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사 구원(107)

조회 수 1108 추천 수 0 2018.05.30 21:54:01

(107)

다른 한 가지는 예배다. 전업 목사는 눈만 떴다 하면, 그리고 평생에 걸쳐서 밥 먹듯이 예배를 인도하기에 자칫 예배의 매너리즘에 떨어질 수 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 예배를 이벤트처럼 진행하는 경우도 제법 된다. 곁길로 빠져드는 것이다. 예배를 드리기 전에 젊은이들이 나와서 율동을 곁들인 찬양을 부르게 하거나 관현악단이 포함된 성가대 역할을 확대하기도 한다. 한국교회에서 대형 빔 프로젝터 사용은 일반화된 것 같다. 예배를 쇼나 대중가요 콘서트처럼 진행하는 교회도 제법 된다. 교회 형편에 따라서 이색적인 프로그램을 도입하는 것을 무조건 배척할 필요는 없다, 다만 문제는 그런 것만으로 예배를 예배답게 드릴 준비가 되는 게 아니라는 사실이다.

나는 예배의 본질을 회복하는 게 우선적이라고 생각한다. 그것은 하나님께 영광을 돌리는 것이다. 이런 예배의 본질을 회복할 때만 진정한 의미에서 예배의 기쁨까지도 경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예배의 본질을 회복하는 데에는 전통적인 예전예배가 현대의 열린예배보다 훨씬 낫다. 문제는 예전예배의 영적인 의미를 실감하지 못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는 사실이다. 실감은 예배드리는 순간을 거룩하고 낯설게 경험하는 데서 시작된다.

회중 찬송만 해도 그렇다. 예배를 드리는 사람이 일단 찬송가 가사를 깊이 생각해야 한다는 교과서적인 이야기는 여기서는 접어두자. 여러 사람들이 한 공간에서 소리를 내어 찬송가를 부른다는 사실이 얼마나 놀라운 것인지를 영혼으로 느끼는 게 중요하다. 소리를 내고 소리를 듣는다는 것 자체가 엄청난 일이다. 사람이 호흡을 하고 성대의 떨림이 일어나고, 거기서 나온 소리가 공기를 타고 예배드리는 공간을 가득 채운다. 혼자 부르는 게 아니라 옆 사람과 함께 부른다. 그 사람이 그 순간에 그 자리에 왔다는 사실도 아주 특별한 일이다. 이런 일련의 일들을 당연한 것으로 생각하면 예배의 영성에 들어갈 수 없다. 우리가 로마에 여행 갔다가 우연히 바티칸 성당의 미사에 참석했거나, 전라도 순천을 여행하다가 우연히 송광사에서 열리는 정식 예불에 참석한 것과 같은 낯섦이 우리가 드리는 예배에서도 경험될 수 있어야한다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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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23]홀리아빠

2018.05.30 22:04:19

"우리가 로마에 여행 갔다가 우연히 바티칸 성당의 미사에 참석했거나, 전라도 순천을 여행하다가 우연히 송광사에서 열리는 정식 예불에 참석한 것과 같은 낯섦이 우리가 드리는 예배에서도 경험될 수 있어야한다는 말"

완전한 이질감으로 이해해도 괜찮을지요?

이것이 가능케 되는 것은 신학공부일까요?

예전 순서에 대한 공부와 인식이 필요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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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100]정용섭

2018.05.30 22:12:24

'완전한 이질감'이라는 표현은 정확하지 않아 보입니다.

오히려 '완전한 동질감'이라고 해야 맞습니다.

다만 그 동질감이 상투적인 게 아니라

더 깊고 새로운 차원으로 올라가는 겁니다.

예술가들에게서 그런 경험을 종종 찾아볼 수 있습니다.

음악이 더 익숙해지면서도 새로워지는 경험인거지요.

이런 경험에 도움이 되는 공부는 신학, 인문학, 예술, 과학 등등...

모든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 공부를 한다고 해서 이런 경험이 저절로 주어지는 것도 아닙니다.

지난 설교 본문에 따르면 바람이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지 모르는 것처럼

성령으로 난 사람도 그렇다고 했잖아요.

이것도 비슷하다고 봐야 합니다.

코엘료의 <연금술사>에 나오는 경구인

'모래 한알이 우주다'는 말을 실질적으로 이해하려면

무슨 공부가 필요할까요?

홀리 님이 새로운 임지에서 수고가 많겠군요.

주님의 평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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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29]최용우

2018.05.31 06:23:04

예배를 드릴 때마다  기대와 흥분과

그리고 충분한 만족을 느낀다면 참 좋겠는데...

그게 쉽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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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100]정용섭

2018.05.31 21:40:51

저도 집중력이 떨어지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내공이 부족한 탓이겠지요.

시인들은 시가 쓰이지 않을 때 절필하고 몇 년 쉰다고 하던데.

기독교인들도 예배에서 감동을 얻지 못할 때

몇년은 지나치겠으나 몇달은 예배를 중단해도 좋을 거 같습니다.

저는 신자들에게 예배에 집중할 수 있는 팁을 하나 드렸습니다.

예배 자리를 종종 바꿔버라는 거지요.

앞에 앉던 분들이 뒤에 앉는다거나

부부가 옆자리에 앉다가 따로 앉는다거나 하는 거지요.

늦게 오는 분들을 위해서 뒷자리는 비워두라고 몇번 말했는데도

굳이 그 자리를 고집하는 분들이 있습니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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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13]하늘연어

2018.05.31 10:38:07

내가 오늘도 여기 있다는 것. 먹는 것, 보는 것, 듣는 것, 만지는 것 등

이 모든 생물학적인 생명활동 뿐 아니라, 영적인 생명활동을 하는

실존으로 존재하는 이 순간, 장소, 벌어지는 일들, 만남 등등

모든 것 하루 하루가 새로운 낯섬인 것같습니다.


낯섬이 착각된 매너리즘이 오늘날 교회인 우리들의 자화상은 아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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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100]정용섭

2018.05.31 21:44:39

지금 동편 동산 위에 살짝 올라온 달을 보니

고혹스럽기 짝이 없군요.

오늘이 음력으로 4월17일이니 약간 찌그러진 모습입니다.

예수가 보았던 달을 지금 나도 보고 있다는 걸 생각하면

일상이 조금은 새롭게 느껴질 수도 있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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