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2일(주일)- 구름
지금 여기 시간으로 10월2일 주일 저녁 6시30분입니다. 오후에 자연공원 반트리츠에 다녀왔습니다, 그 이야기는 오늘 밤에 다시 하기로 하고, 지금은 지금이라는 순간(Augenblick)을 잠시 전할까합니다.
해가 기울어가고 있지만 여전히 밖은 세상을 그대로 보여줍니다. 낮은저 멀리서 낮은 고도를 유지하면서 착륙 비행기가 내려옵니다. 구름이 오른편에서 왼편으로 흘러갑니다. 남에서 북으로 가는 것으로 보입니다. 아주 천천히 흐릅니다. 지금 제 눈에 느리지만 실제로는 상당한 속도일 것이며, 곧 제 눈에서도 사라질 것입니다. 구름이 보이는 방향은 제가 앉은 자리에서 동편입니다. 넘어가는 햇살을 받아 저 무더기 구름의 상층 부분은 밝고, 아래 부분은 좀 어둡습니다. 구름이 여러 모양입니다. 색깔도 다 다릅니다. 구름은 수증기의 무리라고 합니다. 그 수증기가 없으면 구름도 없는 겁니다. 그렇다고 해서 구름의 실체를 부인할 수는 없겠지요.
흔한 말로 우리의 인생은 구름과 같습니다. 인생만이 아니라 삼라만상이 다 그렇습니다. 한 순간에는 이런 모양이었다가 다른 순간에 다른 모양이 됩니다. 제가 지금 베를린에 와 있는 순간도 구름의 어떤 모양이 한 순간을 지나가는 것과 비슷하겠지요. 그걸 확고한 것으로 멈추려고 해서는 아무 것도 안 됩니다. 그 한 순간을 절대시할 수도 없고요.
구름 저편에서 착륙하는 비행기가 연속해서 내려옵니다. 수많은 사람들의 사연을 담은 비행기들입니다. 그 사연을 책으로 쓴다면 큰 도서관을 채우고도 남겠지요. 착륙 비행기를 제 사진기로 잡아보겠습니다. 값싼 사진기라서 잘 잡히지 않을 거 같지만 그래도 시도해보겠습니다.
지금 노트북 앞에 앉아 있는 이 순간은 저의 인생 전체와 어떤 연관성이 있을지요. 우리의 인식을 뛰어넘는 것이니 그냥 그대로 받아들이는 게 최선이겠지요. 지금 해가 조금 더 기울었는지 잔광이 조금씩 더 줄어듭니다. 곧 모든 빛이 사라지고 어둠이 지배하는 순간이 올 겁니다. 그 너머의 영원한 빛은 도대체 무엇일까요? 집사람과 7시에 동네 산책을 나가길 해서 이만 줄어야겠습니다.
저희 집 베란다에서 방금 찍은 사진입니다. 사진 오른쯕 나무 옆에 비행기 모습이 보일 겁니다.
저런 비행기가 저녁 시간에는 꼬리에 꼬리를 물고 내려옵니다. 구름도 보이지요? 높은 쪽은
일몰 햇살로 붉게 물들고 있군요. 아주 흔한 그림이지만 이것도 다 지구, 또는 우주 안에서
벌어지는 현상의 한 순간이라는 걸 생각하면 신비롭지요.
목사님..
그곳에는 해가 몇 시에 지는지 모르지만 해 지고 20-30분 동안 가장 아름다운 노을을 만날 수 있어요.
산책하시면서 아름다운 풍경들 보여주셔요.