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여행(1)

조회 수 1226 추천 수 0 2019.01.22 22:10:09

12

 

120-21일 일박이일로 특별 심방이라는 핑계를 대고 황토로 유명한 무안을 다녀왔다. 꿈결처럼 지난 이틀 동안의 느낌을 간단하게나마 여기에 남겨두려고 한다. 5회에 걸쳐서 연재한다.

 

대구 출발

20일 주일 예배를 마치고 점심을 먹은 뒤에 오후 1시에 카니발로 기분 좋게 여행을 시작했다. 이런 여행이 기분 좋은 이유는 그 어떤 부담도 없다는 데에 있다. 낯선 사람을 만나서 사업을 진행한다거나 특강 강사로 초대받았다거나 사돈집과 인사를 나누는 것이 아니라 영적인 코드가 통하는 교우들과 새로운 곳에 가서 함께 담소를 나누고 먹고 마시면서 시간을 보내는 것이니 이보다 더 편안한 여행은 없다. 일행은 나와 아내, 포항의 정 장로 내외, 홍 집사, 이렇게 5명이다. 내가 운전대를 잡았다. 전업 목사로 살다보니 젊은 시절부터 승합차를 자주 몰았기에 이번 장거리 운전에도 부담은 전혀 없었다. 우리만 살짝 빠져나오니 남은 교우들 보기에 미안했다. 몇몇 교우들은 부러움의 눈빛이 역력했다. 조수석에는 정 장로가 앉았다. 이틀 동안 조수 역할을 잘 하셨다. 내가 졸지 않도록 적절하게 말을 붙이고 먹을 걸 제공해주었고, 광주를 통과할 때는 개인의 스마트 폰에 네비를 켜서 길을 잃지 않도록 도와주었다. 왕복 600킬로미터를 한 번도 길을 헤매지 않은 것은 정 장로의 도움이 컸다. 운전석 뒷자리에는 문혜숙과 김을윤이, 세 번째 자리에는 홍원숙이 앉았다. 누군가가 홍 집사에게 오늘 남편에서 뭐라 하고 왔어요, 하고 묻자 심방 갑니다.’라 당당하게 말했다 해서 폭소가 터졌다. 교회에 나오지 않는 남편은 12일로 심방을 간다는 게 아주 대단한 일인 것으로 생각하여 흔쾌히 오케이한 것으로 보인다. 돌아오는 날은 교회까지 남편이 아내를 데리러 왔다. 이렇게 휘파람을 불면서 신천대로를 거쳐 대구 광주 고속도로에 들어섰다. 고령, 해인사, 거창, 함양, 지리산 IC를 지나 앞으로 쭉 나갔다. 카니발 안에서 다섯 사람이 오순도순 대화를 나누면서, 차창으로 펼쳐지는 풍경을 감상하면서...

 

지리산 휴게소

한 시간 반쯤 달리자 지리산 휴게소가 나왔다. 미리 거창 휴게소에 들리는 게 어떻겠냐 하는 심방대원들 말을 들었으나 이왕 한번 쉴 건데 지리산이라는 이름이 붙은 휴게소로 가는 게 좋다는 기사의 주장이 통과되었다. 지리산 휴게소는 고도가 높은지 기온이 떨어졌다. 정 장로가 커피 등등을 쭉 돌렸다. 그 사이에 김 집사는 교회에 남아 있는 박 아무개 집사의 말을 기억하고 소떡구이다섯 개를 사들고 들어왔다. 소시지와 떡가래를 교차로 꽂이에 꽂아 구워낸 것인데, 냄새가 구수했다. 무안에서 기다리던 백 집사가 중간에 간식 하지 말고 오세요.’라 했기에 세 꽂이만 나눠먹고 두 개는 나중에 먹자며 비닐봉지에 담았다. 그 남은 것이 결국 나중에 우리 집으로 와서 돌아온 날 밤에 저녁 대신으로 먹었다. 휴게소에서 멀리 건너다보이는 산봉우리에 눈이 덮여 있는 게 보였다. 일행에게 저 산이 그 유명한 지리산이고, 가장 높은 봉우리가 천왕봉일 겁니다.’ 하고 내가 설명했다. 사실 나도 확실하게는 모른다. 그냥 느낌으로만 말했다. 대략 30분가량 거기에 머문 것 같다. 화장실에도 들리고, 커피 판매대에서 어슬렁거리고, 잠시 식탁에 앉아서 먹을 거 먹고, 밖에 나와서 분위기를 만끽하던 이런 순간들도 다 아름다운 기억으로 남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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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 방향 지리산 휴게소에서 멀리 지리산 천황봉으로 추정되는 소나무 사이의 산을 카메라에 담았다. 사진으로는 명확하지 않겠으나 눈이 살포시 덮혀 있다. 아래는 휴게소 입구 쪽의 언덕 위 풍경이다. 추워서 저곳까지 걸어가보지는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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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는 휴게소 안의 기념품과 사탕 종류 군것질 판매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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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우리는 지리산 휴게소에서 잠시 쉬면서 먼 길을 가기 위해 에너지를 보충했다. (내일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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