 정리했다고 해도 하나님의 승리가 손에 잡히는 건 또 아닙니다. 막연해 보일 수 있습니다. 하나님의 승리를 확신할 정도로 성숙한 사람이 된다는 건 평생에 걸쳐서 이뤄야 할 목표입니다. 우리 자신만의 힘으로 어려운 일이니까 성령의 도우심을 간절히 기다려야겠지요.

요한은 계 14:1절에서 구원받은 그리스도인의 숫자를 십사만사천 명이라고 표현했습니다. 상징 숫자입니다. 완전한 숫자인 열두 지파의 제곱에다가 일천을 더 곱한 숫자입니다. 어떤 이단은 이 십사만사천을 자기 종파에 들어온 사람의 실제 숫자라고 주장했습니다. 그런 말에 솔깃해하는 사람들도 있나 봅니다. 어린양, 시온 산도 상징입니다. 그리스도인들이 구원자이신 예수 그리스도와 함께 거룩한 산에 모였다고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